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나는 대학교 2학년 1학기 이후, 그러니까 2019년 7월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는 지금과 같이 욕심이 많았지만 그걸 통제하지는 못했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중 전공, 머신러닝 스터디 여러 개, 알고리즘 스터디 등 뭐 이상한 걸 많이 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했는가?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저 모든 것들에서 좋은 성과를 낼 만큼 열심히 하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오토체스가 한창 유행일 때라 기숙사에서 스터디 과제를 할 때 외에는 오토체스만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저때의 나는 정말 말 그대로 망해버렸다. 그 중 학점이 2.7이 나와서 국가 장학금을 못 받게 된 게 가장 치명타였는데 이 때 스트레스가 진짜 장난이 아니어서 왼팔에 대상포진이 걸렸었다. 20대도 대상포진이 걸리더라..
그래서 충동적으로 공군 806기 추가 입대에 지원했다. 지금 이 상태면 다음 학기도 큰일날 것 같아서 뭐라도 동기를 부여해야 됐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지 바로 2개월 뒤 입대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입대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당시에 유튜브에서 샬이님을 알게 됐는데 그림이 너무 예뻐서 나도 이 분처럼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혼자 그림 그리기
그런데 그림은 옛날에 미술 학원 다닐 때나 그려봤지 어떻게 시작할 지 몰라서 아래처럼 그리고 싶은 걸 무작정 찾아보고 똑같이 그려보거나 선 긋기를 하면서 연습했다.
이렇게 한 3주 정도 그려보고, 조금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주변 학원을 찾아봤는데 마침 '경일 게임 아카데미'라는 곳이 집 앞이었고, 원화반이 열린다고 하길래 바로 신청을 했다. 신기하게도 신청을 할 때 상담부터 진행했는데 그림 그렸던 게 있으면 가져와서 보여달라고 하시길래 위 그림들이랑 아래처럼 웹툰 '신의 탑' 따라 그렸던 것들 가져가서 보여드렸다. 나는 신청하면 바로 다니는 줄 알았는데 약간 떨렸었다.
아래 그림은 그나마 괜찮은 걸 가져온거고, 막 구도 되게 이상한 것들도 많았는데 상담하시던 선생님이 "오~ 열정이 넘치네!"라고 해서 쑥스러웠다.
학원에서 그림 그리기
학원은 약 2달 정도 다녔는데 생각보다 원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좋았다. 아래 오른쪽의 '블랙 서바이벌'이라는 게임의 유키 모작 외에는 크로키, 해부학 분석, 인체 모양 분석 위주로 배웠다. 지금은 다 까먹긴 했는데 막 그림만 신경 쓰면 되는 걸 "여긴 장요측수근신근이죠?" 하면서 열심히 공부한 거 칭찬받고 싶어서 어그로 끌었던 게 생각난다 ㅋㅋㅋㅋ
이 때 정말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었는데 그 결과로 관찰력이랑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리고 그렸던 그림들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적으로 생각하면서 선생님 피드백 외에 스스로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때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도 자기 객관화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 ㅋㅋ
2019년 10월 21일에 입대 예정이었는데, 입대 전날 까지 수강 기간을 늘리려고 했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왜 생각만 했냐면 예상 이상으로 비싼 학원비가 부담이 됐고, 노력한 것에 비해 좋은 피드백을 못 받은 게 슬퍼서 9월 23일까지만 다녔다.
최근에 노력한 것에 비해 타인의 평가가 좋지 못해서 그만두려고 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일도 보니까 나는 노력을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포기라는 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이 맞냐고 묻는다면 이게 또 애매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성장을 원하는 나에게, 내가 노력을 했고 나의 가치를 보였을 때 기대 이하의 반응이 돌아온다면, 그리고 이 반응으로 인해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떠나는 게 맞지 않을까?
가장 좋은 건 타인의 반응에 냉담해지고, 나의 작업에 대한 신념을 갖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사랑해서 하는 일인데 타인의 평가에 따라 가치가 뒤바뀐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래도 내가 더 활용될 수 있고, 인정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하던 일을 정리할 것 같긴 하다.
학원 글을 쓰다가 뜬금 없게 다른 길로 빠졌는데 아무튼 나의 학원 생활은 이랬다 ㅋㅋㅋ
군대에서 그림 그리기
학원을 그만둔 이후로는 그림을 그린 적이 없는 것 같다. 병장이 되기 하루 전에야 남는 시간을 잘 써보고 싶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때 그린 그림들 중 오글거리지 않는 것만 가져왔다 ㅋㅋㅋ
자화상은 너무 웃겨서 가져왔다. 당시에 동기 형들한테 보여주니까 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부서에서 어쩌다 좋은 펜을 받았는데 그 펜 써보겠다고 이것 저것 모작을 해봤다. 핸드폰 조그만 화면으로 보고 그리는데 눈 빠지는 줄 알았다.
책도 많이 샀는데 그 중 '석가의 해부학'이라는 책이 재미있었다. 거기서 그림을 모작하기도 하고, 또 블랙 서바이벌 캐릭터 모작도 했다. 블랙 서바이벌은 게임을 떠나서 캐릭터 디자인이 되게 매력적인 것 같다.
위의 자히르 모작을 하기 전에 프리즈마에서 색연필도 구매했다. 파버 카스텔이랑 프리즈마 중에 엄청 고민한 기억이 난다 ㅋㅋ 어디서 보니까 색연필을 다루기 전에 발색부터 확인하게 색상표를 만들라는 소리도 있어서 열심히 만들었었다.
색연필을 사고 나서 처음으로 써봤는데 색 표현이 너무 어려웠다. 왼쪽 재키는 스케치 없이 했는데 형태는 잘 나왔는데, 색이 확실하지가 않아서 아쉽다. 특히 저 전기톱이 너무 힘들었다 ㅋㅋㅋㅋ
오른쪽은 핀터레스트의 사진을 하나 가져와서 모작한 건데 채색을 할 때는 망한 줄 알았는데 명암까지 넣어보니까 예뻐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군대에서 TeamFight Tactics, 일명 롤토체스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때인데 내가 우화 니코를 좋아해서 그렸다. 그렸을 때는 '잘 그렸다! 미쳤다리~' 이러고 있었는데 지금보니까 이것도 애매한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그렸었고, 재미있었다.
이건 군대에서 창작했던 그림인데 내가 창작 경험이 없어서 퀄리티가 많이 낮다. 뭔가 티아라를 쓰고, 카드를 날리는 누나를 그리고 싶었는데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ㅋㅋㅋ
이 외에도 동기 형이 쓴 소설 캐릭터라던가 많이 그렸는데 너무 못 그려서 못 가져오겠다 ㅋㅋㅋㅋ
전역하고 그림 그리기
소제가 전역하고 그림 그리기인데, 일단 전역하고 그림 그린 적이 없다. 그림이라기에는 애매하다.. 오버테일 하계 게임잼에서 도트를 찍거나, 브릿지 스터디에서 포켓몬 한 번 그린게 전부였다.
마치며
그림, 정말 재밌게 그렸었는데 시간을 내서라도 조금씩 그려보고 싶다. 이번에 휴학할 예정이니 시간날 때 힐링할 겸 조금씩 그려봐야 겠다. 깃허브 블로그 때 '그림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했었는데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야 정리하게 됐다 ㅋㅋ 어우 속이 다 시원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