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짧은 근황, 그리고 좋은 몬스터 기획자가 되기 위한 고민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지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몇 번의 면접을 봤고,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나는 하고 싶은 것만 해 왔다는 것이다. 기획자를 지망하면서 목표 경험에 충실하지 않았고, 몬스터 기획을 지망하면서 몬스터를 잘 모른다니 말이 안 된다. 나는 추상적일 뿐인 그럴듯한 말만을 반복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추가로, 내가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글이 4월 10일인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항상 불안함 속에서 살다보니 그간 독서도 글쓰기도 하지 않고, 그저 포트폴리오만 작성하며 남는 시간에는 바보 같이 취업이 어렵다는 글만을 찾아다니며 폐인처럼 지냈다.
이런 나를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그냥 열심히만 한 사람 느낌인 것 같다.
이렇게 살기 싫으면 결국 달라져야지. 다시 초심을 잡아보고 다음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단, 방향을 확실히 해서 말이다. 앞으로 할 건 다음과 같다.
방향성
- 인고 & 연구 글 활성화
포트폴리오에 집중한다며 소홀했다. 내 기본기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꾸준히 인고 시리즈와 연구 시리즈를 이어가며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쌓자. - 목표 설정과 적극적인 피드백
나는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가속하는 법은 알아도 방향을 잡는 법은 미숙한 사람이다. 독학을 고집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자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나를 노출하자.
기획자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아닌, 주어진 목표를 위해 방법을 찾고 구체화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 - 주기적인 글쓰기
내 초심은 읽고 쓰는 것이다. 부족한 시간을 핑계로 글쓰기를 미루지 말자. 부족한 건 시간이 아닌 열정일 뿐이다.
이만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오늘은 최근 포트폴리오로 작성한 다인 차륜 전투 검증에 대해 다룰 것이다.
포트폴리오로 작성한 것이기에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며, 기본적인 목표 경험과 이를 위해 필요한 메커닉, 그리고 그 메커닉들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할지 다룰 것이다.
그럼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합리적인 다인 전투를 만들어보자
📢 NOTICE 아래 내용에 이상이 있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 혹은 rasa990919@gmail.com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의견 공유를 통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목표 경험
지능적인 적, 그리고 그걸 부숴내는 경험
해당 포트폴리오는 모 기업의 공개된 과제에서 시작됐다. 키워드는 '스팀펑크'와 '로그라이트'였는데, 개인적으로 전투 메커닉이 내러티브(감성과 이야기)와 연결될 때 좋은 전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에 전투 메커닉으로 스팀 펑크를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때 스팀펑크의 핵심은 기계적 완성도 혹은 치밀함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아래 두 가지 방안을 고민했다.
- 방법 ① 단일 적의 패턴을 치밀하게 구성한다
장판으로 적에게 붙게 만들고 그 순간 근접 휘두르기 등의 치밀한 연계 만들기, 포션 캐치 등으로 적에게 파악당한다는 인상 전달하기 - 방법 ② 다인 적이 단순하게 행동하지만 연계하도록 구성한다
적 개별적으로는 단순하게 행동하지만 연계를 통해서 기계적으로 맞물린다는 느낌 전달하기
각자 장단이 있지만 내가 선택한 건 '방법 ② 다인 적이 단순하게 행동하지만 연계하도록 구성한다'였다.
장르가 소울라이크라면 모를까, 유저가 시너지를 폭발적으로 발휘해야 할 로그라이트에서는 단일 적의 치밀한 패턴이 불쾌감과 피로감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다인 적이라면 로그라이트의 범위 공격 등에 의해 한 번에 여러 마리가 맞아주니 타격감 또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다음으로 고려할 건 어떻게 합리적으로 잘 맞아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여기에서 내가 선택한 건 메타 AI였다.

