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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를 빙자한 회고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실 거죠..?
애니메이션 정보

제목 | 블루 피리어드 (Blue Period, 2021) |
장르 | 미술 |
상영 화수 | 편당 24분씩, 총 12화 |
리뷰
<블루 피리어드>는 23년 말쯤에 유튜브 리뷰로 알게 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불량아 같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바라던 대로 노력하던 한 소년, 야토라가 그림의 아름다움과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도쿄예대에 진학하고자 노력하는 입시 과정을 그린다.

어떻게 보면 '미술'이라는 소재만 제외한다면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소년 만화로 보일지 모르겠다. 실제로 얼핏 보면 그렇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무언가 선명함을 느꼈다. 내가 느낀 선명함은 무엇이고, 이를 왜 느꼈을까?
이는 아마도 '미술이라는 창작' 활동을 위해 성장하는 야토라의 모습에 '게임 개발이라는 창작' 활동을 위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하여 주인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선명함을 느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블루 피리어드>의 어떤 부분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블루 피리어드>의 4가지 고뇌와 이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리뷰를 전개하고자 한다. (이 4가지 고뇌는 애니메이션에서 직접적으로 노출됐기보다는 내가 핵심 줄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시간에 상관 없이 엮은 것이니 작가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길 바란다.)
# 01 : 꿈에 대한 고뇌
<블루 피리어드>의 주인공, 야토라는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 관계도 좋던 그는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안정적인 길을 차버리고 미술을 시작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이런 야토라를 본 미술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잘 될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다. 정말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 쫓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건 그저 취미로 하라는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잃어버린 어른들의 말 뿐일지도 모른다.

이에 야토라는 자신이 정말로 미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망설이지만, 결국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미술을 시작하게 된다.
나 또한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나름 공대 아웃풋이 괜찮은 에리카의 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이었고 당시에 그래도 성실하게 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게임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 당장에는 꿈과 열정이 넘쳐난다지만 힘든 일을 여럿 겪었을 때 과연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나를 알기에 이를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타고난 고집 때문인지 일단은 하고 싶으니까 하자면서 대학생 게임 개발 연합 동아리 'Bridge'에 가입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게임 개발 쪽 감각을 벼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내린 답은, '세상은 결과로 돌아가지만 인간의 삶은 과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과는 인간을 한 순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의 삶 자체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저 무언가를 향하는 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을 때만이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숭고한 가치가 아니어도 좋다. '낙서하는 게 좋아.', '친구들이랑 잡담하는 게 좋아.',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게 좋아.' 등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없어 보이는 것이더라도, 내가 좋아한다면 그것에는 분명 가치가 깃든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가치를 발전시켜 사회에 이로움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이상이자 업이며, 삶을 견인할 엔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엔진이 내 삶에 끊임없는 열정을 가져다준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난 2년 간 내 부족함에 스트레스성 탈모(지금은 풍성함미다.. 희희)와 공황 등 정신적, 신체적 괴로움이 있었고, 이에 열정이 한 줌의 재로 사그라들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재해석을 통해 다시금 피워내는 법을 알아냈기에 나는 나아갈 수 있었다.
<블루 피리어드>에서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건 아무것도 쌓지 못한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설령 머리가 깨질 걸 알더라도 직접 한번 깨져보면서 머리가 덜 아프게 깨지는 법, 깨지더라도 기절하지 않는 법, 기절하더라도 빠르게 일어나는 법을 깨달으며 더욱 강인해지는 게 가장 정직한 답이 아닐까? 사람은 고통 없이는 피어오르지 못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지금처럼 고통을 긍정하며 죽도록 깨지다 보면 길이 열리든 내가 죽든 뭐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난 죽지 않지 😈.
아무튼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에 고뇌에 대한 내용에 나를 투영할 수 있어 좋았기에 가져와봤다.

