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6월 1주 차의 게임 디자인 글이다. 오늘의 영상은 Game Maker's Toolkit 채널의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보상의 심리학적 장치'라는 영상이다.
Game Maker's Tool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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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상은 <Lost In Hope>의 시스템을 돌아보면서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보게 되었다.
곧 작성할 5월 개발 일지에서도 언급하겠지만, <Lost In Hope>는 최근에 지원한 스마일게이트 멤버십에서 서류 탈락했다. 솔직히 인터뷰까지는 갈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직은 어안이 벙벙하다.
개인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내 또래 중에서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흠.. 아직 부족한가 보다. 그냥 내가 가진 바, 그 이상을 보여주고자 애쓰던 지망생 한 명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잘하는 척하다 보면 언젠가 잘하게 되겠지.
아무튼 이번 기회에 실패 요인이 될 만한 것들은 적어보면서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건, 객관적으로 고민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던 게 직면한 문제에만 효과적이었을 뿐, 전체적으로는 게임의 본질적 복잡성을 커지게 하는 등의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낳았다. 늘 그렇듯, 좋은 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마음만 앞서는 상황인 것 같다.
결국, 나는 지금 내 생각에 갇혀있다. 틀을 깨야 한다. 게임 디자인 글도 이런 취지에서 다시 적게 됐다. 이렇게 글을 적고, 질문을 던지며 틀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나의 잘못된 틀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잘못은 시스템에 대한 확신이 아닌 낙관적 광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하나의 시스템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검토 없이 낙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예민하게 살면서도 치밀하지는 못했다. 달라져야 된다.
처음에는 나를 가두는 틀을 찾는 게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쉽게 찾았다는 건, 아마 내가 생각 이상으로 자기 객관화가 잘 되거나, 내 디자인이 생각 이하로 조잡하다는 뜻이겠지. 부디 전자이길 바란다. 후자라면.. 뭐.. 열심히 배워야지..
조금은 더 게임 디자이너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잡설이 길었다. 오늘의 글을 열겠다. 사실 이번 글은 저번 주 목요일(23년 5월 25일)쯤 올라가는게 맞는데, 지난 정리 글 이후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겠다는 게 귀찮음에 여기까지 와버렸다.
그래도 잘 적어볼 테니 유익하게 즐겨주길 바란다.
This Psychological Trick Makes Rewards Backfire
주의! 본 글은 영상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나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습니다. 웬만하면 맥락에 맞게 근거로써 영상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이 기록되지 않도록 자체 검수를 진행했습니다. 혹시라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댓글을 통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 디자이너의 도구, 보상
- 첫 번째 사례, 플레이어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 두 번째 사례, 목표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 세 번째 사례, 게임에서 제공하는 목표가 탈출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 관련 연구 : 보상과 동기의 관계
- 요약
- 개인적인 고찰
디자이너의 도구, 보상
디자이너는 게임을 디자인하며 플레이어의 멘탈 모델 구축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도구가 바로 보상이다.
제시된 행동을 해라. 그럼 보상을 주겠다.
보상에 대한 예시는 다양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험치를 주는 퀘스트', '치장품이 해금되는 도전 과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랭킹' 등 게임을 하며 흔히 접하는 이 모든 것들이 플레이어 멘탈 모델 구축에 기여하는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은 잘못 다뤄질 때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오늘은 이런 보상의 역효과에 다루며, 게임 디자이너인 우리가 보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3가지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사례, 플레이어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 사례는 Klei Entertainment의 <Don't Starve>(이하 돈스타브)에서 찾을 수 있다.
돈스타브의 개발진들은 프로토타입 개발 이후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테스터들이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다.
이에 개발진들은 몇 가지 힌트를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테스터들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한 뒤, 돈스타브의 컨텐츠를 실험하고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Klei Entertainment의 개발진들은 이를 보고 튜토리얼과 같은 작은 퀘스트들의 모음을 만들어 플레이어의 적응 과정을 돕기로 결정했다.
작은 퀘스트의 예시로는 '12가지의 아이템 찾기', '며칠동안 생존하기' 등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방법은 적응에 성공한 몇몇 플레이어들에게 한정해서 효과적이었고, 이 외에는 의욕이 저하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유는 2가지다.
- 작은 퀘스트가 단순한 튜토리얼 이상으로 어렵다.
-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퀘스트에만 집중하고 다른 모든 것들은 장애물로 취급했다.
