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깨어나는 2023년이 끝나고, 증명하는 2024년이 시작됐다. '한 달 늦은 2022년 연말 회고'라는 제목으로 22년의 회고 글을 올린 게 불과 며칠 전 같은데, 벌써 2023년의 회고 글을 올린다는 게 체감 시간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룬 것들에 즐겁기도 하다.
오늘의 회고 글은 작년의 회고 글과 마찬가지로 23년의 내가 진행한 것과 그것들에 대한 소감을 짧게 정리한 뒤, 24년의 나를 적고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2023년의 나는,
Coloso 환급 챌린지 8기, 레벨 디자인 (1월)
22년 12월 말, 우연한 기회로 Coloso에서 진행하는 '환급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알게 됐다. 평소 자기 계발과 다양한 기술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레벨 디자이너 이용태(Bisk)님의 '레벨 디자인, 기초부터 서류 프리패스 포트폴리오까지'라는 강의를 수강했다.
챌린지는 1월, 한 달동안 진행됐는데 그 기간 동안 나름 열심히 강의를 들어가며 내가 레벨 디자인의 어떤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어떤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는지 분석하며 가능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레벨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글을 작성하면서 지금 다시 한번 보는데, 너무 미숙하다는 게 느껴진다. 높이에 따른 각도나 시야 제한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게 아쉽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었고, 그때 이후로 레벨 디자인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배웠던 내용이 있다 보니 이후에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든 자연스레 레벨 설계 의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됐다.
참고 글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덱 빌딩 마피아 게임 <Lost In Hope> 프로젝트 (1월 ~ 8월)
23년 9월 초, 약 11개월가량의 팀 프로젝트 끝에 <Lost In Hope>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프로젝트가 중단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들 지쳐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기획은 의견 충돌 때문에 자주 다퉜었고, 플밍은 기획 이후에 개발에 들어가자는 회의 결과에 거의 진행되지 않았으며, 아트는 모호한 컨셉과 명확하지 않은 작업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팀과 팀원을 잘못 정의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프로젝트라는 게 지금까지의 내가 그러했든 작업자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희생이라는 개념을 품은 채 팀원들이 작업에 부담을 느낄까 지레 겁내며, 다른 팀원들의 의욕을 높이기보다는 할 일을 줄이고자 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팀이란 무엇이고, 팀장인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정말 숨 막힐 정도로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ㅋㅋ. 나는 효과적으로 고민하는 방법을 몰랐으며, 나를 다루는 방법을 몰랐다.
지금에 와서는 이 모든 것들에 당당히 답을 내릴 수 있다. 나는 누구고, 어떤 기획을 추구하는지, 나의 능력은 어떤 팀에 가장 어울리며, 팀원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당당히 답을 내릴 수 있다.
<Lost In Hope>는 나에게 이러한 답을 안겨주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렇기에 그 사람들의 방향성만 잘 묶었으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아직은 미숙했던 나의 과거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들이 좋은 미래를 마주하길 바라며, <Lost In Hope>로 성장한 내가 좋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항목을 닫겠다.
참고 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최종 발표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1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2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3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4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5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06월 개발 일지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1)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2)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3)
- [프로젝트/Lost In Hope] - 프로젝트 종료를 맞이하며, 회고록 (4) [完]
알고리즘 레콩키스타 (2월)
22년을 회고하며 23년에는 달마다 주제를 잡고 배움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딱 3~4번 성공한 듯.. ㅋㅋㅋ) 그래서, 2월에 알고리즘 레콩키스타라는 이름의 알고리즘 감각 회복을 목표로 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단순히 매일 문제를 푸는 걸 넘어서 남몰래 부러워하던 깃허브 잔디 심기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딱 10문제 풀고 끝났다 ㅋㅋ. 나름 재밌었으니까 넘어가자.
참고 글
뚜두 농장 (2월 ~ 7월)
<뚜두 농장>은 대학생 연합 게임 제작 동아리인 'BRIDGE'에서 처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뚜두 농장>은 22년 10월에 팀원들 일정 문제로 잠깐 중단됐다가 2월에 다시 재개됐는데, 7월까지 진행하다가 팀원 분들이 취직 이후 바빠지셔서 그대로 중단됐다.
이때도 나름 열심히 했었는데 프로젝트 중단에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개인적인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서 미안했었다.