# 02 : 재능에 대한 고뇌
<블루 피리어드>에서는 야토라가 천재들 앞에서 자신의 평범함을 깨닫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야토라가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깨달았기에 오히려 더 자신의 무기를 찾아 갈고 닦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다시 한번 나를 투영할 수 있었는데, 나 또한 재능의 격차를 체감한 적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라는 IT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곳에는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당장에 생각나는 사람들만 정리해도 국제 모의 해킹 대회에서 수상해서 여러 곳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친구, 정부 지원 창업을 열어 큰 수익을 올린 친구, 알고리즘 대회에 여럿 수상한 친구 등 정말 다양하게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노는 것조차 자기 혼자 디자인을 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괴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솔직히 부러웠다.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뭐든 재능이 있어 알아서 잘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내 스스로가 위축됐다.
당시의 나는 자괴감만 많고, 내게 닥친 어려움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던 어린 아이였기에 그저 소극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이도저도 아닌 한 사람으로 졸업하게 됐다.
그 뒤, 군대 훈련소에서 사격을 하다가 귀 한쪽이 일주일 정도 멀어서 정신적으로 내몰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뭔가 더 이상 어려움을 피하고 싶지가 않았다. 더 이상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 뒤부터는 실패하든 말든 부족함을 인정하고 닥치는 대로 뭔가 해왔던 것 같다.
다른 기수(깃발을 드는 역할)들은 다 180이 넘는데 165 짜리가 혼자 중대 기수를 하기도 하고, 하여간 이전보다 실수도 많이 하고 괴상하게 살았지만, 그만큼 조금은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전역 이후에는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고 동아리에 들어갔다.
아직은 사람들과 협력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게 어려웠던 나에게 다른 기획 동료들이 넘사벽으로 보여서 혼자 '나는 찐따야.., 기획자가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라며 자괴감을 느껴 우울해하곤 했다.
그리고, 당장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MDA 프레임워크를 기획에 적용하는 거며, 아이디어 피칭 문서를 만드는 거 하며 오랫동안 고생해서 깨달은 건데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는 나보다 어린 친구를 보며 재능의 벽을 느끼곤 했다.
근데 이제와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 노력이 가치가 없었나? 어쩌면 나는 재능이라는 편리한 단어로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나만 노력을 하는 게 아닌데, 어쩌면 나는 나의 노력이 여전히 가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의 노력을 재능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했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재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재능이라는 건 살아가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력이라는 건 재능이 관여하는 '순간 판단의 영역'보다는 '축적의 영역', 정확히는 축적으로 통해 벼려낸 '사고 모델의 영역'에 가깝기에 재능보다는 나의 업을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더 깊게 몰입해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같은 게임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특정 경험을 표현하는데 강점을 갖고, 누군가는 유기적인 흐름을 구성하는데 강점을 갖으며, 누군가는 선명함을 느끼게 하는데 강점을 갖는다. 그렇기에 각자가 서로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제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비교할 것은 오직 내 이상뿐. 이런 사고 모델을 구축하자 다른 작품의 선명함과 다른 사람의 강점은 더 이상 시샘과 비교의 대상이 아닌 내 이상을 확장시켜 줄 등불이 되었다.
<블루 피리어드>의 야토라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천재들을 보며 경외를 느끼는 한편 자신의 부족함을 체감하고 천재들처럼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저 보이는 걸 그대로 그리기만 하며 비난받기도 하고, 미술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고뇌의 과정을 거쳐 깨닫는다. 나의 그림은 나만 그릴 수 있다는 것, 내게 맞는 건 나만 알 수 있고, 세상에서 나의 그림을 가장 기대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러한 재능의 벽을 느끼고, 이를 넘기 위해 노력하며, 최종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개화시키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기에 이렇게 가져와봤다.
혹자는 이를 정신 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창작의 분야에서는 이게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나의 개성을 사랑하며 확장시키고 현실에 구현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재능이자 예술 아닐까?



# 03 : 창작에 대한 고뇌
작중 야토라는 그저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미술에 대한 의문을 갖고 본인만의 정의를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학원 동료와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고, 여러 기법을 공부하고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며 본인의 세계를 넓혀간다.



