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글 목록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1)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2)
- 현재 글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3)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4) [完]
시리즈 들어가며 다시 보기
들어가며
23년 09월 03일, 약 1년 가까이 진행했던 <Lost In Hope> 프로젝트가 종료됐습니다.
<Lost In Hope>가 종료된 이유부터 말씀드리면, 더 이상 프로젝트가 팀원들에게 의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 들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가진 생각과 게임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느라 팀원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가 맞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나쁘게 끝난 건 아니고, 그냥 지지부진한 진행도, 현생 이슈로 이탈하는 팀원들, 멘탈 나간 제 자신으로 인해 자연스레 종료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Lost In Hope> 프로젝트의 회고록을 작성해보려고 하는데요.
<Lost In Hop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엇이 좋았고 (Liked), 어떤 게 아쉬웠으며 (Lacked), 배운 점은 무엇인지 (Learned),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Longed for)'를 정리하는 4L 회고 방식으로 그동안 진행했던 '<Lost In Hope> 개발 일지'의 종장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럼 목차부터 살펴봅시다.
목차
- 무엇이 좋았는가? (Liked)
- 분석과 탐구 : 게임 디자인 이슈를 대하는 자세
- 논리와 설득 : 비전을 전달하는 자세
- 회고와 기록 : 성찰하고 성장하는 자세
- 시도와 실패 : 프로젝트 매니징을 다루는 자세
- 비전과 테마 : 나의 영혼을 대하는 자세
- 결론 - 무엇이 아쉬웠는가? (Lacked)
- 방향성 유지의 오류
- 규모 조절의 오류
- 관계 구축의 오류
- 완벽 지향의 오류
- 결론 - 무엇을 배웠는가? (Learned)
- 프로젝트로 팀원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 타겟 유저라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
- 체계를 다루는 방법
- 비전을 설정하는 방법
- 자유를 얻는 방법
- 결론 - 무엇을 바라는가? (Longed for)
- 내가 정의하고, 나를 정의하던 틀 해체하기
- 내가 집착하던 이상과 의미 놓아보기
- 나의 게임 디자인적 주관, 나아가 삶의 주관 찾기
이상입니다! 목차를 예쁘게 정리하고 싶어서 끝을 맞추다 보니 너무 거창해졌네요.
사실 자기 계발이나 게임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너무나 당연한 사실들을 다루는 내용이라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그냥 쉬엄쉬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가로, 모든 회고를 정리한 뒤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진행하고 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고 마무리 지으려고 해요.
서론이 길었는데 기대컨은 이쯤 하고, 같이 제 실패 원인을 낱낱이 살펴보도록 합시다!
무엇을 배웠는가? (Learned)
프로젝트로 팀원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프로젝트로 팀원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면서 배운 점이에요.
팀원은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바랄까요? 각각의 개개인이 바라는 의미보다는 조금 더 일반화된,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바랄 수밖에 없는 의미라는 게 있을까요?
전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희망'과 '보람', 그리고 '성장'이에요.
희망이라고 하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미래를 그리게 하는 것을 말하고, 보람이라고 하면 본인들의 노고가 프로젝트에 반영되어 있는 걸 직접 확인하는 것을 말하며, 성장이라고 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무언가를 배운다고 느끼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프로젝트를 통해 이걸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먼저 희망이에요. 희망은 단순히 성공적인 미래를 그리게 하는 것도 좋지만,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당시의 저는 이를 위해 페이퍼 프로토타입이나 회의를 기록하는 문서들 위주로 자주 공유했는데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 가능한 버전을 최대한 빨리 완성시킨 후, 주기적으로 플레이하며 팀원들이 직접 재미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저는 이 부분에서 여러 번 작업하는 일을 없게 하겠답시고 초반에 기획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어요. 이 때문에 프로젝트 초반의 열정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네요.
글을 보는 여러분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완벽한 기획보다는 시청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작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기를 바라요.
다음은 보람이에요. 보람이라는 건 희망과 성격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보다는 팀원 개개인이 '기여했다는 만족감'을 받도록 집중한다는데 차이점이 있어요. 당시의 저는 이 부분을 완전히 간과했는데요. 제 작업에만 집중한다고 팀원들의 만족감은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부분도 희망 부분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 가능한 버전을 최대한 빨리 완성하는 거예요. 당연한 소리겠지만 팀원들로 하여금 개개인의 작업물이 게임에 반영되어 실제로 동작하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죠.
사실 이 얘기는 강연 같은 것들을 듣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소리이긴 한데요. 당시의 저는 기획이 어느 정도 확정된 뒤에 개발을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에 갇혀 이를 간과하고 말았어요.
