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들어가며
이번에 한국 공학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2024 한국 공학 대전에 참가했다.

한국 공학 대전은 지난 8월 말 학교 측으로부터 제안받아 알게 됐는데, 반쯤은 필참인 행사여서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 간 졸업 작품, <Breath in Winter>(이하 졸작)를 전시했다.
졸작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삽질을 하며 프로젝트를 개선하기도 했고, 전시 중 느낀 것들도 많아, 이번 기회에 한국 공학 대전을 준비하고 참여한 후기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글은 총 2편으로 구성돼있으며 목차는 아래와 같이 구성할 예정이다.
목차
상편 : 프로젝트 준비 과정
- 무엇을 준비하고자 했는가?
- 개선 : 히트 박스 (Hit Box)
- 개선 : 레벨 업 & 업그레이드
- 결과
하편 : 프로젝트 전시 과정
- 전시 준비
- 시상식
- 전시
- 느낀 점 (후기)
- 결과
그럼 긴말 말고 같이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오늘은 어제 작성한 상편에 이어, 하편을 작성하고자 한다. 하편은 전시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편하게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2024 한국 공학 대전 후기 (feat. Breath in Winter) (상)
들어가며 이번에 한국 공학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2024 한국 공학 대전에 참가했다. 한국 공학 대전은 지난 8월 말 학교 측으로부터 제안받아 알게 됐는데, 반쯤은 필참인 행사여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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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전시 과정
전시 준비
작품 개선을 마치니 전시까지 이틀 남은 상황이었다. 패키징은 진작 실패했고, 노트북을 대여해 전시하기로 했는데 마침 좋은 게이밍 노트북 대여 업체를 알게 돼 학교의 지원을 받아 노트북을 대여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와이파이였는데, VR은 가능하면 무선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편해서 유틸리티 조사서에 공유기를 요청했다. 그런데 학교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용 와이파이를 쓰면 된다고 전달받았다는데, 아무리 봐도 신호 품질이 좋을 것 같지 않아 보험용으로 급하게 오큘러스 케이블 하나를 준비해 뒀다.
아니나 다를까, 전시 공간에 도착해서 부스에 작품을 설치하는데 소통 오류가 있었는지 와이파이에 대한 준비가 없어서 케이블로 전시를 했다. 전시 당일 새벽에 케이블을 배송받았는데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어쨌든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확인했고, 운영진 측에서도 후속 조치를 잘 취해주셔서 전시 영상 재생 등에 필요한 와이파이를 제공받아 전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시상식
부스 설치 이후에는 전시까지 시간이 남아서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 홀에서 시상식 리허설이 있으니 수상한 사람들은 홀로 나와달라며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해당 없으니 쉬면서 잡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불렸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가서 물어보니 수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진짜 뭐지 싶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전시 안내받을 때 지나가면서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결과적으로 한국 생산 기술 연구원장상을 수상했다.
전시
다음으로는 이틀간 사람들에게 작품을 전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솔직히 내 부스에는 사람이 적었다.
앞의 부스에는 한국 공학대 게임 공학과 사람들이 만든 졸업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야기해 보니 DirectX 12(이하 다렉) 책을 정독하고 다렉만으로 퀄리티 좋은 멀티 게임을 만든 팀이 있지를 않나, 나이아가라 시스템을 잘 써서 시각적으로 느낌 있는 연출을 이끌어낸 팀, 친구랑 하기 좋은 배틀 로얄을 만든 팀 등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Bridge나 GameMakers 같은 연합 동아리가 게임 개발 지망생 굇수들이 모인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굇수들이 모인 곳도 맞고 실제로 훌륭한 작업도 많이 하지만, 이곳에도 숨겨진 굇수들이 많아서 살짝 벽 느껴졌다.
아무튼 사람들이 없어서 약간 시무룩해하면서 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교수님을 설득해서 PC 게임으로 만들었어야 됐나? VR 쪽으로 갈 것도 아닌데 뭔가 사서 고생한 느낌인데.
레벨 업 & 업그레이드 같은 기능 개발이 아니라 편의성 부분을 개선해서 어트랙션 느낌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어야 했나?
.. 뭐 어쩌겠나. 당시에는 일단 그렇게 작품을 준비했으니 당장에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봤다. 플레이하신 분들을 보며 어느 과정을 즐거워했는지, 어느 과정을 어려워했는지 살펴봤고, 그 뒤에는 개인적인 의견을 여쭤봤다.
긴 무기 차징 시간, 빠르게 차오르는 과부하 수치, 조준점의 직관성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데이터테이블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조정했고, 안 되는 부분은 최대한 잘 설명해 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특히 조준의 난이도, 처음에는 똥손인 내가 플레이할 수 있으니 다른 이들도 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뻔한 개발자의 오류를 범했다.
그래도 위와 같은 과정을 몇 번 거친 뒤에는 좋은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재미있어요! 이걸 혼자? 너무 잘 만든 것 같아요!
레벨 업 너무 좋은데요? 딱 재미있는 부분만 잘 가져오신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시럽시럽 메이플시럽>에 이은 두 번째 도파민..! 행복했다. 이때 '확실히 내가 게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게 맞구나, 이쪽으로 준비하고 나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 시스템에 대한 조정과 설명 외에는 체험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이게 게임을 기획하면서 재미를 구성하는 거랑 비슷했는데, 일단 체험자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VR이라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에 대한 놀라움과 공간감을 살리는 것이었다.