이 과정에서 야토라는 미술에는 답이 없다는 것,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답이 없는 것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결국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과정 또한 내가 깊게 투영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전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프로젝트까지의 나는 이를 어렴풋하게만 정의해 놓고, 말하고 싶은 것보다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만 연연했다. 당장 눈앞의 결과물에 신경 쓰다가 이도저도 챙기지 못하고 매몰돼 버린 거다.
이는 Lost In Hope 회고록 (3)의 체계를 다루는 방법에서도 이야기한 내용인데 작중 야토라 또한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 대사를 보고 머리를 한 대 쥐어맞은 것 같았다 😅. 화가든, 게임 개발자든, 결국 우리는 우리의 환상을 현실의 것들로 표현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에 환상을 새겨 넣는 이들이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가 창작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것이다.
한때 절실히 느꼈던 부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금 접하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 04 : 나의 개성에 대한 고뇌
마지막은 개성에 대한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야토라는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



이에 부족한 것을 메꾸기 위해 미술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작품을 보거나, 여러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의 의도를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한 무기를 찾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내가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회고하는 것과 비슷해보여 마찬가지로 스토리에 내 자신을 투영할 수 있었다.
창작이란 결국 '나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생각하며, 왜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작중에서 이렇게 본인의 개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모아서 정리해 스크랩북을 만드는 걸 추천하는데 내가 진행하는 리뷰 또한 이런 과정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작품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원피스 필름 Z>에서는 '캐릭터의 상징적 표현'을, <블루 피리어드>에서는 '자아 투영'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깨달은 것들은 기존에 내가 그동안 축적했던 것들을 녹여내 만들었던 사고 모델과 호응하며 해당 부분(존재의 긍정)을 강화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번 항목과는 조금 어긋나지만 앞으로 이렇게 계속 나만의 스크랩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통해 단순히 취업이 아닌 내가 한 사람의 게임 디자이너로써 사람들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와서는 취업보다는 지금처럼 계속 게임 디자이너로써 성장하고 싶습니다.. 성장하려면 돈을 벌어야겠지만.. 😥)
각설하고 야토라는 최종적으로 이러한 탐색과 확장의 단계를 통해 자아상을 구축하고, 본인의 작품관 그러니까 내가 세계관(혹은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창작자, 아니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뇌한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세계관을 피워내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이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나의 경험을 투영시킬 수 있었기에 나에 대한 고뇌라는 항목으로 가져와봤다. (저 예술병 아님미다..)

마치며
<블루 피리어드>는 내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보는 내내 공감되던 것들도, 깨달은 것들도 많기에 무언가를 창작하는 이라면 언젠가 한번쯤 봐보기를 추천한다.
이번에 애니메이션을 처음 리뷰했는데 영화와 달리 전체 러닝타임이 6시간가량 되고, 한 번에 보기 힘들다 보니 특유의 감성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리뷰를 작성하기 전, 짧게 요약 정리하고 내 생각을 붙이는 게 필수였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인상 깊었던 장면을 이미지 보드로 정리하고, 야토라와 나의 성장 과정을 비교해 가며 작품에 어떤 고뇌가 있었고, 여기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해 봤다.


근데 확실히 처음에는 다른 글 쓰듯이 의욕이 넘쳐서 글을 쓰기 시작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이미지 보드를 만드는 데 한 세월,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한 세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데 또 한 세월, 이에 맞게 흐름 구성하는 게 한 세월이라 중간에 쓰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대충 던지고 쓰고 싶은 대로 내 경험 위주로 적었다. 리뷰가 아니라 회고록이 된 것 같은데.. 뭐 그만큼 나를 투영할 수 있는 많은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거지~ 😋
아무튼 이번 작품을 보고 리뷰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흔히들 게임을 상업 예술이라고 하는데 내가 도달한 곳은 상업보다는 예술 쪽에 가까운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 싫어할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아직 취업까지 길면 1년 정도 남았으니 계속 나아가고 싶은대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1년도 안 남았어.. 어떡해..)
그리고, 이번에 리뷰를 준비하면서 미디어 리뷰 저작권에 대해 알아봤는데 아직은 회색 지대에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작품 장면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 생각 위주로 전개해 봤다. 혹시라도 저작권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럼 마무리는 이쯤 하고, 내가 생각하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블루 피리어드>의 ost 링크를 남기고 끝내도록 하겠다. 모두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란다 😊.
내가 존재하기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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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블루 피리어드 (Blue Period, 2021) |
장르 | 미술 |
상영 화수 | 편당 24분씩, 총 12화 |
리뷰
<블루 피리어드>는 23년 말쯤에 유튜브 리뷰로 알게 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불량아 같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바라던 대로 노력하던 한 소년, 야토라가 그림의 아름다움과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도쿄예대에 진학하고자 노력하는 입시 과정을 그린다.