첫 번째 이유인 난이도 같은 경우는 퀘스트 자체가 적응을 위한 것이니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문제는 두 번째 이유다. 플레이어들에게 퀘스트라는 형태로 제공된 도전은 그 자체로 도전에 집중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도전 외의 것들을 배제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리하자면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작은 퀘스트를 넣자는 것이었지만, 플레이어는 작은 퀘스트에 집중하느라 그 외의 요소를 놓치며 적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로 인해 의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상(목표)을 통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할 때, 그 방향이 디자이너의 의도와 같은지 검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Klei Entertainment는 이 문제를 퀘스트 삭제와 UI를 통해 게임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특정 아이템을 확인하면, 이 아이템이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끌리는 아이템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제작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게임 전반적인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멘탈 모델을 구축하고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Klei Entertainment의 Jamie Cheng은 과제(목표)에 대해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In structuring the game as a series of explicit tasks to be completed, we taught the player to depend upon those tasks to create meaning in the game.
- Jamie Cheng, Klei Entertainment -
'게임을 달성해야 할 목표의 모음으로 만들려면, 플레이어가 그 과제들을 의미있는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Klei Entertainment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UI를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했는데, 직접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플레이어 개인에게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
영상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플레이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말이다.
이를 통해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Don't Starve>의 개선 방향과 같이 플레이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사례로 <Subnautica>와 <Outer Wilds>를 소개했는데, 개발진은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명확한 목표 제시를 의도적으로 피했고, 그 결과로 플레이어들이 스스로의 호기심에 기반해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고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사례, 목표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사례에서 목표가 플레이어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사례에서는 목표가 지향해야 되는 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Zachtronics Games의 게임들에서 찾을 수 있다.
목표가 지향해야 되는 속성은 바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늘 그렇듯, 단순하고 당연한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다.
우리는 당연하디 당연한 '목표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불특정한 플레이어들 의미를 전달할 건데?
Zachtronics Games의 Zach Barth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해보니까 굳이 의미를 전달할 필요는 없더라 ㅇㅇ
Zach Barth는 자신만의 자동화 기계를 설계하는 퍼즐 게임들을 만들었는데, 처음 두 게임인 <Spacechem>과 <Infinifactory>에 몇 가지 도전 과제를 추가했다.
도전 과제는 플레이어가 설계한 자동화 기계가 더 간소하고, 더 빠르게 동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표였는데, 게임 출시 이후 이런 도전 과제는 전부 삭제 됐다.
Zach Barth는 이에 대해 게임에 이미 훨씬 의미 있고, 훌륭한 보상 시스템이 존재했기에 삭제했다고 말한다. 바로 플레이어가 얼마나 잘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척도다.
별 다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아도, 게임의 평가 척도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플레이어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거나, 다른 이보다 잘하고 싶어 하는 경쟁심이 불타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위에서 Zach Barth의 말을 장난처럼 써놨는데 실제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A goal that you set yourself is way more powerful than a goal someone else.
- Zach Barth, Zachtronics Games -
'스스로 세운 목표는 다른 사람이 세운 목표보다 더 강력하다.'는 내용이다.
많은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찾아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의미를 찾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이며, 우아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사례, 게임에서 제공하는 목표가 탈출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마지막 사례는 Dinosaur Polo Club의 <Mini Metro>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사례에서 목표가 지향해야 되는 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마지막인 세 번째 사례에서는 목표가 지양해야 되는 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목표가 지양해야 되는 속성은 '목표가 탈출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게임을 하면서 '이번 판만 하고 자야지.', '이번 보스만 깨고 자야지.'와 같은 마지막 목표를 설정하곤 한다. 이처럼 게임을 하며 플레이어가 휴식할 만한 지점이 만들어지는 건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런 마지막 목표가 휴식이 아닌 게임 종료를 위한 목표가 되는 순간이다. <Mini Metro>의 UI 디자이너 Jamie Churchman은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The team specifically tried to avoid these goal and reward meta structures as they can become a "means to an end".
- Jamie Churchman, Dinosaur Polo Club -
'<Mini Metro> 개발 팀에서는 목표와 보상의 설계 구조로 인해 플레이어가 특정 목표를 게임의 최종 목표, 즉 게임의 탈출구로 인식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이다.
목표가 게임의 탈출구로 인식된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는 <League of Legends>로 예를 들어 보자.
여러분은 '롤을 클리어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레벨? 랭크? 그것도 아니라면 특정 판에서의 활약? 어떤 기준을 떠올려도 애매할 것이다. 애매한 것이 당연하다.
