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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24-1학기 교내 '장르 문학의 역사'라는 강의에서 '나를 키운 장르 체험'이라는 과제를 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소설 정보
제목 |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2016~2018) |
장르 | 퓨전 판타지, 성좌, 탑등반 |
소설 분량 | 총 432화 (외전 53화 포함) |
리뷰
고등학교에 입학한 2015년, 친구의 추천으로 웹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은 볼거리들이 넘치는데 글만 읽는 게 뭐가 재미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언제 잊혀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
<정령왕 엘퀴네스>로 입문해서 근 10년 간 <무한의 마법사>, <탐식의 재림>,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하고 많은 소설을 읽었다.
거진 하루에 6시간은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틈만 나면 읽었으며, 수많은 명작을 만났다. 그리고, 그중 현재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을 고르라고 하면 아마 이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 어떤 것을 읽었고, 그중 어떤 것이 이어져왔는지 같이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런 문구로 글을 연다.
작품은 권태에 빠진 전직 프로게이머가 튜토리얼이라고 하는 세계, 그것도 가장 어려운 헬 난이도의 튜토리얼 세계를 등반하며 겪는 과정을 그린다.
튜토리얼의 세계는 각각의 문화와 테마가 있는 여러 층으로 구성돼있으며 이는 도전자에게 해당 층에 호응하는 가치를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런 세계에서 주인공, 이호재는 그저 나아가기만을 반복한다. 튜토리얼 세계를 '공략해야 할 대상'으로 보며, 모든 것을,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 공략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나아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주인공은 튜토리얼의 많은 신에게 관심을 받게 되는데, 주인공은 나아가는 과정에서 신들, 정확히는 신들이 상징하는 것에 대한 고찰을 이어나간다.
아래의 본문을 살펴보자.
과정과 결과.
느림의 신은 흔들림도 막힘도 없는 구도자의 과정을 원한다.
모험의 신은 반대로 고민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극복해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원한다.
느림의 신은 결과로써 끝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원한다.
모험의 신은 과정을 통해 분명한 결실을 맺어 내는 결말을 원한다.
-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79화 中 -
이처럼 주인공은 튜토리얼 세계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글이 진행되는 내내 그저 공략만을 위해 인간성을 상실한 듯 나아가는 그는 딱 한 가지, 게임과 같이 도전자가 층에 오를 때마다 복제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튜토리얼에 갇힌 존재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갖는다.
주인공은 다시금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세계를 향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게 된다.
나의 의지가 이 세상의 의지고, 나의 존재가 곧 이 세상을 증명한다.
-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283화 中 -
.. 솔직히 문맥에 대한 전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문구만 넣으니 오글거리긴 한다. 하지만, 회의(懷疑)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고찰하고, 정의(定義)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세상에 선언하는 이런 모습은, 그 당시의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지금에 와서 이게 왜 울림을 주었는지 고민을 해보면, 당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고민을 해보자.
인간은 언제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답이 없는 질문이다. 관점에 따라 모든 게 답이 될 수도, 무엇도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자유롭게 고민해 보자.
내가 내린 답은 다음과 같다.
현상을 질문할 수 있고, 현상에 대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무언가를 원(願)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유하는) 존재의 조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를 선언하는 장면은, 이제 막 원(願)으로부터 자기(自己)라는 세계를 피워낸 존재가, 자신은 그저 세상에 태어났기에 살게 된 무언가가 아닌 이상이 있기에 살아가는 존재라고 선언하는 것과도 같았기에 그렇게 깊은 생명력과 울림을 느꼈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중반이다.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는 이런 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후반에도 다양한 고민과 선택을 이어간다.
나는 특히 결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렇게 큰 임팩트는 없었어도 도전을 통해 승리한다는 믿음 그 자체인 주인공에게 딱 들어맞는 서사이자 엔딩이었기에 일관된 테마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글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면 '증명의 재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혹자는 증명이란 용어가 수식에나 사용하는 차갑고 때로는 가혹한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명은 그런 차가운 단어가 아니었다.
'세상 속의 나 자신'과 '나 자신 속의 세상' 사이에서 부단히 고민하고, 때로는 그 사이에 이어진 텍스트를 향유하며 이를 즐기고 표현하는 것, 자신과 세상 사이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유희하는 것, 그것이 '증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나에게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는 단순한 글 뭉치가 아닌 나와의 연결을 통해 확장을 이뤄냈기에 나를 키운 장르 체험으로 선정했다.
그럼 본 글을 마무리 지으며 소설을 완독한 5년 전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나의 정의를 붙여보고자 한다. 글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작가가 글의 시작으로 연 문구를 확장하며, 본 글의 끝을 닫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선택은 증명의 과정이다.
따라서, 나에게 삶이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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