『God of War』 - 두 번째 인생 게임

📢 NOTICE    <God of War>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에 <God of War>(이하 갓 오브 워)를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당시에 분석의 기준으로 어려움(갓 오브 워의 '도전을 원한다') 난이도 클리어를 말씀드렸는데, 그냥 하는 김에 오늘 시그룬까지 잡고 엔딩 봤습니다.

 

 

6월의 시작을 갓 오브 워 엔딩과 올도과로!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갓 오브 워는 전투부터 연출까지 잘 설계되어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투의 경우 스토리 보스는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도록 익숙한 일반 패턴 중심에 보스의 개성을 살리는 기믹 한두 가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낮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발키리 같은 도전용 보스는 발키리 특수 패턴으로 하나의 경험을 구성하고, 이를 각 보스들한테 분리해 둔 게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발키리 여왕 시그룬에 도전하기 위해 다른 발키리를 처치하는 과정이 그 자체로 시그룬의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이라는 점, 이를 통해 시그룬을 상대할 때 특수 패턴이 많더라도 손에 익은대로 플레이되기에 액션의 본질인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된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좌) 3트 째에 아쉽게 죽었을 때 : 손이 떨렸습니다.., (우) 30분 컷!

 

 

    혹자는 발키리의 패턴이 재사용된다는 점을 성의 없음으로 지적하곤 하는데, 이는 성의 없음이 아닌 절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도전용 보스라지만 처음보는 패턴 십 수개를 갖는 보스를 상대하는 게 과연 즐거울까요? 다수가 즐길 수 있는 길이 맞을까요?

 

    제가 플레이 한 갓 오브 워에서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소울류의 풀이형 패턴을 몇 가지 차용해오긴 했지만, 설계 철학은 핵 앤 슬래시에서 시작된 만큼 소울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개발진은 가능한 많은 사람이 크레토스의 분노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이를 위해 학습 부담을 줄인 점이 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추가로, 필드 보스들도 몇 가지 색만 바꿔서 돌려쓴다는 점으로 비판을 받곤 하지만 적 유형(트롤, 오우거, 고대상, 여행자) 자체가 적은 건 아니기에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세 가지 정도 더 많았으면 좋긴 했겠지만요.

 

 

갓 오브 워의 본질은 핵 앤 슬래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난이도 조절인 것 같습니다. 어려움 난이도로 진행한 입장에서 초반에는 찬바라 없이 몰려오는 적들로 필드 전투가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스킬들 얻고 화살과 자주 사용해주니 난이도가 훅 떨어진 게 이질적이었습니다.

 

    낮은 난이도 자체가 불만은 아닙니다. 갓 오브 워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분노하는 전투고, 이를 위해서는 과한 긴장감 보다 적당히 잘 맞고 쓸려주는 적이 필요하기에 이런 설계는 적합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스킬이 없기에 강제로 공방과 화살로만 풀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 한해서 분노하는 전투라는 스타일이 반영되지 못했고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는 게 문제죠. 게임의 스타일을 익혀가는 초반 전투(첫 인상)를 이렇게 구성했다는 것도 아쉽고요. 차라리 다소 약하더라도 기본적인 스킬을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아쉽네요.

 

    그래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반을 넘긴 이후에는 분노하는 전투를 즐기며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다음은 연출인데 갓 오브 워는 필드 이동 범위에 제한을 두다가 컷신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동할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등의 연출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별 거 아닌데 필드라는 고정관념으로 제약을 만들고 컷신에서 플레이어 행동에 의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날아가니 묘한 해방감과 함께 게임의 세계관이 내가 보는 필드만이 아니라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더라고요. 매력적이었습니다.

 

    흔한 연출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플레이 일대기를 간단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날아가욧

 

 

    평소에 2시간 이상 게임하기 힘들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근 며칠간은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습니다. 니플하임에서 함정에 죽고 약간 어지러워지긴 했는데 그거 빼면 게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네요 😙😙 (아래 접은 글은 제가 싫어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TMI지만 저는 무의미한 것들을 싫어합니다. 저는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즐기지 못하고 노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가뜩이나 피곤한데 소중한 여가 시간을 빼서 노동을 해야 돼? 싫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갓 오브 워 퍼즐.. 약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성장 방향도 재미를 이것저것 섞어 뭉쳐서 전달하기보다는 목적에 맞게 세공해서 압축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시간 소중하잖아요?

    '진성 게이머라면 노가다도 즐길 수 있어야지!'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저는 이런 게 타인의 즐거움을 막는 어긋난 자부심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그렇게 즐겁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다 한 뒤 이를 하지 못하는 남들을 보면서 '난 했는데, 넌 못했네? 쟤는 게임을 제대로 못 하네?'라며 우월감을 느끼는 그런 어긋난 자부심 아닐까요?

    애초에 즐기려고 하는 게임인데 게임에 제대로 하는 게 어디 있나요? 내가 즐거우면 즐거운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쓰고 보니 과격하게 표현됐는데,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부터 돌아보면 제가 접했던 게임들은 크건 작건 하나 같이 숙제를 요구하는 게임이었고, 전 이게 싫어서 게임에 손이 가지 않았던 거거든요. (물론 숙제를 더 효율적으로 깎아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게 비중 높은 다뤄지는 게 과연 옳은가 생각도 들고..)

    당시에는 게임과 숙제는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는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고 힘들어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너무 미안합니다. 그때의 제 자신에게요.

    혹시나 게임 디자인을 지망하는데 나는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정말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내가 싫어하는 건 게임이 아닌 숙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힘들어하진 말자구요.

    ..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아무튼.. 정말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세키로에 이어 제 두 번째 인생 게임입니다. 세키로가 공방을 통해 주고받는 액션의 즐거움을 알려줬다면, 갓 오브 워는 스킬을 통해 폭발시키는 액션의 즐거움을 알려줬습니다.

 

    이렇게 잘 즐겼으니 이제는 잠시 멈췄던 포트폴리오와 분석도 다시 시작해야겠죠? 조만간 니어 오토마타 포트폴리오와 갓 오브 워에 대한 분석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아디아디 아디오스~

 

 

캬

 

 

내가 좋아하는 브룩&신드리 형제

 

 

잘 즐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