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4년 말, Coloso 측에서 1년 만에 환급 챌린지를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레벨 디자인에서부터 시네마틱, 언리얼 개발까지 Coloso 환급 챌린지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체험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참여하기로 했다.
내가 이번에 선택한 강의는 애니메이터 정종현님의 '눈을 뗄 수 없는 애니메이션 액션신 연출법'이다. 해당 강의는 2D를 기준으로 애니메이팅 개론을 다루는 강의인데, 당시 '좋은 액션이란 무엇인가?', '좋은 액션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등의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구하기 위해 해당 강의를 선택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고블랑을 졸업하셨으며, 내가 좋아하는 <아케인> 시리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하신 경력이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강의였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 근 몇 달간 게임 디자인 쪽 성장을 이루는데 집중했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또 틀에 갇힌 듯 답답한 느낌이 들어 새로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수강했다.
그럼, 무엇을 목표로 했는가? 이는 다음과 같다.
- 액션에 대한 안목 마련하기
단순히 특정 액션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기보다, 어떤 부분이 왜 좋은지 고민하고, 이유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얻길 바랐다. 즉, 액션에 대한 감수성을 만들고 싶었다. - 게임 액션 분석하기
내가 궁극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건 '좋은 게임 액션'이기에 무언가 이론을 배우면, 이 이론이 게임 내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떤 결과를 자아내는지 분석하여 데이터를 쌓고자 했다.
그럼 이제 내가 챌린지를 진행한 과정에 대해 같이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강의 수강과 챌린지 미션 진행
챌린지는 지난 번과 같이 매일 강의를 수강하고 소감을 작성하며, 종종 작업물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전 회차부터 챌린지 기간이 4주에서 연장되어 총 6주간 진행됐으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진행됐다.
Harin_Luna : 네이버 블로그
대학생 게임 디자이너 지망생입니다. https://memoria-aeon.tistory.com/
blog.naver.com
챌린지는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그중에서도 누군가 이번 챌린지의 특이사항을 묻는다면 나는 작업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번 강의는 2D를 기준으로 한 애니메이팅 이론 강의였는데, 나는 이를 2D 그대로 작업하지 않고 언리얼 엔진에 따로 환경을 구축하고 이론을 적용해 작업물을 만들었다.
이는 9기 챌린지, 그러니까 시네마틱 강의 때 배웠던 점 때문인데, 당시에 몰지각하게 따라하기만하다 배운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수동적인 이해는 학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난 언리얼 개발 강의에서부터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구상하는 작업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챌린지를 진행해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진행했다.
이번 챌린지에서는 강의를 수강하고,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한 뒤,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과정만으로만 챌린지를 끝냈기에 이번 항목은 여기서 마치고 어떤 작업물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작업 과정
첫 번째 작업물은 한 화면에 특정 유형의 프레임을 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첫 강의에서는 'TVPaint'라는 툴을 쓰면서 애니메이션의 keyframe, breakdown, in-between을 잡는 걸 보여주셨는데, 나는 3D 환경에서 상용 에셋으로 연출을 할 생각이었기에 에셋 애니메이션에서 어디가 keyframe이고, breakdown인지 등을 표시해 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구글링으로 찾은 잔상 효과 글을 기반으로 해당 기능을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AnimNotify로 잔상에 다른 색을 부여하고, static mesh에도 잔상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으며, 추가로 이 기능을 blueprint interface로 만들어서 이후에 잔상을 적용할 다른 캐릭터 블루프린트(이하 BP)에 부착하기만 하면 쉽게 잔상을 제어할 수 있도록 개선해봤다.
[Unreal BP] 잔상 효과 만들기
방법 1. 액터를 하나 만든다. 2. 컴포넌트에 PoseableMesh를 추가하고, 설정 값을 바꾼다. 3. 이벤트가 들어오면 2번에서 만들었던 액터를 생성한다. (잔상이니까 내 위치에 생성.) 4. 생성하고 난 뒤,
mingyu0403.tistory.com
이 과정에서 잔상뿐만 아니라 '시작해요 언리얼 2024'등의 영상들을 보며 시퀀서 사용법을 익혔다, 그리고, 몇 가지 에셋을 조합하고 키를 조정하여 가속 후 찌르기를 하는 애니메이션까지 연출해 봤다.
