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은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며
얼마 전에 게임 스토리 내러티브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To the Moon'이라는 게임에 관심이 생겼다. 'To the Moon'은 한 노인의 임종 전, 그의 소망을 상상 속에서 나마 이루어주기 위한 과정을 다룬 게임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이라는 소리를 들어 이번 기회에 플레이해봤다.
이전 분석과 마찬가지로 '재미 요소'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으나, 'To the Moon'은 재미라기보다는 '인상'을 준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글은 '왜 재미있는가?' 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을 할 예정이다. 다만 스토리 분석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게임의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려고 한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 게임 소개
- 'To the Moon'이 인상적인 이유
- 후기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플레이 한 시간은 총 4.1 시간으로 엔딩을 한 번 보았다. 이 외에 'To the Moon' 스토리 정리, 스트리머 방송등을 보며 인상 깊은 포인트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게임 소개
개요
게임 명 | To the Moon |
개발사 | Freebird Games |
장르 | 어드벤쳐 |
플랫폼 | Window, Mac OS, Linux, Android, ios, Nintendo Switch |
출시일 | 2011년 11월 |
이 글에서 분석할 게임은 Freebird Games의 'To the Moon'(이하 투더문)이다. 22년 07월 기준, 스팀에서 10,5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투더문은 RPG maker로 제작된 어드벤처 게임으로 한 노인의 임종 전 그의 소원을 상상으로나마 이루어주기 위한 과정을 그린 게임이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소원을 이룬 기억을 심기 위해서는 기억의 매개인 기념물을 통해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가능하면 태초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유저는 기억을 심어주는 기업, '지그문트'사 직원의 관점에서 기념물을 찾으며 노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럼 소개는 이쯤 하고 투더문의 어떤 요소가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지 살펴보자.
UI 구성
간단하게 게임 진행에 대한 플레이 UI, 소지품 UI, Save & Load UI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해서 정리하는데 의미가 없어보인다.. 다음에도 비슷하면 이 부분을 생략하자.
'To the Moon'이 인상적인 이유
효과적인 내러티브 방식
투더문의 세계관에서 소원을 이룬 기억을 심기 위해서는 기억의 매개인 기념물을 통해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가능하면 태초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저는 기억을 심어주는 기업, '지그문트'사 직원인 '에바 로잘린'과 '닐 와츠'의 관점에서 기념물을 찾으며 게임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따라서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레 기념물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데, 게임의 진행 방식이 곧 스토리의 내러티브 방식이 되어 스토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여타 어드벤처 게임과는 달리 스토리 외의 다른 부분들은 과감하게 쳐냈기에 이 점이 더 부각된 것 같다.
게임의 스토리가 안 좋았으면 모를까, 정말 인상 깊은 내용이었기에 이러한 방식이 게임의 강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빌드업과 복선 회수
스토리가 핵심이자 전부인 투더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투더문은 '지그문트'사의 직원 입장에서 노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노인의 아내인 '리버'의 알 수 없는 행동, 자주 등장하는 오리너구리 인형, 수많은 종이 토끼 등의 다양한 의문점을 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궁금증은 하나의 기억(컷씬)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되는데 이 때 유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이후부터는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게임 속 등장인물, 리버와 조니를 깊게 이해하여 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슬퍼할 수 있었다.
매력적인 사운드와 영화 같은 연출
게임 초반 피아노를 연주하는 배경 음악과 함께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는 등 게임임에도 영화 같은 연출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들을 통해 게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연출들과 더불어 매력적인 사운드는 게임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강화하였고, 복선 회수 때까지 유저의 감정선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투더문의 스토리는 생각할수록 슬프다는 느낌이 있는데 게임의 사운드가 이러한 인상의 불러일으킨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보게 되는 소재
- 투더문의 등장인물, '리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다.
- '지그문트'사는 기억을 조작하여 삶의 소원을 이룬 기억을 심어준다.