전시를 하면서 체험자 분들을 보면 VR을 처음 착용하신 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 환경 때문인지, VR을 착용해도 모니터를 바라보듯 같은 자세, 같은 방향만을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약간의 설명 이후 바로 게임을 시작하기보다는 초심자 분들이 VR이라는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테스트를 겸해 기본 공간에서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컨트롤러가 반영된다는 점,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된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준비 과정을 추가해 봤다.
이렇게 하니까 초심자 분들도 뒤를 향해 총을 쏘는 등 플레이 방식이 다양해졌고, 만족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두 번째는 놀랄만한 포인트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전시 당시 프로젝트에서는 몬스터 AI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해서 적들이 단순히 플레이어를 향해 직선적으로 뒤따라오기만 했다. 이에 더해 플레이어 분들이 앞의 몬스터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뒤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서 깜짝 놀라는 장면을 몇 번 봤는데 이 점을 활용하면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플레이 중간에 '한 번 뒤를 바라보실래요?'라고 말하며 수많은 몬스터가 쫓아오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게 유도했고, 이렇게 하니 일단 체험자 분 자체로 깜짝 놀라며 즐거움을 느끼셨다. 그리고, 핵심은 같이 오신 분이 있을 때인데 같이 오신 분들이 그걸 바라보면서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되게 보기 좋았다.
이때 전시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니, 전시에서는 함께 즐기기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따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VR이 이 부분을 훌륭하게 충족시켜 줘서 좋았다.
일례로, 어떤 분께서는 뒤에 쫓아오는 몬스터를 잡으려고 팔을 뒤로 뻗어서 사격하고 있는데, 뒤에 구경하던 관람객을 가리키면서 놀라는 모양새가 돼서, 친구분들도, 뒤의 관람객도 웃으면서 보는 장면이 연출됐다. 방구석에서 개발만 하던 내 입장에서는 되게 인상 깊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마무리했다.
느낀 점 (후기)
가장 먼저 유저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어떤 시스템이 있고, 어떤 걸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편하고 직관적인 UI와 조작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 부분이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이후에 전시를 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될 지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시연하러 오기를 어려워했지, 한번 권해 시연하시면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걸 확인해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외에는 전시하는 프로젝트가 일반적이지 않은 조작 방식(예 : VR 모션 컨트롤러)을 사용하는 경우, 버튼에 스티커 같은 걸 붙여놔서, A나 B키 같은 명칭보다는 빨강, 노랑 키와 같이 더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설명하고,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작품 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한국 공학대 게임 공학과에 감탄했다. 개막식에서 연설을 총장님부터 국회의원님, 의장님, 원장님 등 1시간 가까이 릴레이로 듣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었는데 그럴만한 격이 있는 행사라는 게 느껴졌다.
일단 오프라인으로 전시돼 확인한 게임이 3종 밖에 없지만 하나 같이 수준이 높았다. 특히 다렉만으로 멀티 게임을 만든 팀.. 최근 기본기에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벽 느껴졌다. 어떻게 공부했는지 여쭤봤었는데 나도 기획 준비하다가 지루해지면 시간 날 때 틈틈이 따라 해보려고 한다.
결과
한국 생산 기술 연구원장상을 수상했다.
마치며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결과적으로 즐거웠던 행사였다.
나는 이번 한국 공학 대전을 계기로 계획을 정정했는데, 원래의 나는 전투 베이스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만큼, 게임 개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업까지 1년 남았으니 연말까지 <Breath in Winter> 프로젝트를 개선해 보고 리팩토링 및 최적화하면서 출시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후 기술적인 역량이 충족됐다고 생각될 때부터 전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나는 인디 게임 개발을 하려는 게 아닌 좋은 게임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는 것이기에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건 <Breath in Winter>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 않게 주의하자.. 😥)
그래서, 이전 편에서 언급한 대로 기획 작업 위주에 틈틈이 개발 기본기를 쌓아가는 방향으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의 나는 게임 개발보다는 게임 플레이가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 10월 말까지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겨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이런 느낌으로 진행할 거라는 것만 잡고 가면 될 것 같다.
다음으로, 한국 공학 대전에 대한 정리는 이쯤 하고 블로그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에 소모임을 같이 하던 지인분을 만났는데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냐고 질문받은 적이 있다. 사실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답변하기는 애매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만 정리하면, 2년 전에 거의 처음 쓰던 GMTK 정리 글이 6시간 걸렸고, 얼마 전에 썼던 Cel Shading 글이 10시간 걸렸던 게 생각나 답변을 했다.
[GMTK] '게임 느낌과 주스에 관한 비밀' 정리
들어가며 오늘은 게임 디자인 관련해서 유명한 Game Maker's Toolkit 채널에서 '게임 느낌과 주스에 관한 비밀'라는 영상을 봤다. Game Maker's Toolkit Game Maker's Toolkit is a deep dive into game design, level design,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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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엔진으로 Cel Shading을 구현해보자.
들어가며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오늘은 셀 셰이딩(툰 셰이딩)에 대한 글로, 포스트 프로세싱을 통해 카툰 스타일을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기획에 대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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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득 내가 말하고 내가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다. 글이라는 게 계속 쓰다 보면 실력이 는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한국 공학 대전 후기 글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해 봤다. 가장 먼저 두 편의 초안을 작성하는데 2시간 30분, 상편을 작성하는데 4시간 30분, 하편을 작성하는데 2시간으로 총 9시간이 걸렸다.
블로그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음.. 블로그는 잘하고 있는 것 같네. 그런데, 아직 말로 하는 설명에 부족함이 느껴져서 앞으로는 남는 시간에 블로그 글을 잡고 설명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그냥 뜬금없지만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럼 끝! 10월 말에나 다른 글로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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