넥슨 게임잼, 재밌넥 (7월)
23년 7월에는 넥슨에서 진행하는 게임잼인 '재밌넥'에 기획으로 참여했다. 당시에 <Lost In Hope>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획 사이의 충돌과 프로젝트의 부진으로 시름시름 앓던 때였는데, 리프레시를 할 겸 한 번 'Lost In Hope에서의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 신청했던 게임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상의 나와 최악의 나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이상의 나는 이전부터 게임 디자인에 대해 알아가고, 고민하면서 쌓아온 것들을 바탕으로 주어진 환경에 맞게 게임을 구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상한 게임의 feature를 중심으로 게임을 확장해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준수한 퀄리티의 자료를 바탕으로 게임을 어필할 수 있었다.
반면, 최악의 나는 높은 자기 기준에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눈치를 보며 필요 이상으로 체력을 빠르게 소모시켰다.
넥슨 게임잼에서 확인한 나의 2가지 모습에 대한 가장 두드러지는 feature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나에게 찾을 수 있었던 가장 뛰어난 feature는 행동력이었다. 나는 감각과 사고를 함께 사용하며 목표로 삼은 것을 향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최악의 나에게 찾을 수 있었던 가장 방해가 되는 feature는 높은 자기 기준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기획임에도 아트와 프로그래밍의 작업 과정 하나하나를 조율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이런 무능을 숨기고자 소통을 피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리해 보자. 나에게 넥슨 게임잼은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의 좋은 feature는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그리고 방해되는 feature는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야 할지를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음.. 무겁게 가려는 건 아니었는데 작성하고 보니 너무 진지해진 것 같다.. 다음 항목부터는 다시 밝게 가보자.
참고 글
시럽시럽 메이플시럽 (8월 ~ 12월)
넥슨 게임잼 이후에는 우리끼리 따로 게임을 출시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게임잼 때 대부분 만들어놔서 난이도 조절만 하고, 잔버그만 고치면 될 것 같아 2~3주 정도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작업해야 될 게 꽤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딱 한 기간에 집중해서 한 건 아니고, 각자 시간이 될 때 조금씩 하다 보니까 12월까지 오게 됐다.
약 2년가량 게임을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게임이 될 것 같은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알아서 잘 해준 팀원들이 고마울 뿐이다.
게임 출시 플랫폼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Steam'을 고려했으나, 무료 게임이더라도 게임 등록 수수료 100달러를 지불해야 돼서 스마일게이트 사에서 운영하는 게임 소셜 플랫폼 'Stove'에서 출시하기로 했다.
글을 쓰는 현재(24년 1월 7일), 게임 개발과 출시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자체 등급 분류 심사를 진행 중이며 심사에 통과하는 대로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Coloso 환급 챌린지 9기, 시네마틱 (8월)
23년 7월 말에는 Coloso에서 다시 한번 환급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전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도 했고, 약간 방황하던 시기라 뭐든 집중해 보자는 생각으로 언리얼 크리에이터 FLIPSIDE 3D님의 '촬영 파이프라인으로 완성하는 언리얼 시네마틱 영상 연출' 강의를 수강했다.
이전부터 꼭 배워보고 싶었던 시네마틱 제작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9기 챌린지는 실패했다. 강의도 훌륭했고, 미션도 꾸준히 진행해서 환급을 받긴 했는데, 그냥 내가 집중을 못했다.
한 달 동안 한 게 'Gaea' 툴로 만든 산 하나 띡 올려놓은 게 끝이었다.. 와.. 진짜 지금 기준에서 다시 돌아보니까 슬럼프가 진짜 제대로 왔던 것 같긴 하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고, 나는 내일을 살아야 하는 걸. 그래도 시네마틱을 포기한 건 아니다. 최근에는 영상 연출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이를 주제로 블로그 글로 올려보도록 하겠다.
참고 글
나의 기획 찾기 (9월 ~ 10월)
'나의 기획 찾기'는 23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활동이다. 23년 8월 말쯤에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하신 기획자분이 있었는데 그 분과의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아래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
나의 기획이란 뭐지?
이건 다음의 [일상] - 나는 어떤 기획을 꿈꾸는가?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내가 항상 해오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전과 달랐던 점은 단 하나였다. 바로 나의 답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다.
나는 '확실함을 쌓는 기획'이라는 기본적이면서도 정말 모호한 답을 내리고 스스로 만족했다. 이건 대부분의 기획자가 갖고 있는 것이지 나의 고유한 것이 될 수 없다. 당시의 '나는 대부분의 기획자가 갖고 있다면 더 확실한 기획을 하면 돼.'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는 생각뿐이었고 그 생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라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고민해 봤다.
