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애초에 즐기려고 플레이한 게임이 아닌데, 그냥 너무 재미있다.
나는 게임 디자인을 하면서도 가끔 가다 한 번씩 <League of Legends>, <Valorant>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마저도 끝나고 보면 재미있다기보다는 시간 낭비 같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잘 만들기는 했지만.. 익숙함 때문일까? 어쩐지 즐겁지가 않다..)
게임을 플레이하기보다는 만드는 걸 훨씬 좋아하는 쪽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게임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입장에서 매일 분석 없이 <League of Legends>, <Valorant>만 반복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간간이 레퍼런스 쌓을 겸 게임 분석을 해보려고 다른 게임도 플레이해보고 있다.
이번 <NieR:Automata>도 그 일환이었는데, '언젠가 해야지..'라며 세일 때 구매해 둔 게임을 장장 1년 동안 2~3달에 한 번씩 찔끔찔끔 플레이해서 이번에 A 루트 엔딩을 봤다.
아무튼 어떻게든 클리어하고 느낀 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선명함, 생명력 내지는 울림이 확실히 느껴졌다.
엔딩을 봤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껴 재미있는 건가 고민을 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나는 <NieR:Automata>의 엔딩 직전까지는 지루했는데 그 이유는 3가지였다.
- 카메라 시점이 계속 돌아간다.
- 전투가 어지럽고, 그냥 연타만 하게 된다.
- 길이 복잡해서 계속 헤맨다.
그래서 그냥 빠르게 끝내고, 분석 글이나 적자는 생각에서 인내하며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내가 잘못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자동 사격 꺼라.
초반에 조준하는 게 어렵길래 자동 사격 칩을 끼고 플레이했는데, 이것 때문에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근거리에서 어지러운 거였다.
초반부터 자동 사격을 사용하다 보니까 카메라 돌아가는 게 원래 적 만났을 때 연출인 줄 알았다..
거기에 알고 보니 약 공격, 강 공격을 그냥 막 누르는 게 아니라 커맨드를 응용하면 다양한 액션이 가능했다. 자동 사격 때문에 카메라 돌아간다는 걸 알고 나서는 거추장스러워서 끄고 했는데, 적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하면 '팅-'하고 칼 튕기는 소리 나면서 방어되는 것도 재미있었고, 액션의 재미가 확실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길이야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비슷한 곳만 왔다 갔다 해서 가끔 한 번씩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더라.
이 외에도 패드에 스크린샷 버튼을 찾아보려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엔딩에 와서야 처음 알게 된 기능도 있고, 여러모로 나 혼자 불편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ㅋㅋ.
게임을 이해하고 즐기려 하지 않았던 벌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게임 시네마틱에 매료돼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인 입장에서 스토리가 주는 울림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원래는 모든 엔딩을 보고, 분석한 뒤에 글을 남기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해서, 그리고 게임 이후에 '시간 낭비했다.'가 아닌 '즐거웠다.'를 말할 수 있는 게임이어서 이렇게 짧게 글을 남겨봤다.
본래 생각했던 대로의 리뷰/분석 글은 다음에 클리어 이후에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조만간.. 아니.. 내년쯤..? ㅋㅋ)
끝으로, 이 글의 제목은 '요코오 타로는 신인가?'이다.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 짓겠다.
혹자는 이 제목을 보면서 '게임을 재미있게 했나 보다.' 정도로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맞지만 조금은 다르다.
혹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는가?
God is in the Details.
- Ludwig Mies van der Rohe -
독일의 한 건축가가 한 말로,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는 말이다. 그럼 아래의 인게임 스크린샷을 보자.
아직 못 찾았다고? 그럴 수 있다. 중요하니 강조해서 다시 한번 보자.
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내가 플레이 한 환경은 최적화가 별로라는 PC에 그래픽 품질은 중간이었다. 근데 이게 구현이 돼있다고? 이게 구현이 돼있다고?? 정말로???
요코오 타로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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