물론 기획이 개발보다 선행돼야 하는 게 맞긴 하는데, 아무리 기획을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팀원의 열정이 식어버리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게임의 규모가 크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줄이거나, 사전에 기획을 어느 정도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규모가 크면 줄여라.. 이렇게 적고 보니까 멍청해 보이기는 하는데.. 예, 멍청한 것 같습니다..ㅠㅠ. 직접 기획하고 있는 당시에는 이게 객관적으로 파악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것도 감각을 길러봐야 될 것 같아요.
마지막은 성장이에요. 이 부분은 이전 편의 '관계 구축의 오류' 쪽에서도 살짝 다뤘던 내용인데요. 프로젝트의 성패와 상관없이 팀원들에게 흥미로운 성장 과제를 제시하는 게, 동기를 부여하는 부분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정리해 봤어요.
저는 '팀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팀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만 집중했거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팀 프로젝트라는 건 내가 원하는 틀에 상대가 가진 조각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조각을 배치해 보며 원하는 형상이 나왔을 때 그걸 틀로 삼아 빈틈을 매워간다는 이미지가 조금 더 적절한 것 같아요.
뭐.. 팀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전자 쪽이 맞을 수도 있지만, 소규모 인디 팀에서 모두가 즐겁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후자 쪽이 조금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가장 좋은 건 디자이너가 '팀원들의 조각을 배치해 만드는 형상'에서 '본인이 원하는 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거겠죠.
추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 어려워 보이네요.. 그냥 '팀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이 아닌 '팀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도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된다는 내용이에요. 팀원들이 할 수 있는 것만 요구하는 건 배려가 아닌 고문이었다는 걸 늦게 깨달아버렸네요.. ㅠㅠ
타겟 유저라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
타겟 유저라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은 저를 포함해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번 <Lost In Hope> 프로젝트를 통해 게임 디자이너가 타겟 유저가 아닌 본인의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나, 본인의 영혼이 강하게 호응하는 것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게임 개발에 은총알(성공의 공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때문에 감각이나 경험을 따르기보다는 이론과 체계를 따라 성공의 공식을 찾아봐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타겟 유저를 설정했고, 프로젝트의 성과적인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에 따라 체계적인 디자인을 하려고 시도했죠. 그런데 결국 '이건 함정이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음.. 이게 아직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이론과 체계로부터 무언가를 쌓아 올리면 완성도는 있어 보이더라도 결국 재미는 없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분명 시스템이 제가 의도한 감정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딱 거기에서 그치고 무언가 울림 같은 건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당시에는 아직 견고하게 쌓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이 나오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확인이 어렵게 됐네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게임 개발이라는 건 결국 디자이너의 경험을 유저에게 전달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유저에게 말할 것인지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부터 올바르게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저는 아직도 은총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론과 체계를 비롯한 분석에 대한 고민은 그만두지 않을 거고요. 다만, 앞으로는 이것들만 진리인 양 생각하지 않고, 제 영혼을 울리는 경험과 감각을 분석보다 한, 두 걸음 정도만 앞에 두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경험이 쌓였을 때 제 주관으로부터 정말 은총알 비슷한 걸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체계를 다루는 방법
체계를 다루는 방법에서는 좋은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 아닌, 체계를 어떤 이미지로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먼저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네요. 체계는 무엇을 위한 걸까요?
게임 개발에서의 체계는 흔히들 아래의 2가지 목적에 의해 구축되는 것 같아요.
- 게임의 재미를 만들기 위함.
- 개발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기 위함.
이걸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저는 게임의 재미보다는 개발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구축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게임의 본질적인 목표는 '재미'인데 말이에요. (심지어 제 체계로 인해 개발 진행이 잘 된 것도 아니고요..)
물론 더 많은 기능을 더 우아하게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적어도 이건 게임 디자이너가 해야 될 고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게임 디자이너라면 '게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보다는 '게임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가?',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를 고민해야죠. 저는 효율성에 대한 욕심으로 개발 과정에서의 체계에 집착했어요. 이 때문에 게임의 재미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간에 체계를 고민했고요.
아마 당시에는 <Lost In Hope>가 보여줄 재미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보다는 효율성만 따지니 말이에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체계는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한 것이에요. 체계를 위한 체계가 돼버리면 안 됩니다! 이번에 이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또한, 이건 최근에 깨달은 점이기도 한데요. 요즘 들어 '재미라는 건 시스템이나 콘텐츠 자체(체계로 만들어지는 게임 요소)에 있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재미라는 건 게임의 요소에 담기는 게 아닌 요소와 요소 사이의 틈에서 흐르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좋은 게임 디자이너란 이런 틈에서 재미가 흐르게 만들고, 그 재미가 특정 방향을 향하도록 유도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 체계가 아닌 흐름 그 자체에 신경 써야 될 거예요. 바위들을 쌓아두기만 하면 강이 흐르지 못하니까요.