이때 선형적인 흐름이나 간단한 커브로 position 키를 잡으니 특유의 똥겜 냄새가 나서 고생했다 😅😅. 애니메이션과 힘의 발생 시점이 일치해야 자연스러운데, 애니메이션이랑 관계없이 흐름대로만 이동하니 발을 디딘 순간에도 이동하는 등 부자연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발걸음마다 일일이 키를 추가하여 땅을 미는 순간을 기점으로 position 커브가 가팔라지도록 수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아래 영상에서는 잔상이 겹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시퀀스 blend 과정에서 잔상이 중복 생성되기 때문이다. 시퀀스를 하나로 만들면 해결되기는 하는데.. 일단 그냥 넘어갔다.
사실 '프레임 표시 기능이 무슨 쓸모가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후 작업에서 무게감이나 유연함 등의 특성 연출해 본다고 이것저것 해보기는 했는데 특별히 도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치만.. 낭만 있었잖아 😚😚 (반복 재생하는 게 정신 사나울 때 잔상 고정해놓고 보면 편하긴 했다.)
음.. 애초에 2D에서는 따로 재생하지 않고도 전후 프레임 확인하면서 모션(3D에서 키) 조정하려고 있는 기능인 것 같아서 유의미하게 쓰려면 애니메이션 시퀀스 에디터 내에서 전후 프레임이 잔상으로 노출되도록 개선해야 될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남는다면..)
두 번째로 추가한 건 스미어와 임팩트 프레임이다. 이건 구현해보려고 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서 그냥 공부하는 셈 치고 에셋으로 적용했다. 구조 한 번 보니까 손을 못 댈 정도는 아니어서 나중에 게임 분석 외 프로덕션 시간 때나 그래픽스 공부하면서 뜯어보려고 한다. (임팩트 프레임 쪽은 셀 셰이더 만든 것처럼 프레임 이미지를 계산해서 채우는 방식이던데 아래 이미지처럼 동양화 느낌의 임팩트 프레임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찌르기 연출에 적용해 줬다.
다음으로는 효과(FX) 적용 및 카메라 연출인데, 이건 간단한 에셋 적용해 주고, 시퀀서로 카메라 키를 잡아서 구성해 봤다. 이때 제품 광고 연출처럼 점프한 뒤 최고점에서 360도 회전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최고점에서의 exposition을 늘리고, 최고점에 도달한 순간 카메라를 tilt up 시켜서 체공 시간이 길어 보이게 착각을 유도해 봤다. (글을 적고 보니까 허세 부리는 것 같은데.. 첫 용어라 확실하게 하려고 영어로 적었습니당..)
추가로, 이후에는 한 면만 바라보면 지루하니 반대쪽 면으로 이동해서 착지하는 타이밍에 맞춰 카메라 포지션을 잡았고, 이렇게 애니메이션과 효과, 카메라를 엮고 쌓아 올림을 통해서 나름 쫀득한 애니메이션 연출을 구성해 봤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가속-찌르기 연출에 적용했는데, 단순하게 AnimNotify로 발걸음마다 흙 튀는 효과를 추가한 뒤, 찌르기 타이밍에 바람 파동이 나가는 효과를 적용해 봤다.
그리고, 그 뒤에는 카메라 연출까지 넣어줬는데 음.. 뭔가 이쁘지 않은 게 아직 힘의 흐름을 살리는데 미숙한 느낌이다.
문제점이라고 하면 일단 카메라의 키를 여러 개 잡아둬도 이게 선형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움직임이 조금씩 끊기고, panning 샷이 짧아서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다. 하다 못해 마지막 찌르기 때 카메라를 일정 시점까지만 panning 하고 고정한 채 파동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시켰으면 캐릭터 주위를 돌면서 응축한 모든 속도감을 폭발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까지가 중간 미션이었고, 최종 미션으로는 이전 졸업 작품 <Breath in Winter> 때 구매한 에셋을 활용해 적을 상대하는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다.
