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에 넥슨에서 주최하는 게임잼인 '재밌넥'에 참가했다. '재밌넥'은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2박 3일 동안 함께 게임을 만드는 행사다.
행사는 7월 21일 금요일부터 7월 23일 일요일까지 진행됐으며, 기획 14명, 프로그래밍 28명, 아트 28명으로 총 70명이 참가했다.
나는 여기에서 기획으로 참가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 '재밌넥' 참가 후기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참가 신청
'재밌넥'은 동아리 공지를 통해 알게 된 행사였다. 공지를 접한 당시 나의 상태는 약 반년 간 회의 외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그냥 집에만 박혀있어서 정신과 육체가 많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이에 더불어 일적으로도 슬럼프가 이어져 우울한 상태였는데 이에 리프레시를 목적으로 '재밌넥'에 참가하고자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부가적인 목표를 정하자면, 나의 기획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인지하자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나의 기획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른 기획자 분들의 지향점과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이게 뭐가 더 우월하고 열등하다기보다는 그냥 성장 빌드가 다른 것 같아서 불안한 느낌이다. (<League of Legends>로 비유하자면, 남들은 다 서폿 소라카를 하는데 혼자 탑 소라카를 하는 느낌이다..)
다른 분들과 소통하며 성장하기보다는 독학으로만 성장한 케이스다 보니 길이 어렵고 복잡해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모두에게 어렵고 복잡한 길이라면 묵묵히 걸어 나아갔을 때 독보적인 케이스가 될 수 있을거라며 믿음을 가지고 나아갔는데 이게 믿음인지 고집인지 애매해서 이번 게임잼을 통해 파악하고자 했다.
그래서 게임잼에 참가를 신청했다. 신청서에는 포트폴리오와 함께 보유 기술을 작성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본인이 직접 자신의 보유 기술을 설명하는 경우, 상대가 객관적으로 그 수준을 파악하기에 어려워보였다. 심지어 기획이라면 더욱더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기술 수준을 짐작하실 수 있게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보다는 어떤 것을 했고, 결과물은 무엇인지, 무엇을 느꼈는지 위주로 작성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전에 작성했던 블로그 글들이 큰 도움이 됐다.
게임잼 이전에는 이렇게 내가 해왔던 것들을 나열하고 살펴보면 인생을 알차게 살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작성하는 지금(23년 7월 27일) 입장에서 다시 살펴보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활용만 잘하면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이렇게 지원을 했고, 7월 12일 수요일 오후 3시에 참가 선정 메일을 받았다.
게임잼 준비
우선 참가 선정 메일에 첨부된 재밌넥 참가자 안내 문서를 확인했다. 문서를 살펴보니 주제가 발표되면 기획자가 먼저 기획을 준비한 뒤, 발표를 통해 팀 빌딩을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사실상 이번 행사가 게임잼 첫 참가라서 많이 불안했다. 이전에 교내 동아리 게임잼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했고, 기획에 무지했던 때라 그냥 도트만 찍었어서 기획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그저 첫 참가 호소인..)
그래서 게임잼 사례들을 이것 저것 살펴봤다. 아래는 도움이 된 페이지들이다.
- 스마일게이트 온라인 게임잼 1등한 후기
다른 분 블로그 글인데 게임잼에 적합한 장르를 고민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고, 이 글을 통해 나 또한 '게임잼에 적합한 게임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 The Best Games from GMTK Game Jam 2023
내가 좋아하는 'Game Maker's Toolkit' 채널에서 주최한 게임잼 결과물을 리뷰하는 영상이다. 게임잼에 어떤 느낌의 게임들이 있는지 보면서 '나라면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 2022 충남 게임잼
2022년 8월에 진행한 충남 게임잼 영상이다. 사실 특별하다기보다는 내가 아는 동아리원분들이 참가했던 행사라 한 번 살펴봤다. 게임잼의 분위기를 예상하는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 것 같다.
이 외에도 <Stacklands>나 <Helltaker : DLC> 등 메커니즘이 독특한 게임들을 플레이해 보고,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간단하게 레퍼런스를 쌓아봤다.
이렇게 게임잼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불안해서 취소해야 되나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험상 이런 종류의 불안감은 충분히 준비됐다는 가정 하에 생각을 비우고 있으면 해결되는 게 대다수여서 그냥 그 이후에는 내 할 일을 하면서 기다렸다.