<League of Legends>는 AOS 게임으로 특정 판의 끝은 존재할 수 있어도, 게임의 끝은 존재할 수 없다. 플레이어의 동기만 충분하다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종종 '다이아만 찍고 게임 접는다.', '주챔 랭킹 1등 찍고 접는다.'와 같이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게임 클리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것이 바로 목표가 게임의 탈출구로 인식되는 예이다.
<League of Legends>는 목표가 탈출구로 여겨지는 것의 쉬운 예시를 들기 위해 가져온 것일 뿐이지 별 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영상에서 소개한 <Mini Metro>의 맵 해금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Mini Metro>에서는 첫 시작 시 컨텐츠를 제한하고, 목표로써 플레이어들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맵 해금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달리 플레이어들은 모든 맵을 해금 하면 게임을 클리어했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목표라는 건 끝이 아닌 채워나가야 하는 체크리스트. 디자이너가 끝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목표가 게임 종료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마지막 사례인 <Mini Metro>에서는 목표가 지양해야 하는 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연구 : 보상과 동기의 관계
영상 전반에서 보상과 동기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의 'Undermining Children's Instrinsic Interest with Extrinsic Reward'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의 주제를 한글로 설명하면 '외적 보상으로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는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는 그림을 좋아하고 자주 그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으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아이들 집단을 A 그룹과 B 그룹으로 나눈다.
- A 그룹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보상을 약속하며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한다.
- B 그룹 아이들에게는 그림을 그려달라고만 요구한다.
- 위 실험을 몇 주간 진행한다.
- 실험 이후 각 그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에 대한 흥미를 조사한다.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 결과는 보상을 준 그룹의 흥미도가 보상을 주지 않은 그룹의 흥미도보다 낮았다. 이유가 뭘까? 이는 행동 심리학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행동 심리학 관점에서 사람의 동기는 크게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와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로 구분된다.
외적 동기는 외적인 보상이 약속된 상황에서 과제를 수행할 때 자극되는 동기로 월급을 약속받고, 일을 하는 직장에서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내적 동기는 자발적인 원인에 의해 과제를 수행할 때 자극되는 동기로 개개인의 기호에 맞게 좋은 감정과 인상을 받기 위해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내적 동기는 일반적으로 외적 동기보다 더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된다. 외적 동기는 보상이 주어지는 동안에만 유지되지만, 내적 동기는 보상 없이도 유지된다.
위의 실험은 이런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로 인한 흥미를 약화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실험이다.
그리고, 위의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누군가에게 과제에 대한 내적 동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해도 외적 동기가 개입하게 되면 과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걸 바로 과잉 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고 한다.
다른 연구(하단 참조)에 따르면 보상은 인간의 창의력을 감소시키고, 문제 해결을 방해하며, 보상이 중지되는 순간 동기를 완전히 잃게 된다고 한다.
- Mireille Joussemet, Richard Koestner. (1999). Effect of Expected Rewards on Children's Creativity.
- John Kounios, Mark Beeman. (2015). How Incentives Hinder Innovation.
- Matthew Chao. (2017). Why do goal-based incentives cause cheating?
그렇다면, 외적 동기 부여를 위한 보상은 없는 게 맞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내적 동기를 위해 목표와 보상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우리의 게임에서 내적 동기를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을 살펴보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게임 자체에서 흥미 있는 부분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때 바로 목표와 보상을 활용하여 플레이어에게 플레이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이에 대한 사례로 <Hitman>의 선택적 목표와 <Outer Wilds>의 숨겨진 도전 과제를 소개했는데 관심 있으면 한번 찾아보기를 바란다.
다시 연구로 돌아와 보자. 연구진들은 보상을 약속한 A 그룹과 보상이 없는 B 그룹 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보상을 받은 C 그룹을 추가해 봤다.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 이번에는 놀랍게도 깜짝 보상을 받은 C 그룹이 다른 모든 그룹보다 높은 흥미도를 보였다.
이는 곧, 보상을 예측할 수 없게 하면, 외적 동기에 의한 과잉 정당화 효과를 받지 않고도 흥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놀랍지 않은가?
아마 사람의 손실 회피 성향과 미래에 약속된 가치를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심리(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랑 연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에 대한 사례로 Blizzard Entertainment의 <Overwatch> POTG 시스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POTG 시스템의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플레이어에게 제일 잘했다고 소개되는 영상은 사실 게임 플레이에 아무 영향도 없지만, 대상 플레이어는 큰 동기를 부여받곤 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례를 생각해 봤을 때, Smilegate의 <Lost Ark>에서 맵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찾게 되는 모코코 또한 이런 예상치 못한 보상으로 맵 탐험에 대한 멘탈 모델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례는 특히 Nintendo의 게임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Nintendo의 Bill Trinen이 한 말로 이번 항목을 마무리 짓겠다.