개인적으로 이 연출의 핵심이 찌르기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찌르기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파동과 임팩트 프레임을 같이 쓰면 서로 느낌이 상충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두 가지 다 영상에 담아봤다.
이렇게 이번 Coloso 환급 챌린지 11기는 마무리 됐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는 것에 대해 상상만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강의를 듣고 직접 연출해 보니 조촐하지만, 손에 닿지 않던 이상 한 가지를 현실로 만든 것 같아 가슴속에 작은 울림이 느껴진다.
결론
글을 열며 나는 아래와 같은 목표를 갖고 강의를 수강했다고 말했다.
- 액션에 대한 안목 마련하기
- 게임 액션 분석하기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첫 번째, 액션에 대한 안목 마련만 성공했다. 두 번째, 게임 액션 분석 사례로는 연출이 맛있는 <Zenless Zone Zero>의 액션을 분석해보려고 했는데 늘 그렇듯 할 게 많다는 핑계로 넘어갔다 😓😓.
그래도, 인사이트에 대해 얻은 게 없는 건 아니기에 글을 열며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좋은 액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좋은 액션이란 배경, 주체, 카메라가 하나의 의도 아래 서로 상호 작용하고 강화하며 만드는 '과장된 그럴듯함'이다.
말은 거창한데 영상 속 세계와 세계 속 샷의 주체, 그리고 그 주체를 담는 카메라를 개별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의도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구성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인지가 부조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과장해 전달하자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나루토>의 다음 두 액션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좌측 마다라의 경우, 마다라의 빠른 동체 시력을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고속 이동임을 표현하기 위해 주체는 빠르게 샷에 진입하고, 스미어를 남기며 이탈한다.
이렇게 기본 속도를 빠르게 잡아놓은 상태에서 마다라 얼굴이 잡힌 순간 카메라를 순간적으로 잠시 감속시켰으며 이때 여전히 빠른 안구 운동을 잡아주어, 기본으로 인지된 속도에 안구 운동 속도를 더해 본래 속도감을 상상하게 만든다. (내가 추구하는 예술의 핵심,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향유자의 경험을 더해 완성하도록 만드는 것. 애니메이션이든, 게임이든.. 결국 향유자에게 의미가 있어야 하기에)
따로 슬로우를 넣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빠른 동체 시력을 인지하기 어렵기에 이처럼 기본 속도에 슬로우 상대 속도라는 두 가지 관점을 더해 시청자들이 인식하기 쉽게 강조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우측 사쿠라의 경우, 전투 중인 주체를 보여주면서도 사쿠라가 맞을 때마다 카메라가 약하게 흔들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호작용이 쌓여서 좋은 액션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마다라 눈의 안광이 몸체보다 길게 스미어를 남긴다거나, 사쿠라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잠시 멈췄다가 한번 더 피격돼 날아가는 등의 연출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힘의 방향성이나 규칙의 개요에 크게 어긋나지 않기에 그럴듯하게, 그리고 맛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좋은 액션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답을 내려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액션이란 정(靜)이 품은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동(動)을 통해 발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채움이 아닌 쌓음을 통해 구성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아름다움은 움직임(변화)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지해 있는 상태,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으나 움직임에는 더 많은 의미가 담기기에 대상에 담긴 아름다움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를 발현시킬 방법은 채움이 아닌 쌓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연출을 해보면서 내가 어떤 장면을 원한다고 해서 그 흐름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보다는 키 포즈를 중심으로 애니메이팅을 전개하고, 키 포즈를 비롯한 특정 포즈 위에 카메라를 얹으며, 그 특정 카메라 위에 포즈를 강화할 효과를 얹었을 때 의도한 경험을 쫀득하면서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작곡에 비유하자면 특정 박자 하에 포즈라는 악기, 카메라라는 악기, 효과라는 악기 등의 소리를 쌓아 화성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다. (작곡해 본 적 없어서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
이와 관련해서 액션의 리듬감에 대한 영상이긴 한데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게 생각나서 아래에 올려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내가 이번에 배우고 느꼈던 점이다. 챌린지 과정에서 <Lib's Rarry> 활동이나 포트폴리오 작성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액션 연출 또한 전투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여유가 되면 조금 더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됐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