딱 한 가지! 혹시 모를 발표 공포증을 대비해서 우황청심원 한 병을 짐 속에 고히 모셔둔 것 빼고 말이다 ㅋㅋ.
오리엔테이션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도착해서 혼자 뻘쭘하게 기다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Lost In Hope>를 개발 중인 'RIP' 팀의 아트 분이 오셨다. 덕분에 뻘쭘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동아리 활동을 할 때 같이 소모임을 하던 그림을 되게 잘 그리는 분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서로 오랜만이라 되게 신기했다.
이후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형식상 하는 인사와 규칙들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대망의 주제 발표 시간, 사회를 맡은 스태프 분이 다른 분이 발표해 주실 거라고 하는데, 갑자기 메이플스토리 영상이 재생됐다.
설마.. 큰 거 오나?
메이플 영상을 보자마자 머리 속에 '그분'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말 그분이 맞았다.
메이플스토리의 디렉터, 강원기 디렉터님이 직접 나오셨다. 나는 게임업계 유명인을 대면으로 본 게 처음이라 정말 신기했다.
디렉터님은 간단하게 메이플스토리 소개와 함께 퀴즈를 진행하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진행했는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유쾌하신 분이었다.
아무튼 아이스브레이킹 이후에 주제를 발표하셨는데 2023년 재밌넥의 주제는 '단풍'이었다.
처음 듣고서 머리가 하얘졌다.
이걸.. 어떻게 살리지..? 단풍?
손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린 채로 개발 공간으로 이동했다 ㅋㅋ.
기획 과정
개발 공간에서는 각자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기획자는 혼자 기획을 준비했고, 다른 직군 분들은 본인 어필 및 사전 팀 구성을 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속도가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 해야 할 것은 기획과 발표 준비. 나에게는 빠른 기획과 피드백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획을 문서로 정리하기보다는 평소처럼 노트에 아이디어 스케치를 진행했다. 10분 정도 집중하니 게임 목표와 장르, 그리고 대략적인 플레이 과정이 정리됐고, 이후에는 바로 현업자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발표 자료를 정리하기 전 피그마 기획 소개 칸에 게임을 정리해서 예비 팀원 분들이 미리 확인하실 수 있게 했다.
아이디어 피드백에서는 아래와 같은 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피드백에 맞게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다시 한번 피드백을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대략적인 방안만 정리해 두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 게임에서 특정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에 받는 패널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Turmoil> 유전 누출을 레퍼런스로 삼아 패널티를 부여하자. - 좌우에서 몬스터가 오는 경우에 플레이어와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레벨 디자인을 잘 해보자.
→ 확실한 방안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안일하게 넘어갔다. 이건 이후에 또 다른 문제로 등장했다.
이후에는 바로 발표 자료를 제작했다. 발표 자료는 미리 캔버스의 템플릿을 찾아 핵심만 정리했는데 빠르게 요약할 수 있어서 그간의 PPT를 제작한 경험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 자료는 아래와 같다.
발표 자료를 제작하는 중,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프로그래머 분께서 내 기획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야기를 해보니 스트리머 우왁굳님의 2022 연말공모전 팬게임 <왁타버스 대운동회> 개발에 참여하셨던 분이었다.
정말 신기했다. 추가로 포폴 보여주신 부분도 되게 좋아서 팀에 합류하시기로 했다.
그리고, <시럽시럽 메이플 시럽>의 아트를 고민해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이전에 소모임을 같이 했다던 아트 분 스타일이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 자리로 찾아가서 제안드렸는데 마침 아트 분도 관심 있었다고 하셔서 팀에 합류하시게 됐다.
이렇게 3명의 팀원이 구성된 채로 기획 발표를 진행했는데, 우황청심원을 마셔서일까? 내가 생각한 바를 조곤조곤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획 발표 이후, 팀 빌딩 시간이 시작됐는데 다들 되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그때의 내가 원하는 아트 스타일과 플밍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두지 않아서 팀은 팀 나름대로, 지원자분들은 지원자 나름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아트와 플머 팀원이 있는 이상, 직군 별 팀원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전에 구성한 팀원 분들에게 본인 파트에서 잘 협업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을 말씀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다행히 다들 잘 도와주셔서 우리 팀, '시럽자들'이 구성될 수 있었다.
