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2022년 연말 회고 글을 적으며, 3학년 1학기 학교 생활을 되돌아봤다.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당시 만든 과제 폴더를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대학 생활 3학년 1학기에 어떤 과목을 수강했고, 뭘 했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리뷰해보려고 한다.
수강한 강의
교양 : 관계의 기술
당시 인간관계와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수강 신청한 강의다.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을 비롯해 갖가지 심리에 대한 정의를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 비슷한 개념을 접하면 이런 게 있지 않았는지 고민하는 정도로만 기억에 남는다. 비슷한 개념을 볼 때 연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에 의미 있는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조별 과제인데, 복잡한 건 아니고 인간 사이의 이루어질 수 있는 관계의 한 종류를 찾고, 그 과정을 정의하는 조별과제였다. 이때 롤하면서 트롤링에 화가 나 있을 때라 트롤링을 주제로 제안했는데 얼떨결에 그대로 진행하게 됐던 게 기억에 남는다.
최종 성적 : A+
느낀 점
- 어떤 마음이 든다면 그 마음이 떠오른 원인을 생각해 보고, 마음이라는 원인에서 행동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파악하여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해 보자.
전자공학 : 컴퓨터 네트워크
당시 서버 개발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 배운 뒤 피상적으로밖에 기억에 남지 않은 네트워크 지식을 다시금 정리하고자 해당 강의를 수강 신청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수업에 가보니 컴퓨터 네트워크라기보다는 통신 이론에 관련된 내용을 배우게 됐다.
그래도 첫 강의에서 느낀 인상은 좋았다. 출석 점수는 없으니 학교에서 정한 최소 출석 기준만 채우고, 너희가 필요한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여기에 혹해서 수강 철회하지 않고, 오기로 버텨보기로 했다. 졸업까지 필요한 학점이 많이 남은 상황이라 더더욱 수강 철회가 부담이 되는 시기 었기에 이런 판단을 한 것도 있다.
그러나 한 달 뒤, 링크 버짓과 패스로스에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갑자기 물밀 듯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무상함 밀려왔다. 물론 사람이라는 게 가끔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로 인해 하고 싶은 일에 영향이 가니 그 무상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짧은 보고서만을 남긴 뒤 자체 수강 철회, 그니까 드랍을 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강의가 왜 '컴퓨터' 네트워크인지..
최종 성적 : F
느낀 점
- 판단은 빠르고, 정확하게 할수록 효과적이다.
- <에브리타임> 강의 평가에는 악의와 거짓말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나쁜 인간들..)
소프트웨어학 : 자료구조론
2학년 1학기, 입대하기 전 마지막 학기 때, 중간고사 시간을 잘못 알고 가지 못해 재수강하게 된 강의다. 이전부터 자료구조, 알고리즘에 대해 조금씩 공부를 했기에 크게 어려운 점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특별했던 경험이라고 하면 수업 진행에 사용된 언어가 java라 처음으로 다뤄봤다는 거고, 이 당시에 <Clean Code>를 한창 읽던 때라 객체 지향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학습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 발판, 사용하지 않아서 지금 무너지려고 한다. 2월의 자기 계발 목표는 알고리즘인데 c++로 진행할 예정이기에, 이번에 겸사겸사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최종 성적 : A (재수강 제한)
느낀 점
- 지식을 쌓는 것과 활용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 삽질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자공학 : 마이크로프로세서 응용
전자공학부 전공 학점을 채우려고 수강한 강의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강의보다 '비교적'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수강 신청을 했다.
이론은 그냥 돌처럼 앉아있기만 했고, 실습은 그래도 꽤 재밌게 했는데, 실습 기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실습의 마지막에는 원하는 걸 만들고, 교수님께 피드백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7-segment display, 온습도 센서, LED 다이오드 등 실습한 것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사람 손의 온습도 측정값으로 그 사람의 기분 상태를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첫 번째로,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람의 감정에 따라 신체가 발산하는 온습도의 변화를 따로 조사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로, 활용 목적을 학술적인 목표에 어긋나는 걸로 설정했다. 다른 팀들은 '악화되는 대기 환경을 알아차리기 위해 미세 먼지 감지기를 만들었다'와 같이 소개했는데, 나는 이 프로젝트를 장난감으로 팔겠다고 했다. 여기서 교수님 표정이 정말 애매했다.
