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오늘은 게임 디자인 관련해서 유명한 Game Maker's Toolkit 채널에서 '왜 시너지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재미의 비밀인가?'라는 영상을 봤다.
Game Maker's Tool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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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이상한데 원문은 'How Synergies Make Slay the Spire Fun'이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스마일게이트 멤버십 인터뷰에서 게임 디자인 관련하여 모자람을 느낀 적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게임 분석을 시작했는데 분석의 첫 번째 대상이 바로 'Slay the Spire'(이하 슬더스)이다.
내가 몰입할 수 있던 게임이고, 사람들한테 좋은 디자인이라고 평가를 받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GMTK 채널에서 이 게임의 재미 요소를 다룬 영상이 있길래 관심이 가서 보게 되었다.
마크는 영상에서 슬더스의 재미 요소가 '시너지(Synergy)'라고 말한다. 따라서 나도 슬더스라는 게임 자체보다는 슬더스의 시너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이번 영상을 글로 정리하려고 한다.
Slay the Spire 란?
슬더스는 간단히 말해서 덱빌딩 로크라이크 게임이다. 유저는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카드, 그리고 직업의 특색이 드러나는 몇 장의 카드가 포함된 작은 덱으로 시작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플레이밖에 할 수 없지만,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3개의 카드 중 하나를 골라 덱에 추가할 수 있다. 이 카드들은 처음에 받은 카드보다 더 특색있다고 할 수 있는데 중독과 힘, 약화 등의 상태 이상에 관한 카드가 있는가 하면, 이 상태 이상을 조건으로 더 강력한 공격이나 방어를 할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한다.
유저는 이런 특색있는 카드를 얻어 조금 더 전략성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점차 다른 카드와 함께 사용하기 좋은 카드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 카드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데, 유저는 이런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덱을 맞추어 적을 쓰러뜨리고 탑의 끝에 도달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이다.
슬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후 작성할 분석 글에서 알아보고, 오늘은 이 시너지에만 집중을 해서 시너지가 어떻게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것인지 슬더스를 예시로 살펴보자!
시너지가 재미있는 이유
마크는 시너지가 유저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이 3가지 이유는 첫 번째로, 구성한 시너지의 강력함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고, 두 번째로 시너지를 구성한 본인의 영리함에 대한 만족이며, 마지막으로 적은 부분만 움직여서 게임에 깊이와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정말로 이것들로 인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시너지의 강력함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앞서 말했듯이 슬더스의 유저는 게임을 시작할 때 단순한 공격과 방어만 할 수 있는 카드밖에 없다. 하지만 덱을 구성하고 시너지를 만들면 이전에는 상대하기 힘들었던 적을 더 빠르고, 강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처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격투 게임을 보면 특정 캐릭터의 커맨드를 연계해서 흔히 말하는 얍삽이나 말도 안 되는 공중 콤보 공격을 할 수 있다. 유저는 이에 대해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또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커맨드를 연계하여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니 시너지의 강력함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시너지를 구성한 본인의 영리함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시너지는 가만히 있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유저가 직접 고민을 하여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카드를 파악하고, 다른 카드와의 연결 고리를 발견해서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것. 이건 유저가 직접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유저는 본인이 구성한 시너지가 강력한 효과를 낼수록 본인이 조합하고 사용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상황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면 쾌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랑 내가 고른 음식점을 갔는데 정말 맛있다던가, 어떤 주식 종목을 매수했는데 연일 상한가를 친다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선택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면 "나 좀 쩌는 듯"이라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적은 부분만 움직여서 게임의 깊이와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이 부분은 앞의 두 가지 이유와 성격이 사뭇 다르다고 느꼈는데, 유저의 행동에서 유발되는 재미가 아닌 게임의 디자인 과정에서 고려를 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가 직관적으로 이해를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나는 소수의 카드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계가 가능하도록 디자인하여 이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기에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햄버거 가게를 갔는데 햄버거가 빵 따로, 패티 따로, 채소 따로 나와서 먹을 때도 따로 먹어야 되는 것보다, 합쳐서 먹는게 맛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치즈를 추가하면 치즈 버거가 되고, 패티를 비프가 아닌 치킨으로 바꾸면 치킨 버거가 된다. 이런 식으로 개별적인 재료(카드)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이를 조합하여 기호에 맞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식사(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시너지를 작동시키기 위한 요소
그렇다면 이렇게 효과적인 시너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혹자는 연계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할지도 모르겠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행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너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계획'할 필요가 있다.
