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8일) 자기 전에 칼바람을 한 판 돌리려고 롤을 켜니까 서버 문제로 게임이 실행되지 않았다. 뭔가 아쉬워서 스팀에 잠깐 할만한 게임이 없나 찾아봤는데 예전에 다운만 받아놓은 'Helltaker'(이하 헬테이커)가 있었다.
잠깐만 해볼까 싶어서 게임을 켰는데 게임에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내가 몰입하여 정말 즐겁게 엔딩까지 볼 수 있었다. 잘 설계된 퍼즐에 확실한 컨셉은 마치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을 먹은 느낌이었는데 이 점이 만족스러워서 오늘 자기 전 헬테이커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분석은 이전에 GMTK 채널에서 '무엇이 좋은 퍼즐을 만드는가?' 라는 영상을 보고 [게임 디자인/TIL] - [GMTK] '무엇이 좋은 퍼즐을 만드는가?' 정리 글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이 내용을 기준으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 게임 소개
- GMTK 채널에서 말하는 좋은 퍼즐의 관점에서 본 'Helltaker'
- 'Helltaker'가 재미있는 이유
- 후기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플레이 한 시간은 총 1시간으로 엔딩을 한 번 보았다.
게임 소개
개요
게임 명 | Helltaker |
개발사 | vanripper |
장르 | 어드벤쳐, 퍼즐 |
플랫폼 | Window, Mac OS, Linux |
출시일 | 2020년 05월 |
이 글에서 분석할 게임은 폴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 vanripper가 제작한 헬테이커이다. 22년 08월 기준, 스팀에서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다. DLC는 10,500원에 서비스하고 있으니 본편을 해보고 성향에 맞는다면 구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헬테이커는 악마들로 하렘을 만들기 위해 지옥으로 들어간 한 남자의 이야기로 퍼즐을 풀어 악마들에게 접근한 뒤 대화를 할 수 있고, 대화에서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선택지를 통해 하렘으로 초대할 수 있다.
퍼즐은 단순하게 정해진 이동 횟수 안에 장애물을 뚫고 목표에게 도달하는 방식이며, 마지막에는 저지먼트라는 보스를 만나 사슬을 피하는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럼 헬테이커가 왜 매력적인지 살펴보자.
UI 구성
간단하게 퍼즐 부분만 정리했다.
GMTK 채널에서 말하는 좋은 퍼즐의 관점에서 본 'Helltaker'
좋은 퍼즐의 6가지 요소
지난 [게임 디자인/TIL] - [GMTK] '무엇이 좋은 퍼즐을 만드는가?' 정리 글을 복습해보자. 좋은 퍼즐에는 아래의 6가지 요소가 있다고 했다.
- The Mechanics : 퍼즐이 어떻게 동작할지 결정하는 규칙
- The Catch : 퍼즐을 해결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
- The Revelation :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 The Assumption :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추측하는 과정
- The Presentation : 유저가 추측할 수 있도록 퍼즐을 보여주고, 유저의 추측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
- The Curve : 유저가 퍼즐을 해결하며 알게된 것들을 통해 더욱 흥미로운 퍼즐을 제시하여 지루하지 않게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나는 앞서 말했듯이 헬테이커의 퍼즐이 잘 설계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헬테이커의 퍼즐은 과연 이러한 요소들을 품고 있을까?
'Helltaker'의 Mechanics
우선 게임의 규칙인 mechanics부터 알아보자. 헬테이커의 퍼즐은 어떻게 동작할까? 헬테이커의 퍼즐은 목표인 NPC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위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저는 정해진 턴 수라는 조건 아래 캐릭터를 조작하여 바위를 밀거나, 해골 병사를 밀어 파괴하고, 가시를 피해 열쇠를 얻은 뒤 자물쇠를 푸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여기서 방금 언급한 1가지 조건과 4가지 액션이 헬테이커의 핵심 mechanic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mechanic들을 함께 사용하여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퍼즐이 디자인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열쇠를 얻은 뒤 자물쇠를 푸는 것은 단순하기에 지루할 수 있지만 이를 바위에 대한 mechnic과 함께 사용하여 열쇠를 바위 오브젝트 안 쪽에 위치시켜서 이를 얻기 위해 고민하게 만들 수 있었다.
'Helltaker'의 Catch
다음으로 catch이다. catch는 퍼즐을 해결하며 겪는 어려움을 말하는데 헬테이커에서는 바위를 옮기는 행동 자체가 가장 큰 catch가 되었다. 예를 들어, 목표 NPC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는 바위를 밀어 길을 만들어야 하지만 바위를 잘못 옮기는 순간 길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정해진 턴 수 안에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가시를 최소한으로 밟아야 한다는 어려움에 대한 catch, 적을 파괴하기 위해 소모할 수밖에 없는 턴에 대한 catch 등 다양한 catch들이 헬테이커 퍼즐에 있었다.