큰 관심이 없는 강의라는 이유로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기는 싫은 그런 강의였다.
최종 성적 : B
느낀 점
- 강의 시간에는 강의를 듣자.
- 관심이 없는 걸 진심으로 대하지는 못해도, 진지하게 대하도록 노력하자.
기타 : 머신러닝의 이해
타 학과 전공 인정 교과목으로 개설된 강의다. 늘 전자공학 전공 학점에 목말라하던 나에게 한 줄기 빛, 한 줌의 소금과 같은 강의였다. 바로 신청했고, 강의 기간 내내 재미있게 수강했다.
머신러닝은 입대하기 전, 여러 스터디에 다니며 체험만 한 적이 있는데, 스터디 때 봤던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머신러닝' 책을 추가로 보며 학습했다.
인공 지능은 게임 분야와도 큰 관련이 있기에 미약하게나마 계속 배워보고 싶다. 올해(2023년) 하반기에 3학년 2학기로 복학하면서 캡스톤을 하거나,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가능하면 게임 인공지능 관련된 주제로 진행하려고 한다.
최종 성적 : A
느낀 점
- 자체 공강은 단순한 피로가 아닌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하자.
소프트웨어학 : 컴퓨터 구조
나는 게임 엔진에도 관심이 많다. 어디선가 게임 엔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를 위해 해당 강의를 수강했다.
하지만 실제 강의는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따로 게임 엔진을 알아본 적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런 것까지 알아야 되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어리다는 게 느껴진다. 배움이라는 게 때로는 익혀야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저 흥미 본위로 필요에 의해서만 학습하다 보니 아니다 싶으면 때려치우는 일들이 많았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워야 하는 이유라도 따로 조사해 봤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찌 됐든, 당시의 나는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이론과 문제 풀이의 반복에 지쳐 강의에 소홀히 임했다.
최종 성적 : C+
느낀 점
- 배움에 이유를 찾으며 그만두는 것은 더 의미 있는 걸 배우기 위함이 아닌 이상 회피에 불과하다.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성실히 임하자.
마치며
3학년 1학기 이후,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제대로 쌓아보고 싶어서 1년 간 휴학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보람찬 삶이다. 의미를 찾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수많은 시련과 고민거리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의미를 찾아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제 휴학을 한 지 반년정도 지났는데, 체감상 과거의 내가 3년은 투자했어야 쌓을 수 있는, 그 이상의 성장을 이룬 느낌이다.
사실 이 때문에 자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학위, 등록금, 경험 등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걸 고려해 봤을 때, 내 입장에서 대학 생활은 그저 돈을 주고, 다양한 활동에 필요한 '대학생'이라는 신분과 졸업 이후 조금 더 편하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티켓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졸업 이후의 일은 겪지 못했기에 이것의 가치를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대학 생활보다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이 더 절실했다.
'고민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뜻을 접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전에 한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대학 생활과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 이는 상호 배척하는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성장은 할 수 있다. 성장 경험은 언제든 쌓을 수 있지만, 대학 생활은 지금이 적기이다. 성급함에 스스로의 보루를 걷어차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지금은 수확을 할 때가 아닌 씨를 뿌려야 할 때다.
조급해하지 말고, 한 번에 큰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길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쌓아가자. 내가 바라는 '나'가 아닌 그저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는 '나'를 만들어보자. 지금 내 이상이 호응하는 것들을 따르다 보면,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자연스레 이상이 실현될 거라고 믿는다.
이로 인해 이상이 변질된다 한들 어떤가, 그것 또한 나인데. 이상은 영원불멸하지 않다. 어디선가 보았던 인상 깊었던 문구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짓겠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中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코오 타로는 신인가? (2) | 2023.06.01 |
---|---|
1월은 나의 레벨 디자인 (2) | 2023.02.04 |
한 달 늦은 2022년 연말 회고 (4) | 2023.01.31 |
나는 어떤 기획을 꿈꾸는가? (0) | 2022.11.06 |
Google Play 인디 게임 페스티벌 2022, 유저 심사위원단 참가 후기 (2) | 202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