시너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어떤 플레이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어떤 아이템을 얻을 것이며, 어떻게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라는 '계획'이 필요하다. 슬더스에서 이 계획을 턴마다, 전투마다, 판마다 하게 되는데 그 내용을 아래와 같다.
- 턴 (Turn) : 단순히 카드를 바른 순서로 사용하여 원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예를 들어 적이 받는 데미지가 증가하도록 상태를 취약하게 만든 후 공격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더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 전투 (Combat) : 어떤 시너지는 완벽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완벽한 플레이를 위해 턴을 어떻게 소모할 것인지 계획한다. 예를 들어, 중독 상태의 적을 상대하며 여러 턴 동안 수치를 쌓을 수 있고, 이 수치를 증폭하는 카드를 사용하여 큰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입힐 수 있다.
- 판 (Run) : 지향하는 플레이를 위해 원하는 카드를 고르고, 상점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며, 그 플레이를 위한 최고의 유물을 얻는 등 전반적인 플레이를 계획한다. 또한 덱에 무작정 카드를 채우는 것이 아닌 시너지에 필요한 카드만 채워 넣어 작은 덱을 빠르게 운영하여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덱 빌딩 게임인 만큼 카드를 선택하는 것 이상으로 카드를 버리고 압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시너지를 위해 판 단위로 계획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시너지를 잘 동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플레이 계획이 필요하다. 유저는 이 계획을 실현시키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시너지가 잘 작동하는 이유
슬더스에서 이 시너지가 잘 작동하는 이유는 슬더스가 로그라이크 게임이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에는 크게 2가지 특성이 있는데 바로 '랜덤적인 요소'와 '영구적인 죽음'이다.
바로 이 '랜덤적인 요소' 특성으로 인해 유저는 목록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완벽한 시너지를 이룰 수 없으며, 게임에서 랜덤하게 주는 것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에 유저들은 초반에 랜덤하게 주어진 것을 보며 즉흥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내야 한다. 이는 게임에 강박적인 성격을 더해주어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음으로 '영구적인 죽음'이다. 게임을 하며 잘 맞춘 시너지는 최적의 전략이 되는데, 이는 유저가 가장 효과적인 전술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반복적인 플레이로 인해 유저가 지루해질 수 있다. 따라서 로그라이크의 '영구적인 죽음' 특성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의 끝을 준비하여 시너지를 다 맞추더라도 이기면 새 캐릭터나 새로운 난이도로 처음부터 재시작을 해야 하거나, 패배하면 죽도록 설정하여 지루함을 느끼지 전에 게임이 끝낼 수 있다.
마크는 슬더스가 이러한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덱 빌딩과 어울리도록 잘 녹여내어 시너지가 잘 작동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추가로 덱 빌딩 게임을 하면 수 백장의 카드에서 연결 고리를 찾아 효율적인 덱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데 슬더스는 이러한 부담감을 로그라이크의 랜덤적인 요소로 카드를 선택지 중에 하나씩 골라가며 구성하도록 디자인하여 부담감을 덜 수 있게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스스톤 투기장의 덱 설계도 이런 이유에서 3장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며
이번 영상을 보면서 슬더스가 정말 섬세하게 잘 디자인 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너지 효과가 무엇이고, 게임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장르적 특성과 얽어가며 디자인 된 사례를 보니 아는 것과 활용하는 건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 시너지, 그러니까 어떻게 플레이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완성하지 못하거나, 완성하며 아쉬움과 쾌감을 느끼곤 했는데 이는 어제 작성한 몰입과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유저가 시너지를 목표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그 목표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할 수 있게 구성한 것, '그게 슬더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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