이건 '게임성이란 무엇인가?', '게임성이란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떠오른 모델인데요. 체계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 재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좋아 보여서 적어봤어요.
아직은 조잡하지만 딱히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앞으로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생각을 확장해보려고 해요. 기회가 된다면 이후의 글에서 조금 다 자세하게 다뤄볼게요.
비전을 설정하는 방법
여러분은 비전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방향성, 이상, 테마 등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꽤 많을 것 같아요.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모두 게임의 핵심적인 가치를 가리킨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게임이 갖는 핵심적인 '가치', 곧 그 게임, 그 상품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게임을 개발하기 전, 그 게임의 비전을 정의한다는 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정말 굉장히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럼 좋은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네, 게임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하면 됩니다! ㅋㅋㅋ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제가 몰랐더라고요 ㅋㅋㅋ.
여러분은 게임을 왜 플레이하시나요? 편안하게 쉬려고 혹은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좋은 아트와 사운드를 즐기려고.. 우리는 많은 이유로 게임을 즐기죠. 그럼 이런 게임의 본질은 뭘까요? 네, '즐긴다.'는 말에 알 수 있듯이 '재미'입니다.
그렇기에 게임의 비전에는 재미가 담겨있어야 돼요. 유저들에게 어떤 형태의 재미를 어떤 식으로 전달할 건지 말이에요.
그럼, 제가 이끌어내려는 재미를 최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아니요! 비전은 모든 팀원들이 단번에 읽고, 공감할 수 있어야 돼요. 최대한 직관적이며 명료할 필요가 있죠.
재미를 어떤 식으로 전달할지 정리해야 되는데 직관적이고 명료하게 하라.. 어렵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id Software'에서 개발한 <Doom>의 비전을 살펴보죠. <Doom>의 비전은 이것입니다.
Push Forward Combat
(앞으로 밀고 나가는 전투)
이 비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앞으로 밀고 나가는 전투'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바로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지 않나요? 좋은 비전이란 이렇게 짧고 간결하며, 명확하게 이미지를 보여주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번에는 반례로 <Lost In Hope>의 비전을 살펴보죠.
확실한 컨셉으로 코어한 유저층을 확보하자!
덱 빌딩과 마피아 장르의 전략적 즐거움을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으로 구현하자.
우선 하나가 아니네요. 위에 건 재미가 아닌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고요. 그나마 게임의 재미를 말하고 있는 아래는 전략적 재미라고 두루뭉술하게 정의하며 장르만 설명하고 있어요.
네, 확실하게 비교가 되죠? 이런 모호한 비전이 수많은 제 패인 중 하나예요.
그럼 좋은 비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명확한 재미를 이야기한다.
- 짧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 특정 장르나 레퍼런스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창의적인 발상이 나오지 않아, 게임의 가치가 그 안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높음.)
이것들은 <Lost In Hope>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회고하면서 깨달은 내용이에요. 그럼 이걸 바탕으로 제가 생각했던 <Lost In Hope>의 비전을 다시 정의해 보죠.
Combine Concept Survival
(조합으로 컨셉을 맞춰 생존하는 게임)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그럼 이제 제가 생각하던 <Lost In Hope>를 알려드릴게요. 방금 확인하신 비전과 결이 맞는지 한 번 생각해봐주세요.
- 모든 카드는 행동 및 상태 컨셉을 갖는다.
카드 예 1 : 희생 - 자신의 체력 5를 소모해 자신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의 체력 3을 회복시킨다.
카드 예 2 : 방어기제 - 잃은 체력에 비례해 방어도와 민첩을 얻는다. - 유저는 랜덤하게 제시된 카드를 선택하며 컨셉을 맞춰간다.
컨셉 예 : 희생과 방어기제를 얻었다면, 게임에 직접 명시되지는 않아도 구원자처럼 플레이 가능 - 게임에서 끝까지 생존하며 스캐빈저(마피아)를 처치한다.
이게 기본적인 게임 이미지에요. 그럼 위의 예시에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해보죠.
- 유저는 게임에서 생존할수록 더 많은 카드를 얻고, 더 복합적인 컨셉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카드 예 3 : 악의 - 대상에게 부여하는 다음 회복 효과가 피해로 전환됩니다.