When they create their games, [Nintendo's designers] don't tell you how to play their games in order to achieve some kind of mythical reward.
There are things you can do in the game that will result in some sort of reward or unexpected surprise.
In my mind, that really encourages the sense of exploration rather than the sense of 'If I do that, I'm going to get some sort of artificial point or score.
- Bill Trinen, Nintendo -
'Nintendo의 디자이너들은 엄청난 보상을 얻기 위한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주 작은 보상을 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게임에서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요약
- 디자이너는 보상을 플레이어 유도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 보상은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를 낳는다.
- 플레이어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 목표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 게임에서 제공하는 목표가 탈출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로 인한 흥미를 약화시킨다.
- 예상치 못한 보상 형태의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흥미를 강화시킨다.
- 플레이어가 자발적인 목표를 설계하고, 목표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보상이라 여기게 만들자.
개인적인 고찰
처음에는 보상이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 보상은 디자이너의 의도를 반영해 설계해야 한다.
- 보상은 예측할 수 없을 때 효과가 크다.
다 위에 있는 내용이었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면, 게임 디자이너는 설계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모르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게임에 기대하게 되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갈망하는 것을 알아야 이에 적절한 보상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디자이너, 특히 시스템 디자이너는 시스템이라는 틀을 만들면서도 그 안이 아닌 밖에서,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런 측면에서 게임 디자이너는 누구보다 피드백을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보상이 가치 있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가장 단순하게는 보상의 반대 개념인 '벌'을 떠올릴 수 있다.
벌에 대한 리스크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모험심을 강화하고, 도전을 어려운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이로 인해 성공했을 때는 더 큰 쾌감을 주고, 실패했을 때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도록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도전을 어려운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는 부분에서 의아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극한의 난이도로 유저에게 절망감을 주는 게 게임의 컨셉이 아닌 이상, 실제로 어려운 것보다, 어려워 보이도록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적었다.
뜬금없지만, 이후에는 <Lost In Hope>에서의 보상 체계를 돌아봤다. 자원을 통해 힘을 축적하고,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을 개편하고 정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회의에서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인데, 나는 감정의 깊이가 곧 몰입이자 게임에 대한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긍정적인 감정을 추구하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기보다는 완급을 잘 조절해서 굴곡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상을 미리 공개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갈망이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순간부터 보상 획득 성패 여부가 갈리기까지 감정의 굴곡을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본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게 하되, 중간중간 예측하지 못한 보상을 주는 형태가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영상에서 예측하지 못한 보상이 효과적이라는 것도 무조건 예측 불가능한 방향만 추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이런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피로도에 대해 생각했다. '보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감정의 굴곡은 몰입과 함께 피로감을 낳는데, 그럼 나는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먼저 피로감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내 경험상 플레이어는 게임 이후 탈력감과 함께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피로감을 느끼는 건 필연적이지만, 즐거움이 이보다 더 강렬한 경우에 피로감을 실제보다 더 약하게 인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플레이어가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는 걸까? 디자이너 취향인 것 같긴 한데, 아직 플레이어의 감정 설계 경험이 부족해서 조금 더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영상에 대한 고찰이다.
- 내가 해야 하는 고민
'플레이어가 실패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디자인은 옳은가?'
마치며
최근 다시 게임 디자인 글을 적으며 2~3일에 하나씩 작성해보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마 주마다 하나씩 다루게 될 것 같다.
글의 경우, 필요한 내용만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작성 과정을 변경했다.
- 영상을 보고 내용을 정리한다.
- 논리 유형을 분류하고, 흐름을 정리한다.
- 머릿속에 담아둘 시간을 갖는다.
- 수사적인 표현을 줄인 채 핵심만 작성한다.
최근에 맥킨지식 논리 정리 방법을 다룬 '로지컬 씽킹'이라는 책을 읽어서, 논리를 구성하고 정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글도 그 과정의 일환인데, 아직 미숙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꾸준히 시도해 봐야겠다.
그럼 이쯤에서 깔끔하게 끝내고, 다음 주에 별일 없으면 GMTK 채널의 'The Two Types of Random in Game Design' 영상 정리 글로 찾아오겠다.
오늘은 이 문장으로 글을 닫겠다.
Stay hungry, Stay foolish.
- Steve Jobs. (2005).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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