어떻게 보면 '미술'이라는 소재만 제외한다면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소년 만화로 보일지 모르겠다. 실제로 얼핏 보면 그렇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무언가 선명함을 느꼈다. 내가 느낀 선명함은 무엇이고, 이를 왜 느꼈을까?
이는 아마도 '미술이라는 창작' 활동을 위해 성장하는 야토라의 모습에 '게임 개발이라는 창작' 활동을 위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하여 주인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선명함을 느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블루 피리어드>의 어떤 부분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블루 피리어드>의 4가지 고뇌와 이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리뷰를 전개하고자 한다. (이 4가지 고뇌는 애니메이션에서 직접적으로 노출됐기보다는 내가 핵심 줄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시간에 상관 없이 엮은 것이니 작가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길 바란다.)
# 01 : 꿈에 대한 고뇌
<블루 피리어드>의 주인공, 야토라는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 관계도 좋던 그는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안정적인 길을 차버리고 미술을 시작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이런 야토라를 본 미술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잘 될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다. 정말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 쫓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건 그저 취미로 하라는 말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잃어버린 어른들의 말 뿐일지도 모른다.

이에 야토라는 자신이 정말로 미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망설이지만, 결국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미술을 시작하게 된다.
나 또한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나름 공대 아웃풋이 괜찮은 에리카의 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이었고 당시에 그래도 성실하게 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게임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 당장에는 꿈과 열정이 넘쳐난다지만 힘든 일을 여럿 겪었을 때 과연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나를 알기에 이를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타고난 고집 때문인지 일단은 하고 싶으니까 하자면서 대학생 게임 개발 연합 동아리 'Bridge'에 가입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약 2년 반 동안 게임 개발 쪽 감각을 벼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내린 답은, '세상은 결과로 돌아가지만 인간의 삶은 과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과는 인간을 한 순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의 삶 자체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저 무언가를 향하는 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을 때만이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숭고한 가치가 아니어도 좋다. '낙서하는 게 좋아.', '친구들이랑 잡담하는 게 좋아.',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게 좋아.' 등 남들이 보기에 보잘 것없어 보이는 것이더라도, 내가 좋아한다면 그것에는 분명 가치가 깃든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가치를 발전시켜 사회에 이로움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이상이자 업이며, 삶을 견인할 엔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엔진이 내 삶에 끊임없는 열정을 가져다준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난 2년 간 내 부족함에 스트레스성 탈모(지금은 풍성함미다.. 희희)와 공황 등 정신적, 신체적 괴로움이 있었고, 이에 열정이 한 줌의 재로 사그라들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재해석을 통해 다시금 피워내는 법을 알아냈기에 나는 나아갈 수 있었다.
<블루 피리어드>에서 말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건 아무것도 쌓지 못한 아직은 어린 '나'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설령 머리가 깨질 걸 알더라도 직접 한번 깨져보면서 머리가 덜 아프게 깨지는 법, 깨지더라도 기절하지 않는 법, 기절하더라도 빠르게 일어나는 법을 깨달으며 더욱 강인해지는 게 가장 정직한 답이 아닐까? 사람은 고통 없이는 피어오르지 못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지금처럼 고통을 긍정하며 죽도록 깨지다 보면 길이 열리든 내가 죽든 뭐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난 죽지 않지 😈.
아무튼 이렇게 꿈과 현실 사이에 고뇌에 대한 내용에 나를 투영할 수 있어 좋았기에 가져와봤다.