이 catch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의 동작 원리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관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관념은 아래에 후술할 revelation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한 번 살펴보자.
'Helltaker'의 revelation
유저는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게 되는데 이 해결 방법을 깨닫는 것을 revelation이라고 한다. 헬테이커의 revelation은 특히 흥미로웠다. 기존 퍼즐의 경험을 통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고, 이 행동은 곧 유저가 사고하는 틀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퍼즐은 유저에게 그러한 틀을 깨기를 요구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GMTK 채널 영상에서 설명했던 대로 유저가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되 고민하면 충분히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그 균형을 잘 맞춘 느낌이었다. 이는 위에서 말했던 대로 유저에게 사전 경험을 통해 틀을 만들고 이를 유저 스스로 깰 수 있게 구성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당시 GMTK 영상에서 이 내용을 볼 때는 감이 잘 안 왔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턴 수와 해골 병사가 있다. 우선 턴 수부터 살펴보자면 유저가 행동할 수 있는 턴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유저는 '최적의 경로로 이동해야 한다.'라는 관념을 품게 된다. 따라서 퍼즐을 접하면 눈에 보이는 최단 거리 주변의 오브젝트에 집중을 하게 되는데 헬테이커는 유저가 이렇게 유도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맵에서 주목받기 힘든 부분까지 잘 생각해야 해결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심지어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주목 받기 힘든 부분부터 주목한다는 아이러니한 점을 이용하기 위해 이런 부분에 의미는 없지만 신경 쓰이는 요소들을 배치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개발자가 퍼즐이 단순해지지 않게 노력한 것들이 보여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골 병사인데 해골 병사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면 파괴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저는 이러한 특징을 게임 초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알게 된다. 유저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골 병사는 파괴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라는 관념을 품게 되는데 이후 스테이지에서 해골 병사를 파괴하면 턴 수가 모자라 클리어할 수 없게 만들어 유저가 해골 병사는 파괴해야 된다는 관념의 틀을 부수고 나오기를 요구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의 틀을 깨고 나오는 revelation 요소가 잘 적용되어 있어서 특히 즐거웠던 것 같다.
'Helltaker'의 Assumption
퍼즐의 assumption은 catch를 해결하기 위한 추측 과정을 말한다. 헬테이커에서는 revelation, 즉 이전 catch를 해결하면서 얻은 깨달음들이 자연스레 추측의 근거가 되어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바위를 잘못 움직이면 길이 막힌다는 catch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면서 '바위의 두 면이 벽에 접하면 더 이상 이동시킬 수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 '빈 공간을 활용하여 바위를 치워야 한다.', '무작정 가봐야 목표 앞에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위 하나를 한 번에 이동시키려 하지 말자.' 등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깨달음을 근거로 캐릭터에서부터 목표까지의 길이 아닌, 목표에서부터 캐릭터까지 만들 수 있는 길을 하나하나 소거하면서 추측하게 되었다. 이러한 추측 과정 또한 즐거워 퍼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Helltaker'의 Presentation
다음으로 presentation은 유저가 추측할 수 있게 배치하고, 이 추측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말한다. 헬테이커에서는 주로 남은 턴 횟수나 잘못된 이동으로 막혀버린 길을 통해 유저 스스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었다.
헬테이커의 presentation에 대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빈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하게 만든 부분이다. 맵을 보면 딱 한 칸 크기의 공간이 눈에 띄게 튀어나와 있는데 뭔가 바위를 넣어보고 싶게 생겼다. 이를 보면서 어린 아이의 모양 맞추기 장난감처럼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매력적이었다.
'Helltaker'의 Curve
Curve는 퍼즐의 순서를 잘 배치하여 난이도를 맞추는 것을 말한다. 헬테이커에서는 위에서 말했듯이 이전 퍼즐을 통해 가시, 자물쇠, 해골 병사, 빈 공간 등의 mechanic을 이해하게 만들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관념을 역이용하여 흥미로운 퍼즐을 디자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Helltaker'가 재미있는 이유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
첫 번째는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이는 퍼즐의 플레이 측면에서 재미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편의성 측면에서 재미를 강화하기도 한다.