피그마에 질문이 많이 달렸는데 이 부분은 시간이 부족해서 차마 답변을 드릴 수가 없었다. 거기에 팀 빌딩을 완료하고 나서 보니까 디스코드 DM으로 팀 문의가 여럿 들어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코드 DM을 생각 못 했다.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을 무시한 게 돼버려서 죄송스러웠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피드백
다시 한 번 게임잼에 참가할 일이 있다면, 기획뿐만 아니라 원하는 아트 스타일과 플머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다른 분들께서 보여주시는 관심과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둔 채로 기획을 하자.
개발 과정 : 문제와 피드백
기획 과정의 내가 이상에 가까웠다면, 개발 과정은 나는 정말 최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기획만 할 줄 알고, 소통과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개발 과정을 전부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내 기준 문제가 됐던 부분과 느낀 점 위주로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문제 1
나는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했다.
나는 기획이라는게 초반에 달려야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을 하면서 기획을 하면 프로젝트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럼 그 빈틈을 잡기 위해 다시 자원을 투입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초반에 달렸다. 다른 팀원 분들은 새벽 2시 30분에 쉬러가셨는데 나는 미련하게 남아서 전체적인 플로우 차트와 예외 처리에 대한 플로우 차트를 작성하는 등의 기획서를 작성했다.
이 작업을 새벽 6시에 마무리 지은 뒤, 오리엔테이션 공간에서 2시간 가량 선잠을 자고 프로젝트에 복귀했다. 그런데 정신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분명 이전에는 거뜬하게 밤샘이 가능했는데, 1년 가까이 운동을 안 하다 보니 체력이 정말 떨어져서 정신력까지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내가 이후에 서술할 여러 실수에 대한 조건이 마련됐다.
피드백
운동을 하자. 단순하게 전처럼 며칠에 한 번꼴로 30분 줄넘기하는 것 말고, 내가 정말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자. 사람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강인하지 않다.
드라마 <미생>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니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니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 돼.
- 미생 8화 대사 중 -
내가 진정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정신력만을 호소할 게 아닌 그 정신력을 받칠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점을 강하게 느끼고 게임잼 이후 그만뒀던 복싱을 다시 시작했다.
문제 2
나는 불필요하게 눈치를 봤다.
사람은 체력이 떨어졌으면 쉬어야 한다. 내가 밤새서 기획서를 완성했다면, 할 일 없이 그냥 남아있을게 아니라 기획서를 리뷰하고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쉬고 왔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괜한 오기에 남들이 작업하는데 쉴 수 없다며 꿋꿋이 버텼다. 그렇다고, 이런 버팀이 효과적이었는가? 전혀 아니다. 남은 단계는 개발한 후, 레벨을 수정하며 밸런싱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할 일 없이 불편하게 멍 때리며 있었다. 바보 같다.
피드백
본인의 상태를 확실히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요청하자.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적당히 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휴식을 거절당한다고 해도, 거절로 인해 분위기가 저해되는 것보다 아무것도 안 하고 피곤에 절어있는 게 분위기를 더 저해시킨다.
문제 3
피드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팀원 분들이 무언가를 물어볼 때 답변이 한 가지로 고정돼 있었다.
좋아요!
그래, 좋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기획자에게는 절대 좋은 말이 아니다. 피드백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좋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은지, 좋지 않다면 어디가 문제가 되는지, 나는 이것들을 제대로 고민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나는 '팀이니까 믿어야지.'라는 왜곡된 개념 뒤에 숨어 '좋아요!'만을 반복했다. 기획이라면 믿으니까 더 자세히 피드백을 해야 되는 거다. 이런 바보야.
다른 팀원 분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고 확인한 게 맞나?' 싶었을 것 같다. 그러니 중간부터는 나에게 묻기보다는 자체적으로 판단하거나 플머 분과 피드백을 하게 됐다.
피드백
언제나, 피드백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믿을수록 더 디테일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노력하자.
문제 4
소외된다고 착각했다.
첫날 이후, 피곤에 절어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피드백은 '좋아요'만 반복하는데 누가 말을 걸까..? 생각을 하자.. 상원아.
예전부터 느끼는 건데 나는 인간관계에서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굴고, 피해 의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건 협업에 있어서 정말 치명적이고 중대한 문제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 문제는 처음 인지한 이후로 몇 개월간의 시행착오와 마인드 컨트롤 후에 인간관계 관련된 이슈는 고민이 일정 선을 넘어가면 제한하고 다른 일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지금까지는 이게 잘 됐는데 집중할 일이 보이지 않고, 피곤해서 정신력이 고갈된 상태가 되니 다시 이런 나쁜 기질이 튀어나왔다.