컨셉 예 : 희생과 방어기제로 구원자처럼 플레이했다면, 악의를 추가해 흑화한 구원자처럼 플레이 가능
예시가 조금 유치뽕짝할 수 있는데, 저는 이런 식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배경의 컨셉 플레이가 가능한 덱 빌딩 마피아 게임, <Lost In Hope>를 그리고 있었어요.
이는 프로젝트 중반부에서야 이렇게 전달이 가능했는데, 안타깝게도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재미를 확인하지는 못하게 됐네요.
아무튼 위의 비전으로 아래의 생각의 결이 확인되죠? 비전만 봐도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식으로 '좋은 비전이란 재미를 간단명료하게 공감시키는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자유를 얻는 방법
이건 비단 게임 디자인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뜻깊은 깨달음이었는데요. 바로, 자유를 얻는 방법이에요.
저는 <Lost In Hope> 프로젝트가 중단된 뒤에 이걸 고민해 봤어요..
나는 왜 이렇게 고집이 셀까?
깊게 고민해 보고 내린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하더라고요. 바로 제가 불확실함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었어요. 진짜 예민해서 예상하지 못한 작은 행동, 작은 변화 하나에도 혼자 온갖 의미 부여하면서 스트레스받는데 불안하지 않고 배기겠나요.
고집과 타인에 대한 수동성은 이런 불확실함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기인된 방어기제였던 것 같아요. 고집은 제가 정의한 개념적인 틀이었고, 이 안에는 확실한 것만 있으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다 누군가 침범하는 것 같으면 짜증 내면서 쫓아내고요.그래서 제가 뭔가 정의하는데 미쳐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걸 어떻게 했냐? 고민해 봤습니다. 불확실함이 왜 두려운지, 두려운 이유가 현실로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지, 너무 과하게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에요.
결론은 간단하더라고요. 제가 불확실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제가 즉흥적인 대처가 서툴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잘못된 대처를 해서 타인이 나에 대해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최악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요. 그 대상한테 손절당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죠.
근데 전 제가 이미 이상한 사람 같거든요? 여기는 별 타격이 없고, 손절당하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다음부터 그러지 않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면 돼요. 그리고, 잘못된 대처로 손절당한 적도 없고요.
그럼 뭐다? 두려움은 갖고 있을수록, 마주하지 않을수록 커질 뿐이니 그냥 Do Dive다!
이렇게 생각하니 속이 편하더라고요. 피해망상에 사용되던 집중력은 제 자신과 이상에 집중되니 더욱 생산적이게 됐고, 편안함을 위해 익숙함만을 선택하다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니 더 많은 영감, 더 강한 실행력을 얻을 수 있게 됐어요. 추가로, 모든 부분에서 여유도 생겼고요.
이게 자유를 얻기 위한 제 방법이었는데, 새로운 인생을 사는 느낌이네요. 바로 전에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더욱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끔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한 채 틀에 갇혀 회피성 선택을 고민하거나 부정적인 편견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뭔가 막막하다 싶으면 바로 이렇게 외칩니다.
알빠노. 두 다이브!
...는 장난이고, '부담 갖지 말자. 나를 믿지 못하겠으면, 내가 이걸 위해 노력한 시간을 믿자.'라고 생각합니당 ㅋㅋ.
결론
<Lost In Hope> 프로젝트에서 배웠던 점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해체 (解體)
이전에도 해체하고 성장했던 경험이 몇 가지 있으니 정확하게는 강화된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이전에는 해체의 범위가 현상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원인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마 분명 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겁니다 ㅋㅋ
아래에 배웠던 점을 요약하고 마무리 지을게요.
무엇을 배웠는가?
-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를 나처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게임 디자이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살아온 삶에서 나오는 영감이다.
- 체계는 무언가를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게 만드는 것일 뿐, 무언가가 될 수 없다.
-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며, 게임 디자이너의 능력은 이런 재미를 얼마나 우아하게 공감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 두려움에 집중할 때 나는 자유로워진다.
다음 글로 들어가기 전에
이제 4L 중, 세 번째인 Learned(무엇을 배웠는가?)가 끝났어요!
드디어 다음 편이 마지막이네요! 다음 편에서는 Longed for (무엇을 바라는가?)로 찾아올게요.
다음 편은 아마 짧을 거예요! (아마도요..)
오늘도 선곡 하나하고 사라질게용!
다음 편으로 Do-Dive~! 😊
'프로젝트 > Lost in H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Lost In Hope> 회고록 (4) [完] (0) | 2023.10.28 |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Lost In Hope> 회고록 (2) (1) | 2023.10.24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Lost In Hope> 회고록 (1) (1) | 2023.10.23 |
Lost In Hope - 06월 개발 일지 (0) | 2023.07.29 |
Lost In Hope - 05월 개발 일지 (2) | 2023.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