헬테이커의 퍼즐은 튜토리얼이 없다. 하지만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있지는 않는데 이는 헬테이커의 퍼즐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말한 Curve와 비슷한 것 같은데 알아야 할 것을 직관적인 그래픽과 절차적인 스테이지 배치로 차근차근 익힐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비단 퍼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반적으로 잘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최종 보스와의 전투에서 첫 번째 페이즈의 클리어 직전 사슬과 캐릭터만 두어 사슬을 부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는데, 다음 페이즈에서 이를 활용한 기믹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플레이 타임, 간단한 조작으로 인한 낮은 피로도
짧은 플레이 타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와 같이 게임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라면 대부분 매우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었는데, 재미있는 게임을 한 시간 내외로 클리어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충분한 매력 요소로 느껴졌다. 거기에 간단한 조작과 적당한 긴장감까지..! 정말 즐거웠다.
혹자는 재미 있는 게임을 더 오래 하면 좋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근데 적어도 나는 패키지 게임을 시작했는데 클리어하지 못한 경우,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그냥 차라리 빨리 끝내버리는 게 속 편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인 점, 참고 바란다..!
리듬감 있는 보스전
보스전에서는 보스전 배경 음악이 재생되면서 사슬을 피하는 게임이 진행되는데, 뭔가 나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서 피하게 되는 게 재미있었다.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턴제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패턴이 진행됐는데 아쉽긴 해도 난이도를 잘 설정해서 적당히 어렵고 피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보스전은 패턴이 고정이라 계속 도전하다 보면 결국에는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이 컨트롤이 좋지 못한 유저도 큰 부담감 없이 클리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피지컬이 아니면 실력이 아니라는 괜한 오기에 외우지 않고 트라이하다가 결국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 결국 외웠다 ㅋㅋㅋㅋ
개성 있는 컨셉
별 다른 스토리 없이 악마 하렘을 만들겠다고 지옥으로 쳐들어간 주인공을 보며 별 다른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었고, 다른 걸 다 제쳐두고서라도 캐릭터 컨셉 자체가 개성이 넘쳐서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퍼즐을 클리어 한 뒤에 매력적인 NPC들과 대화하는 미연시 요소는 게임의 즐거움이 되기 충분했다.
게임 수 많은 팬덤과 이들이 만들어 내는 2차 창작물들이 많다는 걸 보면 헬테이커의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다.
후기
아쉬운 점
크게 아쉬운 점은 아니고 자잘하게 2가지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정해진 턴 수가 스테이지 별로 차이가 나는 경우에 '아! 이거 오래 돌아가야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이 약화된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보스전에서 패턴을 외우지 않으면 대부분 체력을 잃게 되는 억까 패턴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 외는 딱히 아쉬운 게 없는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마치며
원래 퍼즐 게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헬테이커를 플레이하면서 '아 이게 퍼즐이고, 이게 사람들이 퍼즐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분석 글을 작성했다.
이번 분석 글을 작성하면서 저번에 이론적으로만 파악했던 좋은 퍼즐에 대한 조건을 실제 퍼즐 게임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퍼즐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열심히 작성했지만 헬테이커의 재미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스팀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 한 번 플레이 해보길 바란다!
+)
2023.07.13 추가
23년 7월 6일 DLC까지 클리어!
DLC는 퍼즐도 퍼즐이지만 피지컬과 암기를 요구하는 스테이지가 몇 가지 있었다. 특히, 마지막은 본작과 마찬가지로 기믹을 회피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사실상 패턴을 외우지 않은 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이게 불쾌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고민해봤을 때 답은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Helltaker>에서 요구하는 피지컬은 '이 정도 수준이 안 되면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없어.'가 아닌 '이거 규칙 있으니까 잘 찾아보고 이용해봐.' 라는 느낌에 가깝다.
실제로 본작은 이동 횟수를 다 소모했을 때 죽었다면, DLC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스테이지는 패턴을 파훼하지 못했을 때 죽게 돼서, 결론적으로 둘 다 퍼즐의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했을 때 죽는다는 건 동일하다.
그렇기에 게임의 플레이 방식에 변화가 있더라도 핵심 방향성 '규칙을 이용해 파훼해라.'가 망가지지 않았기에 유저의 입장에서 크게 당황스럽고 불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본작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DLC라는 느낌도 덜 하고, 특별한 감흥도 없었을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방향성에 맞는 피지컬적인 기믹이 추가됐기에 본작의 재미에 더해 특유의 속도감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 디자인 > 게임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kiro™: Shadows Die Twice』 - 전투 시스템 분석 (0) | 2024.12.02 |
---|---|
To the Moon 분석 - Freebird Game (0) | 2022.08.01 |
Slay the Spire 분석 - Mega Crit Games (0) | 2022.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