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은 게임 디자인 관련해서 유명한 Game Maker's Toolkit 채널에서 '어떻게 (악랄하지 않게) 유저를 몰입시키는가'라는 영상을 봤다.
Game Maker's Tool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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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난 게임을 좋아하는걸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하는 게임을 해도 재밌고, 아름답다고는 느끼지만 1~2시간만 지나면 지루해서든 힘들어서든 게임을 끄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게임은 얼마 안 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계속하니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난 게임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라며 결론을 지었는데, 오늘 본 '어떻게 (악랄하지 않게) 유저를 몰입시키는가' 를 통해 영상 제작자 Mark(이하 마크!)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었고,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 몰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크는 영상에서 자신은 Doom을 좋아하지만 끝까지 플레이하지 못했고, Doom 만큼 좋아하지 않는 게임은 끝까지 플레이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마크는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을 몰입이라고 생각했고, 게임의 어떤 요소가 유저를 몰입하게 만드는 지 알아보며 소개한다.
나는 영상의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서 오늘 글로 작성하려고 한다.
유저의 페이스를 조절하라
마크는 가장 먼저 게임의 페이스를 조절하라고 말했다. 페이스라고 하면 게임의 템포, 리듬을 말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게임 'Uncharted'를 예시로 이를 설명했다.
'Uncharted'는 전투, 등반, 퍼즐 등 다양한 컨텐츠가 존재하는데 유저가 이를 다양하게 전환하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게 피곤해지고 지겨워질 즈음 잔잔한 퍼즐로 전환하여 유저가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유저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마크는 컨텐츠의 '강도(Intensity)'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컨텐츠의 강도를 세심하게 조절하여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위의 예시로 볼 때 격렬한 총격전은 강도가 높고, 잔잔한 퍼즐은 강도가 낮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긴장감이라는 말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강도가 높은 총격전은 길게 이어지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고, 강도가 낮은 퍼즐은 길게 이어지면 지루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이 유저가 몰입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컨텐츠를 전환하며 유저의 페이스를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이런 페이스 조절은 선형적인 구조의 게임에서 쉽게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오픈 월드에서는 유저가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를 생각했을 때 오픈 월드는 아니지만 요즘 한창 하고 있는 'Slay the Spire'가 생각났다. 이 게임을 보면 유저가 직접 더 강한 적과의 전투, 일반 적과의 전투, 이벤트, 휴식 등을 할 수 있는데 유저가 본인의 상황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것이 나옴을 암시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라
페이스 조절 다음으로 나온 방법은 유저에게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어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레벨, 퍼즐, 내러티브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유저는 이로 인해 앞으로 접할 것을 기대하고 호기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호기심은 유저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새로운 것을 얻는다'는 단기 목표를 갖게 한다.
마크는 예시로 메트로베니아 게임인 'Hollow Knight'를 소개했는데, 나는 아직 안 해봐서 이에 대한 사례로 'Ori and the Blind Forest'가 생각났다. 오리와 눈먼 숲을 하다보면 아래 이미지처럼 현재의 능력으로는 갈 수 없지만 맵에는 보이는 지역이 있는데 이로 인해 '다른 데에서 곧 능력을 얻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때 솔직히 '아.. 여기까지 언제 다시 와..'라는 생각을 했지만 뭐 유저에 따라 기대감을 느낄 수도 있을테니까 아마 이런 부분을 말한 것 같다.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
세 번째로는 레벨 목표, 다양한 수집품 등의 단기 목표들을 배치하여 자연스레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내용이었다.
마크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다양한 단기 목표들을 마주하고 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작업, 심지어 노가다성 플레이까지 견디며 플레이한다고 말한다. 유저는 단기 목표를 이뤘을 때 성취감을 느끼게 되며, 제작자는 이 단기 목표를 배치하여 유저가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고,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Stardew Valley'를 소개했는데, 나도 정말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게임이라 단기적인 목표를 클리어하며 자연스레 장기적인 목표에 다가간다는 점을 격히 공감할 수 있었다. 스타듀밸리가 단순하게 부자가 되는 목표만 있었다면 어느 순간 지루해졌겠지만, 마을의 번들, NPC 호감도, 농장 꾸미기 등 다양한 단기 목표들을 이루다보니 어느새 부자가 되어있었던, 이렇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마크는 '게임이 할 수 있는 멋진 일 중 하나는 유저가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인상 깊었다.
유저가 흥미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적당한 난이도로 유저가 흥미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라는 말을 했다. 게임의 난이도가 유저의 실력을 아주 살짝 상회할 때 몰입이 되니 잘 설계해보라는 내용이었는데 유저가 지겹지 않을 정도로만 쉽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로 어렵게 만들라고 하는게 너무 혼란스러웠다 ㅋㅋㅋ
이 부분을 보면서 아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이 떠올랐다.
아래는 '게임 디자인 워크숍'이라는 책에 적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즐거운 활동의 조건에 대한 내용이다. 이 내용들을 바꿔 생각해서 게임 디자인할 때 유저의 몰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1. 즐거운 경험은 보통 완수할 가능성이 있는 과제에 직면할 때 발생한다.
2.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3. 과제의 목표가 분명하다.
4.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5. 일상의 근심 걱정이나 좌절에서 벗어나 깊이 그리고 별 다른 노력 없이 할 수 있다.
6. 즐거운 경험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준다.
7.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잊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몰입 경험 이후에는 자아감이 더 강해진다.
8. 시간 흐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정말로 너무 쉽거나, 터무니없이 어려웠던 게임보다는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게임들이 "한 번만..!"을 외치며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ㅋㅋㅋ
마치며
이 영상을 통해 유저의 플레이 경험을 생각하고, 설계하는게 게임 디자이너의 일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프로젝트가 아닌 게임 디자인 자체에 집중해보고 싶다.
추가로 게임 디자인 관련해서 처음 작성하는 TIL(Today I Learned)이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글도 어색하다. 이제 처음이니까 차차 좋아질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 TIL이라고 하면 개발자들이 많이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마일게이트 창작 멤버십 인터뷰에서 게임 디자인 관련해서 크게 모자람을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다.. 부디 오랫동안 하면서 글도 잘 작성할 수 있고, 좋은 게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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