나는 누구인가? 게임과 재미란 무엇이고, 나는 이것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이것에 대한 결과를 말하기 전에 과거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나는 <뚜두 농장> 프로젝트의 스마일게이트 멤버십 인터뷰에서 인터뷰어로 오셨던 기획 팀장님께 '통찰이란 뭐고 어떻게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기획 팀장님께서는 그런 질문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껏 나는 통찰이란 게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통찰이란 누구나 갖고 있고, 할 수 있는 작은 고민들의 집합이라는 걸 깨달았다.
당시의 나는 기획을 플레이어의 경험 측면에서 하기보다는, 내 기술적인 만족감을 따라 진행했는데 이게 기획서에 뻔히 보이는데도 통찰을 말하니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너무 부끄러워졌다. 아마 바로 앞에 멀쩡한 바다를 두고, 굳이 산을 타면서 물고기를 찾는 바보로 보이지 않았을까?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이 이야기에서 얻은 깨달음은 이렇다.
기획을 한순간에 특별하게 만드는 은총알 같은 건 없다. 그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것의 반복을 통해, 그리고 이렇게 내린 답을 게임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그 사람만의 고유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당연한 소리 아니냐고? 축하한다. 당신은 나보다 재능이 있다. 나는 이걸 깨닫는데 2년이 걸렸다 ㅋㅋㅋ.. 인생..
아무튼 이를 깨달은 걸 계기로 위와 같이 나와 게임, 그리고 내 이상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며 답을 내리기를 반복했다. 거진 2개월가량을 이것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 같다. 이 덕분에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며 슬럼프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답이 뭐냐고? 아니, 이걸 왜 알려줌 ㅋㅋ. 님들도 고생해보라구~
ㅋㅋㅋㅋ.. 장난이다.. 아니, 장난입니다.. 근데 진짜로 말하기 싫은 건 사실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글이나 말로 내 이상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내 게임에서 내가 의도한 가치와 이상을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거창하게 항목을 열어놓고 끝이 빈약하긴 한데, 지금은 그저 지켜봐 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참고 글
3학년 2학기 대학 생활 (9월 ~ 12월)
22년 상반기,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며 시작한 약 1년 간의 휴학을 마치고, 23년 하반기에 3학년 2학기로 복학했다.
22년 말쯤에 이사를 해서 학교까지의 통학 시간이 왕복 3시간으로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귀찮아서 극한의 몸 비틀기로 주 2일 시간표를 만들었다 ㅋㅋ. 여기에 더해 이전과는 다르게 전자 공학 수업을 거의 배제하기도 했고, 웬만해서는 들어보고 싶은 강의들로 수강 신청해서 나름 재미있게 다녔던 것 같다.
3학년 2학기를 돌아보며 1학기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2가지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게임 외적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나는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다른 것들을 후순위로 설정하고 다 배제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삶이 쉽게 단조로워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 2학기에는 나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기술 서적이 아닌 다른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동기부여 영상 같은 것들을 찾아보면서 말 그대로 게임이 아닌 자기 계발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능동이 아닌 수동을 쓴 이유는 의도적으로 다른 것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로, 영상 연출 관련 유튜브를 몇 번 보고 난 뒤 미디어를 볼 때마다 자연스레 분석적으로 바라보게 됐는데 이게 나름 재미있는 것 같다. 좋은 취미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팀플이 4개였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했다. 여기에서는 그간의 팀플 경험이 유효하게 기능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팀원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별생각 없이 반대되는 주장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팀원의 관점에서 주장을 확장해 나가며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흐름으로 유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이 이런 흐름을 거부할 때는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별 다른 트러블 없이 문제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 조화(調和)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강하게 맴돌았는데 이런 접근법으로 팀원을 공략한다고 생각하니 이전에는 화가 날 상황이 재밌기만 했다 ㅋㅋ.
나름 만족스러운 한 학기였다. 아래는 개인 과제나 팀플에서 직접 제작한 자료다.
G-STAR 2023, G-CON 참여 (11월)
23년 하반기에는 같이 게임 업계를 희망하는 군대 동기 형이랑 함께 지스타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나 포함 동기 3명 전부가 게임 업계..! 항안단 카르텔..!)
앞서 9월~10월 동안에 나의 기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정리했는데, 11월의 지스타 컨퍼런스는 이에 방점을 찍는 활동이었다. <Lost Ark> 금강선 前 디렉터님의 개발 철학, <Little Nightmare III> 코랄리 페니엘로 PD님의 유저 경험 설계, <용과 같이> 사카모토 히로유키 PD님의 신선도에 대한 철학, <Guilty Gear> 카타노 아키라 개발 디렉터님의 유저 타게팅, <NieR:Automata> 요코 타로 디렉터님의 디렉터의 역할에 대한 철학 등 정말 값진 강연들을 듣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금강선 前 디렉터님이 이전 라이브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 있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이상한 쪽으로 쓰이지 않고, 언제나 여러분들을 설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단어가 됐으면 좋겠다.
