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 농장의 기획자
나는 뚜두 농장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뚜두 농장은 21년 03월에 시작해서 현재 22년 06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나는 21년 10월에 중도 참여하였다. 나는 이전에 게임을 제대로 기획해본 적이 없었기에 뚜두농장이 나의 기획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잘못된 기획을 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잘못된 기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지금까지 행하고 있던 잘못된 기획을 반성하고, 미래의 내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경고하고자 한다.
무엇이 그리 잘못됐을까? 나의 잘못은 기획의 목적을 상실하여, 기획자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전달을 위한 기획은 자기 과시를 위한 글 뭉치로 변질되었고, 기획에 집중해야 할 시간은 개발에 대한 미련을 해결하는데 쓰였다.
자기 과시를 위한 글 뭉치
자기 과시를 위한 글 뭉치는 전달받는 사람의 입장보다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나는 항상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노력이 남의 노력에 비해 초라하지 않기를 바랐고, 가능하면 팀에 큰 도움이 되어 내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타인을 신경쓸수록 그런 가치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잊은 채 내 자신이 애처로워질 수 밖에 없는 생각에 휘둘렸다. 자신의 가치는 타인이 정하는 게 아닌 자신이 살아온 삶의 행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잊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자기 과시를 위한 글 뭉치를 토해냈다. 말재주가 없어 장황하게 말하지만 결론은 "나 이거 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각자 한 일을 공유하는 자리였다지만 듣는 입장에서 고역이었을 것 같다.
개발(프로그래밍)에 대한 미련
어떻게 보면 개발에 대한 미련도 자기 과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의 명분은 한 개발자의 군대 이슈로 인한 부재를 채우기 위해서 였지만, 자기 과시를 위한 마음이 단 한 줌도 없었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정말 어린 마음이긴 한데 당시 열심히 준비한 기획보다 단 한 줄의 코드가 반응이 좋았던 게 상처가 돼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개발 참여한 것도 있는 것 같다.
개발에 참여하며 복잡한 코드에 리팩토링을 제안했는데 예상 외로 다른 개발자분의 호응이 좋아서 정말 고마웠다. 이 때 열심히 개발을 하는데 기획을 할 때보다 훨씬 행복했던 것 같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코드 그 자체에 몰입해서 일주일을 보냈다. 당연히 그 시간동안 기획은 뒷전이었다.
사실 이 때 기획에 대한 회의감이 정말 컸다. 게임 디렉터를 꿈꾸는데 개발자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기획과 개발의 대우가 너무 차이나는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체험한 기획이라는 직군은 상상 외로 정말 어려웠는데, 항상 난제가 기다리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며, 그렇게 내놓은 기획조차 성공할 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게 뼈저리게 힘들었다.
물론 개발이 쉽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발자 분들도 항상 알 수 없는 버그와 자비 없는 작업량에 시달린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저 명확한 답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차이가 내게 크게 다가올 뿐이다.
결국 나는 기획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조금 웃긴 소리지만 개발자가 마법사라면, 기획자는 길잡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길잡이는 무엇을 하는가? 길잡이는 팀이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한다. 그저 등불만 들고 길을 밝히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많이 돌아다니며 때로는 지도도 그려보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함정을 해체하기도 하며, 필요하다면 마법까지 써가며 길을 찾는다.
팀이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이상을 활용하는 직업이라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물론 현업에 들어가면 분명 후회할수도 있다. '그 때 개발자나 할 걸..',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라고 말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기획자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나는 '개발자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할 순간보다 '기획자하길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기대된다. 그래서 나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바보 같으면 어떤가 내 자신한테 떳떳하면 되지.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미련을 떨칠 필요가 있다. 물론 개발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만능형 기획자는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이 대단한 건 개발과 그림 실력 이전에 견고한 기획 실력이 있기에 대단한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과거에 썼던 글이랑 겹쳐보이는데 다시 한 번 괴로워한 만큼 확실해졌기를 바란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 기획의 목적을 확고히 하자.
- 목적을 잃은 기획은 실패한 기획이니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자.
- 반응을 살펴보자.
- 대상이 모호한 피드백을 달라는 말은 내 기획에서 결점을 찾아달라는 구걸이나 다름 없다. 피드백을 구하려면 적극적으로 물어보며 반응을 살펴보자.
- 양식보다는 게임에 집중하자.
- 내가 기획을 하는 목적은 문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려는 것이다.
- 다양한 게임을 해보자.
- 나는 새로운 게임이 부담으로 느껴진다. 게임에 재미를 부여해야 할 기획자가 게임에 부담을 느낀다면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아마 게임을 재미를 위해서가 아닌 분석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을 해서 이런 것 같은데 그냥 일단 해보자.
마치며
뚜두 농장을 이곳 저곳에 지원하기 위해 기획서를 정리하며 생각이 많아져 글을 끄적여봤다. 언젠가 이 글을 보며 이럴 때도 있었지라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의미 없이 글이 길어지기를 원하지 않기에 이 쯤에서 마무리를 짓겠다. 모자란 글을 읽어줘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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