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니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언뜻 보기에 야구에 관한 책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그 내용은 야구만을 다루지 않는다. 《머니볼》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성공으로 이끈 빌리 빈의 전략과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철학에 대해 엿볼 수 있으며, 그 철학은 오히려 경영의 속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관례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잘못된 가치 판단을 과감하게 버리고 이성과 통계라는 무기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활보하는,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와 빌리 빈의 이야기는 야구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읽게 된 계기
군대를 전역하고 시간이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책을 읽지 않아서 독서 스터디에 들어갔다. 스터디장 분이 '아마존에서 선정한 일생에 읽어야 할 100권의 도서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해 독서를 하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머니볼》을 읽게 되었다.
생각
야구에 대한 무지함
책을 읽기 전 나는 야구에 대해 무지했다. 출루율, 드래프트, 트레이딩과 같은 야구 용어에 대해 어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고, 그저 잘 치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머니볼》은 야구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야구의 매력과 심오함을 알려준 책이다. 내가 《머니볼》을 읽으며 얻은 생각에 대해 말하기 전에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고자 한다.
You teach me baseball and I'll teach you relativity... No we must not. You will learn about relativity faster than I learn baseball.
- Albert Einstein -
경험이라는 환상
사람은 때때로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때에는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상은 항상 변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성공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건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험만을 고집하여 생각의 다양성이 억제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 뿐이다.
과거의 성공했던 선택만을 반복하는 이는 환경이 변화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변화를 준비하지 않고 지금의 성공에만 안주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관찰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흘러가는지, 이 환경의 변화속에서 나는 어떻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할 지 우리는 생각해야한다.
이와 같은 깨달음을 준 폴 디포디스타의 생각을 인용하며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그는 이 바닥에서 일하며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로 선수 출신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전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둘째로 사람들은 최근의 성적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성적이 반드시 미래의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로 사람들이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거나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실에도 편견이 작용한다. 자신이 본 것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때 사람들은 환상 속에 갇히게 된다. 반대로 그런 환상을 뚫고 현실을 올바로 본 누군가한테는 돈을 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Paul DePodesta -
흐름을 읽는 도구, 통계
나는 회귀분석을 할 줄 모르지만 그게 뭔지는 알았습니다. 그리고 회귀분석으로 얻은 결론을 충분히 이해했지요.
- Sandy Alderson -
위에 인용한 문구는 빌리 빈의 단장 취임 전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전임 단장이었던 샌디 앨더슨이 한 말이다. 이 문구를 보고 도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도구란 무엇일까? 도구란 '어떤 일을 할 때 노력을 덜 들이고 편하게 일을 수행하기 위해 쓰는 연장'이다. 그렇다. 도구란 보다 편리하고 간단하게 일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언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을 할 때 도구에 대해 완벽하게 알 필요가 있을까? 물론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면 좋겠지만, 알지 못해도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저 어떻게 사용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이해하고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자세한 원리는 도구에 숙달되고 나서 이해해도 늦지 않다.
통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통계학에 통달하지 않아도 누구나 통계를 사용할 수 있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이 숫자를 통계로 접근하는 순간, 우리는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통계학을 몰라도 데이터의 의미와 그 연관성을 추론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통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가 언어의 의미를 얻은 순간부터 그것은 언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소설과 드라마, 시가 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중략) 이러한 숫자들이 굴절된 거울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단지 야구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인간이 있고 심리학과 역사가 있으며 권력이 있다. 품위와 영광, 일관성과 희생 그리고 용기가 있다. 성공과 실패가 있으며 좌절과 불운, 야망과 과욕 그리고 절제가 있다. 무엇보다 승리와 패배가 있다. 이는 모두 인간의 어리석은 잠재의식에 숨어들어 세상사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
- Bill James -
제임스의 광범위한 독자층은 통계가 핵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임스가 주장한 핵심은 야구에 대한 올바른 이해였는데도 말이다. 또한 이 세상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러한 핵심은 갈 길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든 숫자에 너무나 무감각해져 숫자를 통해 만들어진 그 어떤 지식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 Bill James -
최선의 선택
당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 모두 정답이다. 세계에는 70억이 넘는 사람이 있고, 그 숫자만큼의 최선의 선택이 있다. 이 선택들의 공통점은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여 최선의 결과를 얻는 선택.