# 02 : 재능에 대한 고뇌
<블루 피리어드>에서는 야토라가 천재들 앞에서 자신의 평범함을 깨닫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야토라가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깨달았기에 오히려 더 자신의 무기를 찾아 갈고 닦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다시 한번 나를 투영할 수 있었는데, 나 또한 재능의 격차를 체감한 적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라는 IT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곳에는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당장에 생각나는 사람들만 정리해도 국제 모의 해킹 대회에서 수상해서 여러 곳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친구, 정부 지원 창업을 열어 큰 수익을 올린 친구, 알고리즘 대회에 여럿 수상한 친구 등 정말 다양하게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노는 것조차 자기 혼자 디자인을 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괴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솔직히 부러웠다.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뭐든 재능이 있어 알아서 잘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내 스스로가 위축됐다.
당시의 나는 자괴감만 많고, 내게 닥친 어려움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던 어린 아이였기에 그저 소극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이도저도 아닌 한 사람으로 졸업하게 됐다.
그 뒤, 군대 훈련소에서 사격을 하다가 귀 한쪽이 일주일 정도 멀어서 정신적으로 내몰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뭔가 더 이상 어려움을 피하고 싶지가 않았다. 더 이상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 뒤부터는 실패하든 말든 부족함을 인정하고 닥치는 대로 뭔가 해왔던 것 같다.
다른 기수(깃발을 드는 역할)들은 다 180이 넘는데 165 짜리가 혼자 중대 기수를 하기도 하고, 하여간 이전보다 실수도 많이 하고 괴상하게 살았지만, 그만큼 조금은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전역 이후에는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고 동아리에 들어갔다.
아직은 사람들과 협력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게 어려웠던 나에게 다른 기획 동료들이 넘사벽으로 보여서 혼자 '나는 찐따야.., 기획자가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라며 자괴감을 느껴 우울해하곤 했다.
그리고, 당장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MDA 프레임워크를 기획에 적용하는 거며, 아이디어 피칭 문서를 만드는 거 하며 오랫동안 고생해서 깨달은 건데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는 나보다 어린 친구를 보며 재능의 벽을 느끼곤 했다.
근데 이제와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 노력이 가치가 없었나? 어쩌면 나는 재능이라는 편리한 단어로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나만 노력을 하는 게 아닌데, 어쩌면 나는 나의 노력이 여전히 가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의 노력을 재능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했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재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재능이라는 건 살아가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력이라는 건 재능이 관여하는 '순간 판단의 영역'보다는 '축적의 영역', 정확히는 축적으로 통해 벼려낸 '사고 모델의 영역'에 가깝기에 재능보다는 나의 업을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더 깊게 몰입해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같은 게임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특정 경험을 표현하는데 강점을 갖고, 누군가는 유기적인 흐름을 구성하는데 강점을 갖으며, 누군가는 선명함을 느끼게 하는데 강점을 갖는다. 그렇기에 각자가 서로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제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비교할 것은 오직 내 이상뿐. 이런 사고 모델을 구축하자 다른 작품의 선명함과 다른 사람의 강점은 더 이상 시샘과 비교의 대상이 아닌 내 이상을 확장시켜 줄 등불이 되었다.
<블루 피리어드>의 야토라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천재들을 보며 경외를 느끼는 한편 자신의 부족함을 체감하고 천재들처럼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저 보이는 걸 그대로 그리기만 하며 비난받기도 하고, 미술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고뇌의 과정을 거쳐 깨닫는다. 나의 그림은 나만 그릴 수 있다는 것, 내게 맞는 건 나만 알 수 있고, 세상에서 나의 그림을 가장 기대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러한 재능의 벽을 느끼고, 이를 넘기 위해 노력하며, 최종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개화시키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나를 투영시킬 수 있었기에 이렇게 가져와봤다.
혹자는 이를 정신 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창작의 분야에서는 이게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나의 개성을 사랑하며 확장시키고 현실에 구현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재능이자 예술 아닐까?



# 03 : 창작에 대한 고뇌
작중 야토라는 그저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미술에 대한 의문을 갖고 본인만의 정의를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학원 동료와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고, 여러 기법을 공부하고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며 본인의 세계를 넓혀간다.