그렇다고 게임잼과 같이 하나의 일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음..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나쁜 기질이 튀어나오는 조건 중 하나인 빈약한 체력을 개선하는 것이다.
피드백
나한테 시기질투하는 예민한 기질이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 바꿔 말하면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쫒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거니까. 그런데 이건 온전히 내가 이런 기질을 통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1번 문제의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체력을 기르고, 기질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자.
문제 5
내가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아직 많이 불안정하고 이상한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게임잼에서는 이게 심했다.
하나의 실수를 하면, 내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함을 계속 의식하다 보니 또 다른 실수를 낳고.. 이런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활기차다가 진지하고, 헛소리했다가 침묵하니 조울증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이건 아직 나의 테마를 확실하게 고정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페르소나를 확정하지 못했다. 글을 읽는 독자 분들께서는 내가 말하는 페르소나를 흔히 말하는 '거짓된 사회적 가면'이 아닌, '나의 어떤 면을 보여줄 것인가?'로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남들과 나의 차이점이자 내가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남들은 사람들과 교류할 때 하나의 페르소나만 사용하거나 바꾸더라도 부드럽고 유연하게 바꾼다. 그러나 나는 이런 부분에서 능력이 떨어져 어떤 페르소나를 보여줘야 할지 고정하지 못한 채로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꾸곤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예상할 수 없는 나를 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하는 것 같다. 말의 흐름도 계속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고.. 음.. 이건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
그냥 내가 일과 관련된 것 외에도 여가를 즐기면서 내 또래와 공통 영역을 넓히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경험치를 쌓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피드백
내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그리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나의 모드를 정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개발 과정에서 내가 겪고 느낀 것이다. 오늘도 나라는 사람의 인간성에 추악함 한 조각을 발견하고 간다.. 이렇게 계속 성찰하고, 빚다 보면 언젠가 내 안의 기질들이 한 방향을 향해 빛나게 되지 않을까? 빛나는 부분이 없진 않겠지..? 히히..?
최종 발표와 시연
게임잼의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아래와 같이 최종 발표를 준비했다.
이때는 우황청심원을 마시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발표할 수 있었다. 발표가 시작되고 준비하는 동안 떨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막상 시작하니 떨림 없이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마도 발표 공포증은 어느 정도 극복된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떨림이 없었다.'는 점에서 잘했다는 거지 게임 피칭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 부분은 게임 리뷰 채널이나 분석 글들을 보면서 계속 연구해 봐야 될 것 같다.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스피치 연습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스피치 학원까지 다녀보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최종 발표를 마치고 시연을 하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재밌게 플레이해 주셔서 행복했다. 정말 '이 맛에 게임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유저 경험 테스트와 밸런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유저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전하지 못했다는 아쉽다. 당시에는 마냥 프로그래머분이 빌드를 뽑아주기만을 기다렸는데, 차라리 '중간중간 빌드를 요청드리며 개발과 함께 테스트와 밸런싱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반응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트는 메이플스토리 팀의 김창섭 기획실장님께 칭찬까지 받았다! 다음에는 기획으로 칭찬받을 수 있게 더 정진해 보자.
아! 그리고 나 강원기 디렉터님께 싸인받고 사진까지 찍었다! 히히!
결과
결과는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강당에서 진행했다. 심사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 '주제 적합성, 완성도, 재미, 창의성'을 고려하여 심사위원의 평가로 대상 1팀과 최우수상 1팀 선정
- 최종 시연 및 게임잼 참가자들의 상호 투표를 기반으로 우수상 2팀 선정
결과는..!
최우수상!
우리 '시럽자들' 팀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예이!
솔직히 나한테는 분에 넘치는 상이다. 앞서 개발 과정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게임잼에서의 나는 최악에 가까웠기에 이 상은 순전히 아트와 개발 분들의 캐리로 얻을 수 있었던 상이었다. 실력보다는 팀운에 의해 받은 이 상 앞에서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안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다음에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그다음에는 또 한 번 더 발전된 모습으로,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게임 디자이너가 돼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나를 믿어주던 많은 이들에게 다시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게임잼 일정이 끝났다. 부족한 점도, 배운 점도 많은, 그런 게임잼이었다. 앞으로는 지레 겁먹지 말고 게임잼 같은 행사에 자주 참여해 보자!
아! 추가로, 우리 게임 <시럽시럽 메이플 시럽>은 출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기회가 된다면 블로그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럼 진짜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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