그렇다.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선택의 기본은 객관적인 상황 파악에 있다. 이를 깨닫게 만들어준 빌리 빈은 생각을 읽으며 성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파악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양키스의 방식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게 하다간 매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 배나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 Billy Beane-
두려움에 잡아먹히기 전에
《머니볼》을 읽다보면, 빌리 빈의 과감하고 충격적인 행동력에 감탄이 나올때가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행동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성공으로 이끄는 과감하면서 맹목적이지 않은 행동. 나는 그 비결이 믿음과 이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를 통해 합리적인 추론을 하고, 이를 추론한 자신과 동료들을 믿는다. 더 이상 거릴낄 게 없지 않은가? 성공한다면 추론이 합리적임을 입증받는 것이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추론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 뒤 보완하여 다음에 성공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성공보다 실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성공에 대한 열망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행동을 망설인다. 그 망설임이 오히려 본인을 실패로 이끄는데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금부터 해야할 건 성공도 좋지만 잘 실패하는 것, 실패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겪지 않으면 실패의 면면을 알지 못한다. 실패해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두려움은 가지고 있어봐야 더 두려워질 뿐이다. 이 두려움이 나를 잡아먹기 전에 무엇이든 해봐야겠다.
이 장을 실패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낸 빌리 빈의 다섯 가지 쇼핑 규칙으로 마무리 짓겠다. 몇 가지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생각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바탕 쇼핑을 나서기 전에 간단한 다섯 가지 규칙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 현재 아무리 성공적이라고 해도 변화는 언제나 필요하다. 영원한 현상유지는 없다. 돈이 없을 때는 장기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단기 해결책만이 가능하다. 항상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라.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다.
-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끝장난 것과 다름없다. 형편없는 거래를 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와의 계약 실패로 말미암은 충격에서는 쉽게 회복할 수 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에 계약한 선수 때문에 받은 충격에서는 쉽사리 회복하지 못한다.
- 모든 선수가 정확히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의 가격을 제대로 매길 수 있다.
-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선수를 붙잡아라(다른 팀이 어던 선수를 트레이드로 보내고 싶어 하는지는 신경 쓰기 마라).
- 내가 하는 모든 거래는 대중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집중공격을 당할 것이다. 내가 만일 IBM의 사장이라면, 자신이 내리는 인사결정이 신문 경제면의 첫 페이지에 나온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PC 에 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망이를 한 번이라도 잡아본 사람은 모두 자신이 야구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 일을 잘해내려면 신문 기사 따위는 무시해야 한다.
- Billy Beane-
《머니볼》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야구와 통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야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서 사례 부분은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독후감을 쓰며 다시 읽어보니 사례에도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여럿 있어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나는 책을 읽기에 앞서 영화를 봤는데, 이게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아마 책을 다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영화 자체는 《머니볼》 책의 핵심 이야기만 추려서 재미있게 구성돼있으니 꼭 한 번 보기를 바란다.
원래 이 책은 독후감을 따로 작성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알게 모르게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서 생각을 정리할 겸 독후감을 작성하였다. 원래의 나는 합리적이고 창의적이어도 행동력이 약한, 일명 상상 개발자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 뒤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주 약간 변화한 건데 결과물이 하나둘 생기니, 그 변화가 크게 다가온다. 여태까지는 무언가를 계기로 다짐을 하면 휘발성 메모리인 RAM 에 저장되어 얼마지나지 않아 날아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은 나도 모르게 하드디스크에 새겨진 느낌이다.
지금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삶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본문의 인용문은 첫번째를 제외하고, 모두 《머니볼》 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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