2022년 로스트아크 라이브 방송 中
당시에 이 말을 듣고 게임이란 무엇인지, 꿈을 꾼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서 어떤 자세로 개발에 임해야 하는지 하나의 본이 될 수 있는 강연이었다.
이에 더해 요코 타로 디렉터님이 말씀하신 디렉터라는 존재에 대해서, 디렉터라는 게 재미만을 만드는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옳은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결국은 좋은 게임 디자이너의 자세란 '재미'라는 이름으로 묶인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닌, 본인이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게임이라는 수단으로 열정을 품은 채 이를 나누어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의 나는 '재미'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을 쫒으며 수단으로 목적이 아닌 또 다른 수단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미라는 건 그것을 쫒을 때 깃드는 것이 아닌, 내가 전하고 싶은 의미를 쫒을 때 피어오르는 것임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이전과는 다르게 대학생 할인이 안 되기도 했고, 얼리버드 기간도 놓쳐서 20만 원이라는 비용이 많이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참여했던 역대 지스타 컨퍼런스 중에 가장 값지고 뜻깊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Memoria Aeon, Tistory Blogging (1월 ~ 12월)
23년에도 꾸준히 블로그 활동을 했다. 다만, 22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조금은 주제를 거르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일 것 같다. 이전에는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무분별하고 장황하게 기록했다면, 23년에서 이를 서서히 줄이고 내가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만 기록했다.
또한, 원래는 게임 디자인을 위한 블로그였으나, 블로그의 성격 또한 '나'에 초점을 맞추도록 변경했다. 그동안 미련으로 남아있던 개발과 함께 미디어 리뷰, 철학, 연출, 자작 소설, 요리 등 비공개이긴 하지만 소소하게 몇 가지씩 올려보고 있다.
추가로, 23년 11월 말을 기점으로 블로그의 모든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전에는 순수하고 솔직하게 나의 성장을 기록해나가고자 했는데, 문득 '나만 너무 날 것을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무언가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준비가 됐는가?' 등의 의문이 들었다.
글로 표현해 낸 거창한 이상에 비해 비루한 성과는 나를 말 뿐인 사람으로 생각하게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진짜로 나는 말 뿐인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시 비공개로 돌려놓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단순했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결론 또한 단순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계단을 오르기 전의 과도기다. 능력이 이상을 따르지 못한다면 늘 그러했듯이, 회고하고 성장하면 된다. 그게 나니까.
미래에 이걸 읽는 사람들이 많이 오글거릴 것 같다. 근데 오글거리는 것도 정말 많이 고민해 봤는데, 그냥 이게 나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이건 오글거림이 아닌 낭만이고, 지금껏 이런 낭만을 등불 삼아 삶의 힘든 순간들이 해쳐왔는데 이걸 어떻게 버리겠나.
어떻게 됐든 이건 내 안의 가장 소중한 무기 중 하나다.
갑자기 낭만에 대한 이야기가 됐는데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23년에도 블로그 활동을 잘해왔다고 이해해 주면 고마울 것 같다. 블로그는 조만간 다시 정상적으로 공개 처리할 예정이다.
참고 글
- [일상] - 한 달 늦은 2022년 연말 회고
- [일상] - 대학 생활 3학년 1학기 후기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최종 발표
- [게임 디자인/TIL] - [GMTK] 'How To Steal Like a Game Designer' 정리
- [프로젝트/Lost In Hope] - Lost In Hope - 페이퍼 프로토타입, 2차 테스트 후기
- [일상] - 요코오 타로는 신인가?
2023년의 키워드 : 정제 (精製)
23년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23년에 설정했던 목표를 이루었는가?
22년의 회고 글을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 월별로 주제를 정하고 자기 계발을 한다.
22년 회고 글을 적던 당시에 23년의 자기 계발 키워드로 '프로그래밍', '언리얼', '준비'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23년의 말에 들어서야 실행할 기반을 마련했으니 반쯤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당초에 목표했던 주제 학습의 경우는 23년의 끝에서 12가지 무기를 갖추려고 했으나 이는 실패했다. 실제로 갖춘 건 3가지 정도 아닐까? 그래도 그중 하나는 삶의 끝까지 가져갈 것이니 후회는 없다. 오히려 좋다. - 독서 외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취미를 만든다.