이 과정에서 야토라는 미술에는 답이 없다는 것,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답이 없는 것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결국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과정 또한 내가 깊게 투영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전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프로젝트까지의 나는 이를 어렴풋하게만 정의해 놓고, 말하고 싶은 것보다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만 연연했다. 당장 눈앞의 결과물에 신경 쓰다가 이도저도 챙기지 못하고 매몰돼 버린 거다.
이는 Lost In Hope 회고록 (3)의 체계를 다루는 방법에서도 이야기한 내용인데 작중 야토라 또한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 대사를 보고 머리를 한 대 쥐어맞은 것 같았다 😅. 화가든, 게임 개발자든, 결국 우리는 우리의 환상을 현실의 것들로 표현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에 환상을 새겨 넣는 이들이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가 창작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것이다.
한때 절실히 느꼈던 부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금 접하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 04 : 나의 개성에 대한 고뇌
마지막은 개성에 대한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야토라는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



이에 부족한 것을 메꾸기 위해 미술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작품을 보거나, 여러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의 의도를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한 무기를 찾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내가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회고하는 것과 비슷해보여 마찬가지로 스토리에 내 자신을 투영할 수 있었다.
창작이란 결국 '나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생각하며, 왜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작중에서 이렇게 본인의 개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모아서 정리해 스크랩북을 만드는 걸 추천하는데 내가 진행하는 리뷰 또한 이런 과정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작품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원피스 필름 Z>에서는 '캐릭터의 상징적 표현'을, <블루 피리어드>에서는 '자아 투영'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깨달은 것들은 기존에 내가 그동안 축적했던 것들을 녹여내 만들었던 사고 모델과 호응하며 해당 부분(존재의 긍정)을 강화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번 항목과는 조금 어긋나지만 앞으로 이렇게 계속 나만의 스크랩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통해 단순히 취업이 아닌 내가 한 사람의 게임 디자이너로써 사람들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와서는 취업보다는 지금처럼 계속 게임 디자이너로써 성장하고 싶습니다.. 성장하려면 돈을 벌어야겠지만.. 😥)
각설하고 야토라는 최종적으로 이러한 탐색과 확장의 단계를 통해 자아상을 구축하고, 본인의 작품관 그러니까 내가 세계관(혹은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창작자, 아니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뇌한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세계관을 피워내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이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나의 경험을 투영시킬 수 있었기에 나에 대한 고뇌라는 항목으로 가져와봤다. (저 예술병 아님미다..)

마치며
<블루 피리어드>는 내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보는 내내 공감되던 것들도, 깨달은 것들도 많기에 무언가를 창작하는 이라면 언젠가 한번쯤 봐보기를 추천한다.
이번에 애니메이션을 처음 리뷰했는데 영화와 달리 전체 러닝타임이 6시간가량 되고, 한 번에 보기 힘들다 보니 특유의 감성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리뷰를 작성하기 전, 짧게 요약 정리하고 내 생각을 붙이는 게 필수였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인상 깊었던 장면을 이미지 보드로 정리하고, 야토라와 나의 성장 과정을 비교해 가며 작품에 어떤 고뇌가 있었고, 여기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해 봤다.


근데 확실히 처음에는 다른 글 쓰듯이 의욕이 넘쳐서 글을 쓰기 시작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이미지 보드를 만드는 데 한 세월,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한 세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데 또 한 세월, 이에 맞게 흐름 구성하는 게 한 세월이라 중간에 쓰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대충 던지고 쓰고 싶은 대로 내 경험 위주로 적었다. 리뷰가 아니라 회고록이 된 것 같은데.. 뭐 그만큼 나를 투영할 수 있는 많은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거지~ 😋
아무튼 이번 작품을 보고 리뷰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흔히들 게임을 상업 예술이라고 하는데 내가 도달한 곳은 상업보다는 예술 쪽에 가까운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 싫어할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아직 취업까지 길면 1년 정도 남았으니 계속 나아가고 싶은대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1년도 안 남았어.. 어떡해..)
그리고, 이번에 리뷰를 준비하면서 미디어 리뷰 저작권에 대해 알아봤는데 아직은 회색 지대에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작품 장면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 생각 위주로 전개해 봤다. 혹시라도 저작권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럼 마무리는 이쯤 하고, 내가 생각하는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블루 피리어드>의 ost 링크를 남기고 끝내도록 하겠다. 모두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란다 😊.
내가 존재하기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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