메타 AI란 <Left 4 Dead>와 같은 게임에서 유저의 상황을 읽고, 목표 경험을 위해 그에 맞게 적과 환경을 조정하는 AI를 말한다.
나는 이를 통해 로그라이트의 핵심인 재플레이 가치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빌드에 잘 맞아주는 경험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다인 적 연계를 위해 상위 제어 AI를 구성했는데, 단순하게 설명하면 적이 개별적으로 동작하지만 별도의 AI에 의해 행동이 제어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상위 제어 AI와 메타 AI는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같이 구현했기에 포트폴리오에 메타 AI로 통일해서 작성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내가 이렇게 다인 전투로 '기계적인 완성도를 부숴내는 경험'을 위해 준비한 메커닉은 아래와 같다.
필요 메커닉
- 카메라 내에서 이동 및 공격 (합리성)
적들은 EQS 기반 유저 카메라 기준으로 strafing하고 공격한다. - 체력이 부족한 적이 뒤로 빠지는 차륜 전투 (지능적이라는 인상)
메타 AI가 주기적으로 체력에 따라 포메이션을 조정한다. - 유저의 상황을 보고 연계하는 집단 패턴 (기계적이라는 인상, 잘 맞아주기)
메타 AI가 유저의 대미지 로그와 체력 상황을 확인하고, 유저 감정을 가늠해 이에 맞게 패턴을 분기한다.
기본 적 구성
세 가지 단순한 행동, 합리적인 공격 방식
적은 물기, 할퀴기, 레이저라는 단순한 행동을 수행한다. 물기는 기본 공격이며, 할퀴기는 유저를 밀치기에 조합하여 공격의 강약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레이저는 가드 불가 기술이기에 유저를 원거리에서 견제하며 이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무료 에셋과 기존에 만들어둔 프로토타이핑 환경 내에서 몽타주를 구성하고 어빌리티로 만들어서 해결했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고 하면 물기와 할퀴기의 호밍 거리가 길다는 건데, 이는 유저가 패턴 대처 성공 시 유저 위치로 적이 뭉침으로써 대처 성공에 대한 딜타이밍을 보상하기 위해 이렇게 구성했다.
다음으로는 합리적인 공격 방식이다. 파수견은 다인 적이기에 공격 신호를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스팀펑크풍의 느낌을 살릴 겸 스파크 형태로 공격 신호를 구성했고, 가드 가능 기술과 가드 불가 기술의 신호를 다르게 제시해 대처를 준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유저 카메라 기준으로 EQS를 구성해 적들이 화면 내에 위치하고 공격하도록 만들어 유저가 불합리함을 느끼는 일을 방지했다.



메타 AI 구성
전장 상태 계산, 행동 명령
메타 AI는 위처럼 단순하게 만들어진 적들에게 포메이션과 집단 패턴을 명령하여 연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포메이션의 경우는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상태마다 몇 마리씩 할당될 것인지를 명령한다. 이는 따로 정의한 task 내에서 체력이 적을수록 멀리 할당되도록 구성했다.

집단 패턴의 경우는 가장 먼저 전장 상황을 계산한 뒤 분기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로그라이트의 다양한 빌드에도 몰입하는 경험을 원했기에 유저의 주도성과 긴장도를 수식으로 계산하게 만들어 적용했다.
이때 집단 패턴은 어떤 행동을 어떤 간격으로 수행할 지만 명시했고, 마찬가지로 따로 정의한 task 내에서 적절한 개체(우선순위 기반 score 계산)에게 명령을 송신하도록 만들었다.


결과 테스트 영상
결과 확인 및 해설
이 외에도 구조 이벤트, 폭주 이벤트, 서브 적 사망 시 메인 적 체력 피해 등의 요소가 있는데, 기본적인 아이디어 검증을 목적으로 한만큼 간단하게만 구현해서 확인해 봤다.
이전 검증과 마찬가지로 내 스스로 평가를 여전히 부분적으로는 성공이나 전체적으로는 실패다. 당초 목표로 했던 메타 AI와 집단 패턴은 성공적으로 확인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재미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① 기본적인 액션의 감각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② 패턴 시작 후 유저가 카메라를 돌리면 공격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로그라이트의 범위 공격 등이 추가되고, 감각만 조율하면 괜찮아질 것 같긴 한데..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번 검증에서는 그냥 메타 AI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친 것 같다.
후기
결국 나는 기획자이기에
오늘은 조금 빠르게 글을 마무리 지어봤다. 앞으로는 글을 더 요약해서 중요한 내용만 빠르게 작성해 보려고 한다.
글을 정리하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결국 나는 기획자라는 것이다. 이번 주제에서 다인 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메타 AI를 고민하고 활용한 것은 좋았지만, 다인 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술자가 아니라 경험을 고려해야 하는 사람인데,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실패했다. 다음에는 경험을 위주로 어떤 게임을 전제로 하는데 그 전제에서는 어떤 경험이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는 무슨 메커닉이 필요한지.. 경험에서 시작해 논리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획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지난 5년간을 하고 싶은대로 기획을 해 왔기에 메커닉에서 시작해서 경험을 만드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교정해야 한다. 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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