짤막하게 요리, 소설 집필, 영화 연출 분석, 복싱 등 여러 가지를 했는데 결국 가장 많이 한 건 독서인 것 같다ㅋㅋ. 그래도, 22년의 <소유냐 존재냐>를 시작으로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됐다.
23년에는 기술 서적을 제외하고 <사피엔스>, <12가지 인생의 법칙>, <일의 격>, <자기 관리론>, 이렇게 4권을 읽었다.
현재에는 소설로는 <돈키호테>, 인문학으로는 <호모 데우스>, 개인 흥미로는 <인간과 상징>을 읽고 있다. - 인격 도야를 위해 꾸준히 나아간다.
내가 내 입으로 좋아졌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ㅋㅋ. 가장 큰 건 내 안의 예민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모든 상황에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게 오히려 압박감으로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과거에는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다. - 정답 없는 고민에서 벗어나, 독서를 한다.
이건 2번 항목에서 말했으니까 패스!
22년의 내가 목표로 했던 키워드는 '정제(精製)'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사회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지 정의한 후, 이에 맞게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비우고 강화하는 과정을 거쳐, 보다 나에게 순수한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결과는.. 대성공!! 웬만해서는 부족한 점이 보이기에 이렇게 만족을 하지는 못하는데 올해는 정제라는 측면에서 정말로 성공적이었다.
솔직히 9월까지는 별 다른 성장이 느껴지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모든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혼자 이것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내가 해온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며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남과의 차이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내가 가야 할 길이 있음을 알았기에.
나는 더 이상 내가 가진 모순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모순의 크기는 곧 잠재력의 크기임을 알았기에.
나는 그저 지금처럼 계속 나아갈 뿐이다. 나는 현실에서 출발해 이상으로 향하는 벡터다.
나로 하여금 <돈키호테>를 읽게 만든 한 구절을 적으며 이번 항목을 마무리 짓겠다.
Es la misión del verdadero caballero. Su deber. ¡No! Su deber no. Su privilegio.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Soñar lo imposible soñar.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Vencer al invicto rival,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Sufrir el dolor insufrible,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Morir por un noble ideal.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Saber enmendar el error,
잘못을 고칠 줄 알며,
Amar con pureza y bondad.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Querer, en un sueño imposible,
불가능한 꿈 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Con fe, una estrella alcanzar.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 Cervantes, Miguel de. <Don Quixote>. 1605.
2024년의 나는,
24년의 계획
24년에 목표로 하는 키워드는 '정립(定立)'이다. 지금까지 축적하고, 정제했다면, 이제는 정립할 때다. 24년에는 나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고 증명할 거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하려고 한다.
- 이상을 표현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이상은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공유될 때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24년에는 유저들에게 나의 이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보려고 한다. - 개발자로서의 나와 기획자로서의 나를 같이 성장시킨다.
그간의 경험으로 기획만으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스스로 가설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개발하며, 검증하고 개선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렵긴 하겠지만 가능할 것 같다. - 게임에서 벗어나 내 영혼을 고양시키는 것들을 분석해 보자.
'고양감'이라는 건 내 기획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이런 고양감이 어떤 상황에 왜 느껴지는지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굳이 게임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새로움을 말하고자 한다면 게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가져온 새로움을 기존의 익숙함과 엮기 위한 방법 또한 함께 고민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24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며 마무리 짓겠다.
- 수학을 감각적으로 이해해보고 싶다.
이전에는 성적을 위해서만 공부했었는데, 이번에 게임을 개발하며 공부해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과거의 나는 어떤 개념이란 게 특성에 붙여지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하나의 일관적인 현상이며, 여기서 여러 가지 특성을 찾고 응용해 각양각색의 의미와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수학을 결코 잘하지는 않지만, 모든 곳에 쓰이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한 번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다. - 언리얼 엔진을 뜯어보고 싶다.
이건..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엄두를 못 냈던 건데, 사실은 그냥 지레 겁먹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시간 될 때 노드 하나, 기능 하나씩 잡고 동작 원리를 알아가보려고 한다. - VR FPS 게임을 출시하고 싶다.
졸업 캡스톤 프로젝트로 혼자 개발 중인 게임이 있다. 이걸 제대로 개발해서 출시해보고 싶다. - 2024 우왁굳 연말 공모전에 참가하고 싶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킹..아
여기까지가 2024년의 계획과 하고 싶은 것들이다. ..성장하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늘 그러했듯 글귀 하나, 노래 하나와 함께 23년의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자기 존재에 보다 넓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은, 한 인간을 단순히 소유하고 소비하는 존재로부터 보다 나은 존재로 도약하게 한다.
- Carl Gustav J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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