위의 2가지 내용은 투더문의 스토리 소재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그리고 삶과 기억이라는 소재, 이는 유저들이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으로 게임이 끝나도 이와 같은 주제를 생각해보며 게임을 되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었다.
특히 게임 내에서 '조니'와 '리버'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랑은 늘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을 향해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을 넘어갈 때마다 진행되는 퍼즐
투더문에서는 스토리 중간중간마다 기억을 넘어갈 때 퍼즐을 풀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퍼즐이 있어서 끝까지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임의 초중반, 아름다운 음악과 호기심을 불어 일으키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복선이 회수되기 전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제작자는 이러한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간중간에 퍼즐을 배치함으로써 게임에 집중을 하게 만든 것 같다.
물론 퍼즐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이 재미가 핵심이라기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한 요소라는 느낌이었다.
정보와 아이템 설명
사람들은 정말 자잘한 요소에서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나는 투더문의 정보와 아이템 설명에서 이러한 감동을 느꼈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보와 아이템 창에는 게임을 진행하며 알게 된 정보다 아이템들이 기록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와 아이템의 설명을 보면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감동적인 것도 많았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 조니의 집에 있는 시계와 상호 작용을 하면 똑딱거리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는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리버가 이러한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리버를 위해 손수 작업했을 조니를 생각하니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로잘린이 게임의 초반에 닐을 또라이로 생각하지만, 게임의 후반에 가서는 괜찮은 녀석으로 생각하는 등의 디테일이 감동적이었다.
후기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 크게 2가지가 아쉬웠다. 첫 번째는 게임성에 대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다.
첫 번째로 게임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점이 좋기도 했지만 아쉽기도 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인터랙티브 무비는 게임인가?'라는 주제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유저의 행동이 크게 개입되지 않는 것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글이었는데, 투더문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저 정해진 스토리를 정해진 방식대로 스토리 이외의 별 다른 컨텐츠 없이 진행하기에 게임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었다.
투더문의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투더문을 잘 표현할 다른 미디어도 많은데 왜 게임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걸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게임을 위한 스토리가 아닌, 스토리를 위한 게임인 느낌이라 다른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스토리의 결말이 아쉬웠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취향인데, 나는 투더문의 결말이 씁쓸하기만 해서 아쉬웠다. 결국 리버는 자신의 마음이 조니에게 전달된 걸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고, 조니는 거짓된 기억으로 자기만족을 하며 떠나갔다. 결말을 보는 내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슬프고 울었다고 하는데 나는 '이게 뭐지?'라는 물음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투더문에서는 중간에 리버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대신,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조니는 그게 말이 되냐며 그렇게 하면 넌 어떻게 되는데라는 말을 하고, 리버는 "... 행복해지겠지."라는 대답을 한다. 나는 게임이 끝나고 이 부분을 떠올리며 리버는 조니가 기억해낼 거라 믿고 행복하게 떠나갔을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게 아니면 너무 슬플 것 같다.
+)
아니.. 결말이 해피 엔딩인지 조금 더 찾아봤는데 마지막 장면이 조니가 리버에게 오리 너구리를 주는 장면이라고 한다. 이 장면을 못 봐서 다시 플레이해봤는데 정말이었다! 죽어서라도 마음이 전해졌다면 해피 엔딩이 아닐까..?
마치며
투더문은 할 때 슬픈 게임이라기보다 하고 나서가 슬픈 게임인 것 같다. 할 때는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며 문득 떠올라 생각하게 되고, 슬퍼지는 그런 게임인 것 같다.
글을 작성하기 전 '2회차를 해볼까?' 생각을 했는데, 감성적인 게임을 분석하겠다고 악착같이 달라드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여유를 두고 해보려고 한다.
비록 게임의 결말이 아쉽기는 했지만 어떻게 됐든 내 삶에 영향을 준 게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갑자기 리뷰가 됐어.. 투더문이면.. 킹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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